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그 여름날의 누이"를 보고 왔습니다. (아주 약간의 스포)
맨하탄에 있는 Japan Society라는 비영리단체에서 지금 "Visions of Okinawa"라는 이름으로 오키나와를 다룬 영화를 여럿 틀어주고 있는데 오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夏の妹 (여름의 여동생)"를 틀어준다고 해서 보고 왔습니다.
한국에는 "그 여름날의 누이"라는 제목으로 영어권에는 "Dear Summer Sister"로 소개되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이게 제일 동 떨어진 제목인 거 같네요. 원제에 들어있는 모든 단어를 우겨넣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시작하기 전까진 몰랐는데 35mm 필름 상영이었습니다. 1980년대에 제작한 필름을 그대로 틀어주어서 말로만 듣던 잡티와 잡음 섞인 필름을 볼 수 있었습니다. 중간에 한 번 튕기는 소리와 함께 흰 화면이 수 초간 계속되기도 했네요.
관 크기에 비해 화면은 작다는 느낌이 들지만 막상 보다보면 의식하지 않게 되서 불편하진 않습니다.
이 상영관에서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공각기동대"를 봤을 땐 만석이었는데 오늘은 빈 자리가 많았습니다. 덕분에 좀 더 편안한 기분으로 볼 수는 있었지만 인기가 없나 싶어 아쉬웠네요.
상영 시작 직전에 프로그램 디렉터가 짤막하게 소개해주었습니다. 핵심만 추리자면 (기억 나는 것만 적자면)
- 오오시마 감독의 다른 영화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지만, 메시지를 들여다보면 '오오시마 영화가 맞구나'라는 생각이 들 영화
- 1972년 오키나와 반환 직후에 오키나와에서 촬영한 영화라 반환에 대한 감독의 생각을 담고 있다
키쿠치 스나오코는 아버지의 재혼 상대와 오키나와에서 서로를 모르고 살아온 이복 오빠를 찾아다니고, 오키나와로 오는 도중에 만난 남자는 자신을 죽여줄 사람을 찾아다니면서 영화가 시작됩니다. 뒤로 갈수록 서로가 찾는 사람들 혹은 만나는 사람들이 다 연관이 있어서 점점 복잡해지는데 후반부에는 이 일본인(야마툰츄)과 오키나와인(우치난츄) 사이의 관계를 통해서 감독 자신의 의견을 드러냅니다.
그렇다고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는 아니고 오히려 밝은 분위기, 노래, 유머 등도 있습니다. 실제로 극장에서 관객들이 웃은 적도 많았고요.
96분의 상영 시간이 지루할 틈 없이 지나간 영화였습니다.
뒤늦게 생각나서 덧붙이자면, 한자와 나오키에서 한자와 나오키의 어머니 '한자와 미치코'를 연기한 가수 겸 연기자 '리리'의 연기 데뷔작이기도 합니다. 2010년대 모습만 봐서 엔딩 크레딧을 보기 전에는 몰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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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잘 봤습니다.
어느나라를 막론하고 시네필들 사이에서도 소위 '팔리는' 작가군이 있더라고요
제가 선호하거나 지지하는 사람들 영화를 보러 왔을 때의 썰렁한 분위기는 참 슬펐습니다.
오시마 나기사도 최근 리마스터링 된 《감각의 제국》이나 《전장의 크리스마스》 같은 영화가 했다면 상황은 달랐을지 모르지만
그만큼 수급가가 비싸다고 하더라고요... 😥
같은 상영관에서 5년 전에 '전장의 크리스마스'를 틀어준 적이 있던데 다시 한 번 틀어주면 좋겠어요. 극장에서 본 적이 없네요..
공각기동대가 확실히 미국서도 인기가 많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