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보그 프린세스 (009-1: The End of the Beginning)
제목을 짓는 데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이 영화에 나오는 사이보그 스파이 (이름이 미리네다.)는 공주가 아니라 그냥 따까리다. 고아였다가 국가 시설로
들어온 다음 사이보그 개조 및 스파이 활동의 노선을 탄 것이다. 스파이 기관에서 무시도 당하고. 이게 사실 프린세스 나오는 것보다 더 재미있다.
미리네는 어머니 얼굴과 어머니가 불러주던 자장가만 기억하고 있을 뿐 더 이상의 기억이 없다. 그런데 어머니 자장가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러니
항상 괴롭다. 이것이 이 영화에서 계속 나오는 주제가 된다. 미리네는 자기가 사이보그라서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그래서 자신이 인간임을
증명해줄 수 있는 어머니의 기억 어머니를 찾아 헤멘다.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이것이 너무 식상해보인다는 것이다. 미리네라는 캐릭터가
입체감을 갖지 못하고 어딘지 얄팍한 존재가 된 것은 이 때문도 있다. "나는 누구지?" 이 한 마디로 캐릭터가 요약될 수 있다면 좀 문제다.
캐릭터의 강렬함 입체감이 없다면, 영화의 공간적 무대를 좀 줄여서 세밀한 묘사로 나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영화의 시공간은 이와 반대로
엄청 넓다. 미래 세계 두 개의 국가로 갈라져서 서로 스파이를 보내고 싸우는데, 이런 대규모 스케일의 대하드라마를 이 안에 넣으려 한다.
액션 장면은 무척 공을 들여 찍었다. 특히 저 주연 여배우, 숏 스커트를 입고 아스팔트니 흙길이니 막 구르던데,
사이보그니까 그래도 상처 하나 없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보는 내내 혹시 상채기 하나라도 났나 저절로 보게 되더라.
액션 장면은 홍콩 액션 영화를 많이 참조한 것 같은 장면들도 있었다. 세련되었지만 그리고 볼 만하지만 어디서 본 듯한 액션.
차갑고 냉정하고 속으로만 불타오르는 미레네가 갑자기 충동적으로 어떤 부랑자 청년을 사랑하게 되고 잠자리까지 갖는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덤빈다. 이거 너무 갑작스러운 전개라서 이게 무언가 하고 생각했더니 이게 이유가 있는 거였다. 어렴풋한 기억 속에서 어머니와 함께 등장하는 어린 동생이 그였던 것이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끌린 거였는데, 흠 이거 나름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이래도 되나 싶다. 그리고 미레네의 어머니를 그대로 재현한 사이보그에게 미레네는 XX 당하기까지...... 뭐 어머니와는 상관 없는 외형만 똑같은 사이보그이기는 하지만......
차라리 이런 주제를 더 밀고나갔더라면 영화가 걸작까지 될 수도 있었겠지만 문제는 이것이 블록버스터라 아무래도 어려웠을 것 같다.
이렇게 막 가는 영화를 보고 싶으시면 일본 막장 액션 영화나 pinku를 찾아보셔야 할 것 같다.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어머니를 닮은 무적의 사이보그와 미레네의 결투이다. 무적의 사이보그와 대결하던 미레네는 시종일관 얻어터지다가 럭키 펀치 한 방에
승리하기는 하지만 좀 용두사미인 듯한 느낌도 있었다.
마지막이 야심 차게 끝나는데 미레네는 자기 비극을 낳은 것이 두개 국가로 나뉘어져 서로 싸우는 것임을 알고 이 체계를 혼자 무너뜨리겠다고 결심한다는 것인데,
당연히도 속편은 나오지 않았다.
평범한 블록버스터이고 너무 무덤덤한 몰개성이 문제라고 느꼈다. 친동생과의 관계가
굉장히 흥미로운 주제가 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둘 다 무덤덤하고 신경쓰지 않는 것 같으니.
참 이해가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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