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관람평(스포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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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평론가의 라이브톡 프로그램으로 조금 전에 관람하고 왔습니다.
아래는 평론가님이 거의 언급하지 않았던 제 감상입니다.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으니 아직 관람 안하신 분들은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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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독특한 시대극은 치정극으로서도 권력투쟁기로서도 다양하게 접근 가능하다.
요르고스 란티모스가 연출 테크닉에 있어서 경지에 올랐다는 자신감이 매 씬마다 느껴진다(제작 속도 또한 가속되고 있다)
우연이든 필연이든 그 모든 투쟁과 사건들은 결국 여왕에게 봉사하는 이야기라 본다.
검색해보면 초상화는 고매하게 그려져 있지만 앤 여왕(Queen Anne)은 실제로 영국 군주 중에 가장 비만으로 알려져 있다. 거동이 불편해 기계식 승강기를 타고 이동할 정도. 이 영화에서도 흥미롭게 끊임없이 하강과 상승의 이미지가 있다(추락과 복권이란 단어로도 대체 가능하다)
감독의 전작인 <킬링 디어>에서 가장 사악한 인물이 킴(래피 캐시디)이였다면, 이번 작에서 표면적으로 가장 사악한 인물은 애비게일(엠마 스톤)으로 보인다. 그런데 마지막에 토끼를 짓밟는 이 인물의 특성이 그녀의 기구한 사연에 의해 만들어진 사악함인지, 태생적인 사악함인지는 약간의 모호함이 있다.
그럼에도 사악함과는 관계없이 나에게 가장 무서운 인물은 뜻밖에도 앤 여왕(올리비아 콜맨)이다.
흥미로운 건 그렇게나 화려하고 넓은 궁정 안을 둘러보는 카메라의 시선이 마치 판옵티콘(벤담이 제안한 교도소 형태)을 연상케 한다는 것. 이를테면 아름다운 감옥처럼. 특히 여왕에겐 그러할 것이다. 감독은 계속해서 광각, 롱숏, 혹은 어안렌즈에 가까운 프레임으로 패닝하여 이리저리 우스꽝스러운 궁정 안을 ‘감시’하듯 둘러보고 있다.
나는 이 영화를 ‘각성’의 과정으로 보았다. 관객을 각성시키는 것이 아니라 여왕을 각성시키게 되는 투쟁의 과정. 끝내 초대 그레이트브리튼 왕국의 수장으로서 라이징하는 이야기.
마지막에 디졸브 되는 토끼 무리는 갖가지 해석이 가능하도록 느슨하게 열려있다. 그러나 확실한 건 애비가일이 밟는 토끼와 여왕이 머리끄댕이를 잡고 짓누르는 애비가일의 모습은 즉각적으로 병치되어 있다는 것. 토끼는 번식력의 상징이기도 하다. 여왕의 상실이 앞으로도 번식할거라 볼 수도 있겠지만 다르게도 볼 여지가 있을 것이다. 혹은 그레이트브리튼의 민중으로 볼 수도 있다. 귀족들에게 ‘짓밟히게’ 될 운명이겠지만.
물론 영화의 무서운 집중력과 캐릭터의 대립에서 나오는 에너지는 강력하다. 하지만 관객으로서 조소와 관찰은 할 수 있어도 각성은 잘 되지 않는다. 그건 캐릭터의 몫이다. 전작인 <킬링 디어>는 신화가 21세기에 오작동 될 수도 있음을 각성시켰다.
<더 페이버릿>은 세 캐릭터들이 변수로서 맞물린다. 그러나 이건 이미 주연으로 정해진 세 여성 캐릭터들로부터 예정된 변수였다. 남성캐릭터들은 철저한 상수로서 남는다. 흥미는 가지만 의외성이 주는 활력은 부족하다. 전작인 <킬링 디어>가 놀라웠던 건 상수인줄만 알았던 킴이 변수였기 때문이다.
명확한 것은 절뚝거리던 이 여왕이 고기맛(영국왕의 상징=사자)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유아적 퇴행에 가까운 이전의 모습에서 통치자의 모습으로 왕좌에 올라서고 있다.
'궁중암투극 속에서 각성된 여왕의 라이징'
★★★★
텐더로인
추천인 11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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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유력한 아카데미 작품상이지 않을지...아직 다른 작품들을 다 보지 못했지만,,강렬하긴 했습니다,,마지막 크레딧 올라갈때 ost도 궁금하더군요,,,뭔가 의미가 있는건지,,, 정식 개봉하면 한번더 보고 싶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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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와 더불어 최다부문 노미네이트라 유력후보죠. 엔딩곡은 엘튼 존의 'Skyline Pigeon'인데 하프시코드가 사용되어서 찬송가적인 경건한 느낌도 듭니다. 새장의 비둘기가 자유를 그리는 내용의 가사인데 영화속의 인물들을 떠올리면 의미심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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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작품을 봤는데도 본 사람의 내공이 다르니 이렇게 깊이있는 분석도 가능하군요. 제 감상글이 부끄러워집니다. +사회문화 수업시간에 들었던 '판옵티콘'. 오랜만에 들어서 반가운 단어입니다.
제 감상글은 제목에 '스포없음'을 달아놔서 댓글 주신 것에 대댓글을 여기서 말씀 드리면, 저는 결말의 내용적인 부분은 일종의 열린 결말이라 생각해서 나쁘지 않았는데.. 그 암전으로 영화를 끝내는 형식이 좀 싫었습니다. 그 짧은 시간에 속으로 '끝이야? 끝이라고? 아니겠지.. 뭔가 더 있을 것 같은데.. 제발!' 이랬는데 결국 제목 다시 나오고, 배우 이름 나와버리니까 너무 아쉽더라구요. ^^; 주위 다른분들의 반응도 한결 같았어요.ㅎㅎ 다들 재밌게 보셨는데 마무리서 급 아쉬워하는게 느껴지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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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안렌즈 촬영하는 부분의 의도를 '감시'로 읽으신 게 공감이 가네요. 계속해서 CCTV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사실 라이브톡 해설에서 언급이 될 줄 알았는데 그냥 지나가서 확신이 안 들기는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