<더 플래시> 리뷰 (약스포): 배리가 외치는 '엄마'는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이젠 거의 집착에 가까운 DC 유니버스의 '어머니 서사(?)'는 어김없이 <더 플래시>에도 등장하더군요. 그렇지만 잠시나마 가졌던 걱정이 기우라는 걸 보여주듯 <더 플래시>는 맥락 없이 사모곡을 부르진 않습니다. 배리라는 캐릭터가 어머니에 대해 가지고 있는 애틋한 감정은 물론 그 존재의 상실로부터 얻게 된 심리적 트라우마를 멀티버스라는 설정을 통해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강조하죠.
그런데 이게 마냥 지루하지도 않습니다. 어린 시절의 자신과 함께 서사를 이끌어가는 버디 무비 형식을 택하며 각자 처한 상황을 극명하게 대비하고 그로부터 부각되는 상대적 박탈감을 조명하면서 <저스티스 리그> 속 철없어 보이는 배리의 정서적 성장기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죠.
이 모든 과정에 어머니라는 존재는 매끄러운 서사 진행에 있어서 탁월한 윤활유 역할을 수행합니다. 배리가 끊임없이 과거로 회귀해 시간선 하나를 바꿀 때마다 스피드포스 속엔 그가 실제로 겪어보지 못한 어머니와의 행복한 과거가 새겨지죠. 막대한 생명을 구해내는 히어로가 정작 자신에게 가장 가까운 존재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상실감에 사로잡혀 있다는 역설을 가장 시각적으로 잘 보여준 대목이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래서인지 어머니라는 소재가 겉도는 주제의식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어머니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삽시간에 연대하는 대목이라든지 <저스티스 리그>에서 어머니에게 자신의 다짐을 독백하는 빌런처럼 '묻지마식 사모곡'을 외치는 것하곤 확실히 달랐죠. 그래서 배리가 어머니를 위해 하는 모든 희생과 노력은 괜시리 뭉클했던 것 같습니다. 영화가 관객에게 주인공의 내밀한 심리를 한 겹 한 겹 펴 보여주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하고요.
이외에도 <더 플래시>는 많은 장점을 보여준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스피드가 장기인 캐릭터의 특징에 맞게 장면 전환의 템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연출이라든지 올드 DC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마이클 키튼의 배트맨, 그리고 1989년작 배트맨 영화 속 OST를 편곡한 테마를 삽입해 마치 두 개의 영화를 즐기는 듯한 느낌을 준 것도 유효했다고 봅니다. 슈퍼걸의 짧고 굵은 존재감도 인상 깊었고요.
정말 백미는 후반부에 등장하는 멀티버스의 충돌에서 나오는데... 이건 직접 보셔야 하는 부분이라 일단 함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장면을 마주하면 형언하기 힘든 전율이 느껴지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영화 최후반부에 정말 생각지도 못한 반전 하나가 있는데 이것도 기대하면서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스토리 측면과 캐스팅 측면 모두에서 파격적인 시도이자 성과(?)라는 생각이 들어서, 꼭 집중해서 보시길 바랍니다.
여튼, 배리가 외친 어머니는 충분히 감동적이고 따뜻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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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리뷰 잘 봤습니다. 실생활의 에즈라도 완성된 영화 보고서 성숙해지는 교훈을 얻었으면 좋겠다 싶더라고요.
어지간한 슈퍼 히어로 영화는 대부분 재밌게 봐서(샤잠도 ㅋㅋ) 기대가 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