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없음) [올드 가드]: 액션 맛집 넷플릭스
영화사 타이틀이 뜬 순간부터 서서히 들려오는 투둑거리는 총알 떨어지는 소리,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매우 시네마틱한 쇼트... 첫 장면부터 이목을 확 잡아끄는 작품이었습니다. <6 언더그라운드>, <익스트랙션>, 그리고 이번 <올드 가드>까지.. 이쯤되면 넷플릭스를 액션 맛집이라고 불러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고 보면 액션뿐 아니라 <아이리시맨> 같은 범죄 드라마나 <로마> 같은 자전 드라마 등.. 이젠 모든 장르를 넷플릭스가 다 섭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이런 다양하고 흥미진진한 컨텐츠를 더욱 많은 관객들이 집에서 편하게 만나볼 수 있다는 건 너무 좋지만, 첫 쇼트부터 “나 극장용이야”라고 소리 치는 영화를 정작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는 선택지는 전혀 없다는 게 상당히 아쉬웠네요..ㅠㅠ 그래도 아쉬운대로 대화면 4K TV로 감상을 했는데, 정말 대화면 4K TV에 넷플릭스가 있는 사람이라면 극장의 대체제로 여기기 충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요즘 가정에서의 미디어 관람 환경이 많이 좋아진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는 내내 “이걸 IMAX의 대화면과 웅장한 우퍼 소리로 관람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4DX 최적화 영화야” 등등 극장 생각에 내심 아쉽긴 했습니다...ㅋㅋ
극장 생각이 그만큼 절실하게 난 건, 이 영화의 액션과 비주얼 스타일/연출이 정말 좋았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유심히 보다보면, 이 영화에 고정된 픽스 쇼트가 사실상 거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영화 속 거의 모든 쇼트들이 핸드헬드, 즉 카메라의 흔들림이 느껴지는 방식으로 촬영되었는데, 이 느낌이 생각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그 지속적인 흔들림이 과하지도 않았고, 적당히 박진감 넘치고 현장감 있는 느낌을 전달해줘서 영화를 더욱 재밌게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근래 개봉한 수많은 액션 영화들의 경우, 액션 장면에서 스턴트 배우가 대신 액션을 하는 부분들을 가리기 위해 핸드헬드 방식을 과도하게 활용해서 사실상 화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모르겠는 경우가 많은데, <올드 가드> 같은 경우엔 영화 전반적으로 핸드헬드 방식이 하나의 비주얼 스타일처럼 지속적으로 활용되었으나 (액션 장면뿐 아니라 정적인 대화 씬 등에서도 핸드헬드 방식 지속적으로 활용됨), 그 정도가 과하지 않아 액션 씬들에서 어떤 액션이 벌어지는지 육안으로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CG가 어느 정도나 활용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육안으로 봤을 땐 샤를리즈 테론이 실제로 한 액션의 비중이 상당한 것 같아보였는데, 액션 장면들 정말 좋았습니다. 총기 난사만 이어지는 지루한 액션 씬들이 아니라, 실제로 타격감을 느낄 수 있는 맨몸 액션의 비중이 꽤 되어서 좋았고, 핸드헬드의 흔들림이나 교묘한 편집으로 허점을 숨기는 대신, 액션의 대부분을 꽤나 명확하게 보여줬던 점이 좋았습니다. 샤를리즈 테론은 <매드맥스: 퓨리 로드> 때 고생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 힘든 촬영을 치가 떨려하던 것 같던데, 이번 영화도 꽤나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배우로서의 네임 밸류가 있는 배우라 쉬운 역할들만 골라 할 수도 있을 텐데, 매번 이런 도전적인 역할을 떠맡는 게 매우 매력적인 배우인 것 같습니다. 이번 영화는 샤를리즈 테론 혼자 씹어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근데... 샤를리즈 테론의 존재감이 당연히 압도적이긴했습니다만, 그 외에 익숙한 얼굴들이 몇 눈에 띄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배우 얼굴을 좀 잘 알아보는 편이어서, 바로 알아봤네요. 먼저, 악역 ‘메릭’ 역할로 나오신 샤프한 배우 분...
두들리입니다. 해리포터 시리즈가 끝난 후 잘 보이지 않았는데, 이번 작품으로 정말 오랜만에 보게 되어 굉장히 반가웠네요. 극 중에선 꽤나 인간말종스러운 역할로 나오는데, 해리포터 시리즈 말미의 짠한 두들리의 모습이 겹쳐보여서 그런 건진 모르겠으나 묘한 동정심과 뿌듯함 (그 어린 애가 이렇게 커서 이런 액션 영화에 메인 빌런으로도 나오네..ㅜㅜ) 이 느껴지는 이상한 경험을 했습니다...ㅋㅋㅋ 물론 극 중 캐릭터로만 보면 인간말종이 맞습니다...ㅋㅋ
다음으로, ‘마르완’ 역할로 나오신 배우 분...
자파... 분명 이미지가 180도 다른 역할임에도 불구, <올드 가드>를 볼 때 자파의 모습이 가끔가끔 보일 때가 있더군요. 개인적으로 자파보다는 이 영화 속 역할이 훨씬 잘 어울리고, 연기도 훨씬 자연스러웠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대사 중에 정말 찡한 대사가 하나 있었는데, 그건 추후 스포가 포함된 좀 더 디테일한 리뷰에서 다뤄볼까 합니다. 이번 글은 아직 영화를 못 보신 분들을 위해 스포는 피하려 합니다.
액션과 비주얼은 정말 ‘쾌감’ 그 자체였네요. 스토리는 초반부엔 매우 흥미롭고 신선한 듯 하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전형적인 액션 영화의 스토리로 탈바꿈됩니다. 이 영화의 플롯 포인트들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굉장히 많은데 (특히 그 미드-크레딧 영상...!), 전부 다 스포라서 이번 글에선 다루지 않겠습니다.
결과적으로, 스토리는 좀 빈약하지만, 액션, 프로덕션 규모, 비주얼 스타일 등.. 볼거리가 너무나 많아서 볼거리 보느라 정신없을 영화입니다. 또한, 정치적인 올바름을 추구하는 영화지만, 억지로 PC를 욱여넣은 게 아니라,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녹여내어서 좋았습니다. 억지스럽지 않은 이 영화의 긍정적인 메시지는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이 올라가는 와중에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하더군요.
잘 만들어진 팝콘 무비입니다. 근래 개봉한 웬만한 할리우드 프랜차이즈 블록버스터보다 훨씬 낫습니다. 눈 깜짝할 새 러닝타임이 훌쩍 지나가니, 밖이 어둑어둑해질 때쯤 팝콘 하나 튀겨드시면서 보시면 후회는 없으실 겁니다.
+) 영화 중간에 'South Korea' 글귀가 배경에 살짝 나오는 장면이 있었는데 깨알 같은 웃음포인트였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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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 배우인 줄 알았으면 좀 더 애정을 갖고 봤을 것 같아요. 확 달라져서 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