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 2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는 다소 특이한 영화였습니다. 미국에 사는 한인들이 중심이 되서 만든 가라데 영화거든요. 뭔가 이상한 조합이죠...
어쨌거나 큰 돈 안들이고 만든 영화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가 예상 이상으로 히트하고 나니까 당연히 속편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속편은 과연 같은 계열 영화가 맞나 싶을 정도로 모양새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일단은 전작에 나왔던 주요 인물들이 그대로 다 나오고 있으니까 속편이 맞긴 한 모양인데 영화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져 버린거죠.
전 2편을 먼저 보고 나중에 1편을 봤었습니다. 그런데 2편을 가지고는 1편의 내용을 전혀 유추해낼 수가 없을 정도였어요. 1편은 어쨌거나 '감동적인 스포츠물'을 표방한 영화였습니다.
영화 개봉했을 당시에 TV 인터뷰에서 기자가 '무술영화'라고 지칭하니까 제작자 쪽에서 아니라고 펄쩍 뛰던게 기억나요. 아마 [록키]같은 류의 영화로 대접받고 싶었던 모양이죠.
그런데 2편은 전형적인 무술영화ㅂ니다.(이제부터는 가라데 영화라고도 볼 수 없습니다. 그냥 무술영화지...) 나름대로 스포츠 정신이나 가족애에 대해 다루고 있던 전작의 주제나 흐름같은건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고 갑작스레 살벌하기 짝이 없는 피비린내나는 복수담으로 이야기가 바뀌어 버린거죠.
거기다가 아주 황당합니다.
정식 스포츠로서의 무술대회가 아닌,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여기는 지하세계의 격투장으로 무대가 바뀌었는데, 이 지하세계의 격투라는 거야 '황당하지만 영화적으로 용인되는 공인된 거짓말' 정도로 볼 수 있겠습니다만, 그걸 둘러싼 사람들의 행동이나 여러 사건들은 하나같이 말이 안됩니다.
불법 격투기장에서 친구가 살해되었는데 주인공들이 경찰에 신고하는 게 아니라, 외딴 곳을 찾아가 원수를 이길 수 있는 무술을 수련한다는 거죠. 청나라 시대 소림사 영화도 아니고, 20세기 말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영화가 말입니다.
그뿐인가, 주인공들은 격투기 챔피언을 이기기 위해서 난데없이 아메리카 원주민에게서 봉술을 배웁니다.
악당이란 친구들도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행동은 하나도 안하는 전형적인 만화 속 악당들 입니다. 전작이 사실적인 현대물이었다면 2편은 완전히 무협만화가 된거죠
이렇게 영화가 말도 안되는 내용으로 바뀐 탓에... 전 1편보다 2편이 더 재미있었어요^^
전작이 감동적인 스포츠물을 표방했다지만, 그런 류의 영화는 널리고 널렸죠. 당연히 더 좋은 영화도 지천으로 깔렸고요.
고만고만한 B 무비였던 전작이 히트한건 전적으로 필립 리와 사이먼 리 형제가 펼치는 액션덕이었고 제작진도 그걸 분명히 알고 있었던 거죠.
본격적인 무협영화가 된 마당에 스토리의 개연성같은 게 어차피 필요한 게 아니니 액션 장면을 집어넣기에 가장 효과적인 플롯을 사용한겁니다. 진부하고 황당무계하고 유치하지만 군더더기 없이 이런 류의 영화에서 필요한 역할은 착실히 하고 있습니다.
전작의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이었던 에릭 로버츠는 드라마가 생략되고 노골적인 무술영화가 된 2편에서는 중요도가 낮아져서 '주인공의 친구' 역할로 한발 물러나고, 전작에서는 액션 담당이었던 필립 리가 주인공으로 부각됩니다.
전작에서는 그냥 무술 좀 하는 친구... 정도의 인상밖에 주지 못했던 필립 리는 이번에 훨씬 더 비중 큰 역할을 맡아서 본격적으로 사람들 기억에 남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본격 시리즈 주인공이 되는 거죠.
전작에서는 끝판왕이었던 사이먼 리는 이제 주인공들과 화해하고 친구로서 나오게 되는데, 사실 2편에 또 나온다는것 자체가 억지에 가까인 인물이기 때문에 역할은 크지 않고 잠시 얼굴을 비추는 정도ㅂ니다. 그래도 사이먼 리는 영화의 무술지도를 맡고 있습니다
악역을 맡은 랄프 묄러는 전문 무술인같은 몸놀림은 아니지만 외모와 체구에서 풍기는 압도적인 인상으로 끝판왕 역에는 잘 어울립니다.
아놀드 전 주지사님 뒤를 이어 코난 역할(TV판에서)을 했을 정도로 외모에서 풍기는 위압감만큼은 탁월하니 무술실력과는 별개로 주인공이 이겨내야할 시련이라는 이미지를 적당히 풍기고 있습니다(재미있는 점은 전 주지사님과 같은 독일계 보디빌더 출신이라서 그런지 말투가 전 주지사님과 상당히 비슷하게 들린다는 거네요)
영화의 액션은 물론 전성기의 홍콩영화의 에너지에 비할만큼은 아닙니다만, 쓸데 없이 요란한 춤동작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치고 받는 타격계 액션이 묵직한 중량감을 전해줍니다. 눈이 휘둥그레지는 아크로바트는 없어도 화끈하게 치고받는 느낌이 전해지는 박력있는 액션입니다
홍콩식과 미국식의 중간쯤 어디에 위치한다고 볼 수도 있는, 대체로 보자면 미국 영화의 액션에 더 가깝게 기울어 있지만, 순수 미제 무술영화에 비하면 기교와 박력면에서 더 뛰어납니다.
무의미하지만 단순명료한 플롯과 박력있는 액션.
이정도면 시간보내기용 영화를 찾는 사람에게는 불만 없을 영화라 할만 합니다
가슴 저미는 감동을 찾는 분들, 영화 예술의 깊은 향기를 느껴보고 싶으신 분들,
서사구조의 정교함에 빠져들고 싶으신 분들이 굳이 이런 영화를 감상 재료로 선택하지는 않으실테니까요^^
satt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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