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타임 7시간짜리 예술영화 [사탄탱고]...
http://extmovie.maxmovie.com/xe/movietalk/43715404
오늘 아침에 raSpberRy 님이 올리신 글입니다.
벨라 타르 감독의 1994년작 영화 <사탄탱고>가 리마스터링돼서 베를린 영화제에서 상영되고, 어쩌면 우리나라에서도 상영될지도 모른다고...
사이트 앤 사운드가 2012년 선정한 역대 최고의 영화 목록에서 35위로 선정되었고,
이동진 평론가가 본인이 생각하는 최고의 영화 10편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한 영화입니다.
(예전에 해설하신 적이 있다고 해서 보고싶은데 해설을 따로 녹화하시진 않은 듯)
적지 않은 익무 분들이 이 영화에 관심이 있어도
7시간이라는 상영시간의 압박, 그리고 지루한 예술영화라는 평가 때문에 보는 건 망설이실 거 같습니다.
영알못인 제가 볼까말까 하다가 가까스로 본 영화 <사탄 탱고>는...
분명 지루했고 난해한 감이 있지만, 무척이나 강렬한 영화적 체험을 선사한 영화입니다.
대충 본 후기를 써보겠습니다 ㅎㅎ
스토리를 대략 말씀드리자면...
지루하기 짝이 없는 외진 시골 마을에서 사람들이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고 그 중 일부는 돈을 챙겨서 마을을 떠나려던 와중에,
죽은 것으로 소문이 났던 "이리미아스"라는 청년이 마을에 돌아옵니다. (위 사진의 가운데 남자)
마을 사람들 일부는 그를 경계하지만, 이리미아스는 이미 '무언가'를 계획하고 있었고
어떤 사건을 계기로 계획을 실천에 옮기기 시작합니다.
...예상했지만 정말 지루합니다 ㅋㅋㅋㅋ
사건의 밀도가 매우 낮을 뿐만아니라, 장면 하나하나를 기가 막힐 정도로 길게 찍습니다. 그냥 걸어다니는 장면까지도요.
개인적으로 지루하다 못해 정신이 혼미해진 장면은
어떤 아저씨가 술취해서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걸 10분간 롱테이크로 찍은 장면과
그 다음에 술취한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반복되는 노래에 막춤추는 걸 또 10분간 롱테이크로 찍은 장면...
(뻘짓하는 사람들 덕분에 작중 유일하게 웃기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ㅋ)
하지만 이 길게 늘어진 전개가 감독의 연출력 부족 때문은 아닌 듯합니다. (평범한 감독이라면 오히려 짧게 만들었을 것 같습니다)
길게 늘어진다는 점만 빼면 영화의 연출은 정말 좋습니다.
그저 인물들이 걸어가는 모습, 마을의 전경, 도시의 풍경 등 장면 하나하나가 굉장히 서늘하고 삭막하면서도 몽환적인 느낌을 줍니다.
또 카메라의 움직이 정적이면서도 수려하구요.
배우들의 연기도, 연기를 담아내는 연출도 좋습니다. 특히 "이리미아스"라는 캐릭터는 시종일관 담담하게 말함에도 불구하고 기묘한 카리스마를 발산합니다.
무엇보다 영화를 다 보고나면, 고립되고 암울한 세계를 이 영화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영화가 주는 정서가 강렬하게 새겨집니다.
특유의 느릿한 연출 방식이 "효율적"인 연출은 아니지만 매우 "효과적"인 연출인 셈이죠.
1부와 2부는 전개가 상당히 늘어지지만, 서로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엮이는 구조로 은근히 흥미롭게 구성되어있습니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의<엘리펀트>가 생각났는데, 실제로 구스 반 산트 감독이 벨라 타르 감독의 영향을 받았다네요.)
3부의 초중반부는 이야기의 밀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그 전 이야기들의 정서가 누적되고, 작품의 주제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면서 비교적 몰입감있게 전개됩니다.
근데 3부도 후반부는 다시 늘어지고 난해해져요 ㅋㅋ;;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자세하게 설명하긴 어렵지만, 무척이나 염세적인 주제의식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종교적으로 보면) 신이 존재하긴 하지만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수준으로 그저 관망만 하는 세계,
(현실적으로 보면) 사회 제도와 정의가 닿지 못하는 고립되고 폐쇄적인 세계에서 어떤 일이 생기는지를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솔직히 이 부분은 저만의 요상한 해석일 수도 있습니다 ㅎㅎ;;)
모두가 좋아할 만한 영화는 결코 아니지만,
적지 않은 분들에게 잊을 수 없는 여운을 줄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중에 영화제 같은 곳에서 보시든, 집에서 보시든 기회가 된다면 도전(!)해보시길 ㅎㅎ
추천인 7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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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간 화장실 안가고 도전은 힘들듯 ㅜ

다행이긴 하네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1일당 2시간씩 나눠서 관람하며, <사탄 탱고>만에 철학과 관찰이 담겨있는 롱테이크를 천천히 음미해봤어요!
아마도 벨라 타르는 '뤼미에르 형제'의 정신을 가장 이상적으로 승계 받은 작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ㅎㅎ

7시간이라니..와..엄두가 안 나네요.^^
네 3시간 30분만 되도 긴 영화인데 그 두배라니 ㅋㅋ;;

말씀해주신 스토리만 보면 재미있을 것 같네요.
하지만 7시간에 걸쳐 본다면 힘들겠죠;;?^^
네 ㅎㅎ 이야기가 본 궤도에 오르기 전 마을 사람들 이야기가 러닝타임의 거의 절반을 차지해요... (그렇다고 이 부분을 건너뛰면 후반부의 여운을 못 느낄듯)
7시간이라니ㄷㄷㄷㄷ
많이 부담스럽긴 하죠 ㅋㅋ
이건 그냥 7부작 드라마군요!
분량은 그렇지만... 보통 드라마는 각 화마다 독립된 재미를 추구하는데 이 영화는 큰그림(?)이 더 중요한 영화라서 훨씬 보기 힘들 거에요 ㅋㅋ;;
다 보면 진이 쫘악 빠지겠네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