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력 측정기로 전락했지만 마블에서 헐크를 가장 사랑하는 이유
(약간의 엔드게임 스포가 있습니다. 엔드게임 안 보신 분들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헐크는 어벤져스 최강이었다
우리는 헐크가 최강이던 시절을 기억합니다.
캡틴 아메리카가 고전하던 신적인 존재인 로키를 패대기치며 "신이 약골이네"라고 비웃는 장면은
길이길이 회자되는 명장면이죠.
로키 : 우리는 군대가 있다.
아이언맨 : 우리는 헐크가 있어
라고 할 정도로 어벤져스에서 헐크는 최종 비밀병기 같던 캐릭터였습니다.
뉴욕 전투에서 등장하자마자 거대한 치타우리의 리바이어던을 한방에 파괘하는 위엄을 선보였죠 ㄷㄷㄷ
토르는 로키보다 확실히 강하기는 하나 꽤 고전했으니
적어도 어벤져스 1편 시점에서는 헐크가 최강이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브루스 배너가 퀸젯에 배너가 생체 인식을 하면 "환영합니다. 최강의 어벤져"라고 토니 스타크가 지정했을 정도였죠.
(물론 strongest는 종합적 전투력보다는 육체적 강함을 뜻하는 맥락으로 많이 사용되기는 합니다)
(반면에 토르는 최강의 어벤져라고 하면 암호 입력이 안 되고, 장발 양아치로....)
원작 코믹스에서도 헐크는 토르와 함께 어벤져스의 전통적 강캐로 꼽힙니다.
분노하면 분노할수록 더 강해지기 떄문에
지구에 배신당했던 '월드 워 헐크'에서는 혈혈단신으로 지구의 어벤져스를 다 쓰러뜨립니다.
거의 우주 레벨의 잠재력을 가진 닥터 스트레인지, 백만개의 작렬하는 태양과 같다는 최강의 센트리까지 쓰러뜨립니다.
헐크 안습의 역사 : the 전투력 측정기
그런데.. 어느 날부터 헐크는 새로운 무기 또는 파워업한 캐릭터 또는 신 캐릭터의 강력함을 어필하는
소위 '전투력 측정기' 신세로 전락하고 맙니다.
이렇게
이렇게
또 한 대
한 대 더
급기야 인피니티 워에서는 시작하자마자 타노스에게 몽둥이 찜질을 당하고 리타이어 합니다.
그리고 헐크로 변신하는 걸 거부하면서 인터넷 등지에서 "겁쟁이"로 조롱받게 됩니다.
감독 루소 형제는 헐크가 겁먹은 게 아니라 배너와 주도권 싸움에 지쳤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배우인 마크 러팔로조차 헐크가 타노스에게 겁먹은 거 같다고 할 정도로 영화 내 연출은 겁 먹은 것처럼 보였죠...
심지어 엔드게임에서는 사람들이 죽어도 안 믿을 진짜 스포로
"엔드게임에서 헐크 또 안 싸운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죠....
그럼 헐크는 왜 이렇게 약해졌느냐?
뭐 이유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배급권 문제로 단독 영화가 나오지 못한 점이 가장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른 캐릭터들은 단독 시리즈로 인해 인기도 올리고, 캐릭터가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계기도 있었습니다.
헐크와 합께 투톱으로 꼽히다가 원톱으로 올라선 토르의 경우
토르 시리즈를 거치며 점점 성숙하고, 라그나로크를 기점으로 진정한 천둥의 신으로 각성하죠.
그런데 헐크는 그럴 계기가 없었습니다.
오리진 스토리인 1편 이후 단체 영화의 일부로 나오거나 조연으로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자기 이야기를 펼칠 수 없었죠.
그러다 보니 결국 제작진이 헐크에 힘을 실어주기 어려운 상황이 됐고
헐크는 다른 캐릭터들의 강력함을 어필하는 도구로 전락합니다.. ㅠ_ㅠ
조금 아쉽긴 하지만... 저는 오히려 이런 헐크가 더 좋습니다.
개그캐로 거듭난 헐크와 브루스 배너
어벤져스에는 자아가 강한 캐릭티들이 많습니다.
이들이 한 공간에 있으면 숨이 막힐 지경이죠.
대표적으로 시리즈의 두 기둥이라 할 수 있는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 맨이 있습니다.
두 사람의 자아의 충돌이 결국 내전(시빌 워)으로까지 이어졌을 정도니까요.
거기에 신적인 존재인 토르의 자존심도 대단하죠.
여기에 에드워드 노튼이 담당했던 최강캐 헐크가 있었다면?
좀 더 숨이 막혔을 거 같습니다. 에드워드 노튼의 헐크는 좀 더 신경질적이고, 자아가 강한 캐릭터로 보였으니까요.
헐리우드에서 수 십 년 간 주연배우로 활약한 에드워드 노튼이니 지금보다 비중도 훨씬 높았을 거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는 자아를 좀 죽이고, 어벤져스 멤버들의 분위기를 좀 밝게 바꿔줘야 합니다.
그 역할을 마크 러팔로의 헐크/브루스 배너가 일정 부분 담당하게 되죠.
개인적으로 MCU에서 웃겼던 장면들은 대부분 마크 러팔로의 브루스 배너/헐크가 담당했던 거 같습니다.
헐크버스터 타고 신나서 좋아하다 자빠져서 오코예의 경멸을 받는 장면이 특히 웃겼네요ㅋㅋㅋ
라그나로크에서 토르와 티격태격대는 장면도 개그 그 자체였죠
지구는 너 진짜 싫어한다고 하니까 삐졌다가 달래려는 토르와 대화하면서
대유치하게 자기는 활활 타오르는 불이라고 하면서 토르는 물 같다고 한다거나ㅋㅋ
빼졌다가 화해하고 친해져서 "친구야 가지마잉~" 하는 장면은 귀여웠죠ㅋㅋㅋㅋ
덩치만 커다란 3~4살 짜리의 모습을 보는 듯한,,,
토니 스타크의 바지가 너무 낑긴다고 투덜대고
토르가 아스가르드를 구하기 위해서 헐크의 힘이 필요하다고 하니까
배너가 자기는 박사 학위 7개 있는데 헐크는 하나도 없다고 하기도 하고 ㅋㅋ
엔드게임에서도 팬케이크 장면으로 관객들의 큰 웃음을 선사했죠.
전체적으로 한없이 무거울 수 있는 분위기의 전반부를 조금 견딜 수 있게 만들어준 거 같습니다.
루소 형제의 말대로 사람들이 웃기 시작할 때 오히려 슬픈 감정도 더 잘 받아들일 수 있기도 하구요.
엔드게임의 숨은 히어로
엔드게임에서 헐크는 '또' 안 싸우기는 했지만
(물론 전투에 참가하기는 했습니다)
그래도 조용히 할 일을 다 했습니다.
인피니티 스톤을 모아서 먼지가 된 사람들을 되돌릴 때
감마선으로 단련된 헐크의 육체가 아니면 스톤들의 힘을 버티기가 어려웠죠. (감독에 따르면 살 찐 버전의 토르는 불가능했고, 캡틴 마블도 어려웠을 거라 합니다.)
이미 나타샤(블랙 위도우)가 희생된 마당에 단순히 스톤을 모으고 쓰는 데만 2명의 캐릭터가 죽을 수는 없었습니다.
또 그냥 스톤들을 모았다가 쓰는 장면에서 누군가 죽어야 한다면 그걸 드라마로 감동적으로 연출하기도 쉽지 않았을 거 같고
이후에 이어지는 타노스와의 전투 때문에 슬퍼할 여유도 없는 허망한 죽음이 됐을 겁니다.
타노스를 물리친다거나, 블랙 오더와 싸운다거나 그런 최종병기로서의 헐크의 모습은 아니지만..
그래도 작중에서 필요한 역할을 해준 거죠.
마크 러팔로와 케빈 파이기는 헐크 솔로 영화를 못 찍는 대신 일종의 라그나로크부터 인피니티 워, 엔드게임까지 작은 헐크 삼부작을 만들기로 합니다.
라그나로크에서는 헐크가 배너의 인격을 차지하고 2살 어린 애 같은 모습을 보이죠. 그러다가 인피니티 워에서는 배너로 돌아와서 헐크와 배너가 다툼을 벌입니다. 2살짜리 싸움광과 천재 과학자가 서로 화합하지 못 하고 서로를 싫어하며 필요할 때만 불러내죠.
그러다가 엔드게임에서는 마침내 두 캐릭터가 융합을 이룹니다.
그래서 전투광인 헐크의 모습으로 다른 이들을 위해 희생할 수 있었던 거죠.
단체 영화의 일부이긴 하지만 헐크의 스토리 여정이 이렇게 마무리 됐습니다.
헐크의 미래
MCU 현재의 타임라인에서 하차가 확정된 아이언 맨, 캡틴 아메리카, 블랙 위도우와 달리
헐크는 일단 목숨에는 지장 없이 남았습니다.
오른팔이 거의 복구 불능 수준으로 망가진 거 같긴 하니 앞으로 전투 멤버로는 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긴 하네요.
만약 앞으로 MCU에 계속 나온다면 사랑하는 친구와 여인(나타샤)를 잃고 현자로 거듭난 헐크를 만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첨단 미래과학과 마법의 세계인 MCU이다 보니 어떻게 치료할 수도 있고하니 속단은 금물이겠죠.
그리고 김수현이 연기했던 헬렌 조의 아들인 아마데우스 조가 새로운 헐크로 언젠가 MCU에 합류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원조 헐크가 스승격 포지션으로 아마데우스 조의 성장을 도울 수도 있겠구요.
(호크아이도 케이트 비숍 내지 딸을 새로운 호크아이로 길러내는 스토리 라인을 전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죠)
발키리가 아스가르드의 새 국왕으로서 어쩌면 디즈니+ 등을 통해 자신만의 새로운 여정을 보여줄 수도 있기 때문에 가장 친한 친구인 헐크가 여기서 모습을 비칠지도 모르겠네요.
마크 러팔로는 마블 스튜디오와 6편 계약을 한 걸로 알려졌고, 현재 카메오 출연을 제외하면 5편이라 최소 아직 한 번 더 출연할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유니버설 배급권 문제로 플래닛 헐크 - 월드 워 헐크 스토리 라인을 못 살리는 게 아쉽네요.
헐크 덕분에 참 즐거운 11년이었던 거 같습니다.
"난 항상 화가 나 있거든"
마크 러팔로의 헐크가 앞으로도 MCU에서 하차하지 말고 멋진 활약을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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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 사가 최종보스인 타노스의 강함을 제대로 어필하는 장면이었죠;;;;
엔드게임에서 순둥순둥해진 완전체 헐크도 좋았습니다. 색다른 헐크였어요.
지능 + 완력을 갖춘 완전체 캐릭인데 바로 전력에서 이탈해서 그 점이 아쉬웟습니다. 완다는 설욕의 기회가 있었는데ㅠ
정리하신 글이 정성스럽고 읽기 편해서 너무 좋았네요.
멋진 글 감사하고 잘 읽었습니다.
점점 약한 모습 보이는 헐크지만 존재만으로 안심되는 그런게 있었는데 타노스랑 싸울때는 좀 충격이었네요.
글 너무 좋아서.. 다른 캐릭터 글도 써주시면 안될지.. 조심스레 여쭤봅니다ㅎㅎ
감사합니다^^ 레고 이벤트가 있어서 좋아하는 헐크 얘기를 호다닥 썼는데, 앞으로 어벤져스 다른 멤버 글도 기회되면 올리겠습니다.
엔드게임 관련 번역 올리려고 가입했는데 관련 이야기를 나눌 분들이 많아 보여서, MCU 얘기 종종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와 정리하신 글 보니 헐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네요.
말씀대로 앞으로도 MCU안에서 멋진 활약 보여주면 좋겠네요^^
낭는다면 원년 멤버로서 자문(?) 역이 될 거 같기도 하네요. 그래도 종종 화난 모습도 봤으면 합니다.
지금까지 헐크는 솔로로써 제대로 된 서사도 없이 그냥 몸빵캐로 이용당했다고만 생각했는 데 쓰신 글 보니 납득이 되네요! 개인적으로 어벤져스 1에서 만큼의 아우라가 아니더라도 mcu세계관에 오래 머물러줬으면 좋겠어요 ㅎㅎ
존재 자체가 증발된 베티 로스나, 어정쩡한 나타샤와의 러브라인 등 솔로 무비가 없는 히어로라 서사에서 아쉬운 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조연으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준 것 같습니다!
확실히 단독 영화가 이어지지 못한 부분이 있는 듯 해요. 그래도 어벤져스 등에서 여느 캐릭터와 다른 여러 모습을 보여줘 좋았어요.
캐릭터 변화가 아쉬운 점도 있지만 그래도 MCU 전체 틀에서 생각하면 좋은 점도 많았던 거 같습니다.
러팔로님 어벤져스1때 봤던모습이랑 지금모습이랑 비교하면 뭔가 더 많이 순해진덧 같은 모습이에요
라그나로크부터 엄청 귀여워졌죠ㅋㅋ
감사합니다!
맞는거 모아서 보니까 맴이 찢어집니다. ㅠㅠ 사랑스러운 헐크 ㅠㅠ
좋은 글 감사합니다! 헐크가 특히 오코예에게 경멸시선 받는 그 장면은...
아직 진정한 헐크스매쉬를 못본거 같아 너무 아쉬워요 ㅠㅠ
극강의 포스 한 번만 더 보여주길 바랬었는데 아쉽아쉽 ㅠㅠㅠㅠㅠ
애정이 느껴지는 글이네요. 잘봤습니다~
헐크가 점점 너프 되는게 어차피 단독 영화 배급 판권이 유니버설에 있어서 솔로 영화 합의점 찾기도 어렵고 복잡해서 그렇다고 하네요
이건 마크러팔로가 직접 얘기하기도 했구요
어차피 계약도 엔드게임으로 끝나서 재계약 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는 보기 힘들듯
6편 계약이고 카메오 제외하면 5편이라 아직 한 번은 더 나올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https://www.google.com/amp/s/observer.com/2019/04/marvel-avengers-actors-contracts-mcu-deals-endgame/amp/
글 잘 읽었습니다!ㅎㅎ
너무 좋은 글이네요 ㅠㅠ
저두 무지막지했던 헐크가 그립기두 하지만
라그나로크-인워-엔겜을 거치면서
극에 윤활유 역할을 해주는 헐크가 참 좋아지더라구요ㅋㅋ
앞으로 더 많이 나왔으면 싶은데 일단 1편이 더 가능성이 있다 말씀하시니 기대가 됩니다ㅋㅋㅋ
헐크에 대한 애정이 톡톡 묻혀나오는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이젠 폭주도 없어서 매력지수가 팍 떨어진 느낌입니다
헐크덕분에 더욱 충격적이었던 인워오프닝이었죠..
다음작품도 기대합니다
전투력 측정기 ㅋㅋㅋㅋㅋㅋ
헐크를 이렇게 되짚어주시다니. 정독했어요 ㅜㅜ 글 잘 봤습니다!!
헐크는 후속작품에서도 활약할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마블이 캐릭터를 사용할 의향만 있다면 말이죠.
미블이 후속캐릭터로 쉬헐크나 레드헐크를 내놓을진 아직 모르겠지만, 배우가 교체되든 마크러팔로 재계약이 되든 헐크 캐릭터가 mcu내에서 활용된다면 가장 좋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해요.
바로 만화책판 히어로팀 중 하나인 디펜더스를 실사화 하는거죠. 이미 세계관 내에 닥터와 발키리가 존재하고 있고, 케빈파이기가 네이머의 등장 가능성에 답변을 준 만큼 적어도 팀업무비의 가능성은 커졌다고 생각해요. 여기에 폭스 인수로 인해 실버서퍼 캐릭터의 활용 등장도 가능하니...솔로무비가 못나오는 헐크캐릭터를 활용하려면 디펜더스 팀의 실사화가 최적이죠.
잘 안 되긴 했지만 세계관 내에 동명의 팀이 있어서 팀명 자체는 다르게 가져가겠지만, 팀업 무비가 나온다면 괜찮을 거 같네요.
넷플릭스 스트릿팀 버전은 아무래도 가망이 없어보이는게... 마블텔레비전이 2년동안 제작도 못하고 팀업드라마가 크게 이슈가 되지도 못해서 영화판 타이틀로 쓰여도 크게 문제는 없을거 같다고 생각되요. 되찾아 와도 복각될지도 아직 미지수기도 하고요. 더군다나 드라마팀은 팀명이 작중에 나오거나 세계관내에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것도 아니니... 원조 디펜더스의 리더인 닥터가 팀 타이틀을 되찾는게 명분상 더 좋지 않을가 싶더라고요~
밀도 높은 양질의 글 잘읽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헐크의 매력은 다른 히어로들 처럼
잘 갖춰진 쫄쫄이가 아니라 그리고 정제되고 조절 가능하지 않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힘 때문이었는데
엔드게임은 그래서 좀 아쉽더라구요.
헐크의 야성이 너무 죽어버리긴 했죠ㅠ
좋은 글이네요!
글 잘 봤습니다.^^
타노스에게 깨지는 모습이 정말 충격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