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빛 익무 시사 후기입니다
영화의 이야기는 참으로 간단합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남자가 전부인의 아들과 2박 3일동안 산속에서 지내게 된다는 이야기에요. 영화 제목이 뜨기 전 오프닝 장면과 아들과 만나고 헤어지는 장면, 영화 중반에 잠시 시내에 가는 장면들 말고는 주인공과 주인공의 아들은 산에서 시간을 보내고, 영화는 산에서의 여정을 보여줍니다.
오프닝에서 보여준 다방과 화장실에서의 느린 호흡은 산 속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시작부터 맞닥뜨린 영화속 느림에 처음에는 좀이 쑤셨지만 산 속의 느림은 그럭저럭 참을만 하다가 나중에는 그 속도에 적응이 되더라구요. 산 속 풍광에 먼저, 그리고 산의 소리를 느끼다보니 나중에는 영화 속 차분한 속도를 즐기게 되었네요.
영화가 참 꾸밈이 없다 싶었습니다. 안쓰러진게 용하다싶은 작고 낡은 집은 물론이고 조명을 쓰지 않은건가 싶은 화면이 인물들의 솔직한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 볼 수 있게 했습니다. 대사도 극히 적고 이외의 이벤트도 딱히 없었습니다. 산속 생활에 침착하게 당황하는ㅎㅎ 아들의 모습, 같이 오르내리는 산길, 식사, 잠깐의 시내 외출, 두 번의 취침.. 새벽 시간의 말그대로 칠흑같은 어둠과 그 어둠을 작게 지우는 두 개의 양초, 그 노르스름한 빛에 의지해 볼 수 있었던 두 사람의 표정과 몸짓은 소박하면서도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2박 3일간의 여정을 차분히 지켜보며 그 둘의 마음을 모르지만 알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습니다. 영 말이 없는 둘, 친해지긴 짧은 2박3일이지만 그 시간이 둘에겐 그들의 생을 추억하는 시간이 되었을듯 합니다.
산의 푸르고 하얀 풍경과 온갖 산새와 벌레 울음 소리, 바람에 나무가 부딪치는 소리, 그리고 작은 집과 그곳의 두 사람.. 동양화 같기도 하고 연필 스케치 같기도 한 작품이었습니다.
추천인 5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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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풍경애호가라 안그래도 이영화 관심가더군요. ㅎㅎ
왠지 등산좋아하시는 아부지 보여드릴까싶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