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15
  • 쓰기
  • 검색

러닝타임 7시간짜리 예술영화 [사탄탱고]...

앵그리드버드맨
5544 7 15

사탄탱고.jpg

 

http://extmovie.maxmovie.com/xe/movietalk/43715404

오늘 아침에 raSpberRy 님이 올리신 글입니다.

벨라 타르 감독의 1994년작 영화 <사탄탱고>가 리마스터링돼서 베를린 영화제에서 상영되고, 어쩌면 우리나라에서도 상영될지도 모른다고...

사이트 앤 사운드가 2012년 선정한 역대 최고의 영화 목록에서 35위로 선정되었고,

이동진 평론가가 본인이 생각하는 최고의 영화 10편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한 영화입니다.

(예전에 해설하신 적이 있다고 해서 보고싶은데 해설을 따로 녹화하시진 않은 듯)

 

적지 않은 익무 분들이 이 영화에 관심이 있어도

7시간이라는 상영시간의 압박, 그리고 지루한 예술영화라는 평가 때문에 보는 건 망설이실 거 같습니다.

 

영알못인 제가 볼까말까 하다가 가까스로 본 영화 <사탄 탱고>...

분명 지루했고 난해한 감이 있지만, 무척이나 강렬한 영화적 체험을 선사한 영화입니다.

대충 본 후기를 써보겠습니다 ㅎㅎ

 

 

스토리를 대략 말씀드리자면...

지루하기 짝이 없는 외진 시골 마을에서 사람들이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고 그 중 일부는 돈을 챙겨서 마을을 떠나려던 와중에,

죽은 것으로 소문이 났던 "이리미아스"라는 청년이 마을에 돌아옵니다. (위 사진의 가운데 남자)

마을 사람들 일부는 그를 경계하지만, 이리미아스는 이미 '무언가'를 계획하고 있었고

어떤 사건을 계기로 계획을 실천에 옮기기 시작합니다.

 

 

...예상했지만 정말 지루합니다 ㅋㅋㅋㅋ

사건의 밀도가 매우 낮을 뿐만아니라, 장면 하나하나를 기가 막힐 정도로 길게 찍습니다. 그냥 걸어다니는 장면까지도요.

개인적으로 지루하다 못해 정신이 혼미해진 장면은

어떤 아저씨가 술취해서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걸 10분간 롱테이크로 찍은 장면과

그 다음에 술취한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반복되는 노래에 막춤추는 걸 또 10분간 롱테이크로 찍은 장면...

(뻘짓하는 사람들 덕분에 작중 유일하게 웃기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

 

 

하지만 이 길게 늘어진 전개가 감독의 연출력 부족 때문은 아닌 듯합니다(평범한 감독이라면 오히려 짧게 만들었을 것 같습니다)

길게 늘어진다는 점만 빼면 영화의 연출은 정말 좋습니다.

그저 인물들이 걸어가는 모습, 마을의 전경, 도시의 풍경 등 장면 하나하나가 굉장히 서늘하고 삭막하면서도 몽환적인 느낌을 줍니다.

또 카메라의 움직이 정적이면서도 수려하구요.

배우들의 연기도, 연기를 담아내는 연출도 좋습니다. 특히 "이리미아스"라는 캐릭터는 시종일관 담담하게 말함에도 불구하고 기묘한 카리스마를 발산합니다.

 

무엇보다 영화를 다 보고나면고립되고 암울한 세계를 이 영화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영화가 주는 정서가 강렬하게 새겨집니다.

특유의 느릿한 연출 방식이 "효율적"인 연출은 아니지만 매우 "효과적"인 연출인 셈이죠.

 

 

1부와 2부는 전개가 상당히 늘어지지만, 서로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엮이는 구조로 은근히 흥미롭게 구성되어있습니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의<엘리펀트>가 생각났는데, 실제로 구스 반 산트 감독이 벨라 타르 감독의 영향을 받았다네요.)

3부의 초중반부는 이야기의 밀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그 전 이야기들의 정서가 누적되고, 작품의 주제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면서 비교적 몰입감있게 전개됩니다.

근데 3부도 후반부는 다시 늘어지고 난해해져요 ㅋㅋ;;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자세하게 설명하긴 어렵지만, 무척이나 염세적인 주제의식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종교적으로 보면) 신이 존재하긴 하지만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수준으로 그저 관망만 하는 세계,

(현실적으로 보면) 사회 제도와 정의가 닿지 못하는 고립되고 폐쇄적인 세계에서 어떤 일이 생기는지를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솔직히 이 부분은 저만의 요상한 해석일 수도 있습니다 ㅎㅎ;;)

 

 

모두가 좋아할 만한 영화는 결코 아니지만,

적지 않은 분들에게 잊을 수 없는 여운을 줄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중에 영화제 같은 곳에서 보시든, 집에서 보시든 기회가 된다면 도전(!)해보시길 ㅎㅎ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7

  • 벛꽃배
    벛꽃배
  • golgo
    golgo
  • 마법사
    마법사
  • Boba
    Boba

댓글 15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FILMMAKER
네 ㅋㅋㅋ 4시간짜리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도 며칠에 걸쳐서 봤는데 7시간짜리 영화를 하루만에 보려니...어휴 ㅠ
00:04
19.02.11.
profile image 3등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1일당 2시간씩 나눠서 관람하며, <사탄 탱고>만에 철학과 관찰이 담겨있는 롱테이크를 천천히 음미해봤어요!

 

아마도 벨라 타르는 '뤼미에르 형제'의 정신을 가장 이상적으로 승계 받은 작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ㅎㅎ

00:09
19.02.11.
Balancist
좋게 보셨군요 ㅎㅎ 사실 벨라 타르 감독의 다른 작품은 못 봤는데 더 봐야겠네요. 은퇴작 [토리노의 말]도 정말 걸작이라고 하던데 말이죠 ㅎㅎ
00:13
19.02.11.
profile image

말씀해주신 스토리만 보면 재미있을 것 같네요.

하지만 7시간에 걸쳐 본다면 힘들겠죠;;?^^

01:29
19.02.11.
벛꽃배

네 ㅎㅎ 이야기가 본 궤도에 오르기 전 마을 사람들 이야기가 러닝타임의 거의 절반을 차지해요... (그렇다고 이 부분을 건너뛰면 후반부의 여운을 못 느낄듯)

08:30
19.02.11.
루미디

분량은 그렇지만... 보통 드라마는 각 화마다 독립된 재미를 추구하는데 이 영화는 큰그림(?)이 더 중요한 영화라서 훨씬 보기 힘들 거에요 ㅋㅋ;;

14:50
19.02.11.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니캡] 시사회 당첨자입니다. 익무노예 익무노예 18시간 전19:00 2121
공지 [말없는 소녀]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6 익무노예 익무노예 5일 전22:15 3375
HOT 아마존 MGM 스튜디오,에디 머피-피트 데이비슨 액션 코미디 ... 2 Tulee Tulee 1시간 전12:26 189
HOT 아마데우스 후기 2 에에올 1시간 전12:24 201
HOT 이매지너리움-아티스트 스튜디오,케이팝 스파이 스릴러 <... 1 Tulee Tulee 1시간 전12:11 221
HOT 넷플릭스 6월 신작들 1 NeoSun NeoSun 1시간 전12:00 398
HOT 브래드 피트, “개인사가 늘 뉴스에 오르는 건 피곤한 일”..&... 3 카란 카란 1시간 전11:46 586
HOT 윤아가 올린 드라마 <폭군의 셰프> ‘연지영’ 스틸 2 NeoSun NeoSun 2시간 전10:57 807
HOT 성룡 신작 '베스트 키드: 레전드' 로튼 리뷰 번역 3 golgo golgo 3시간 전10:26 802
HOT 씨너스 음악 영화로서 정말 좋네요 2 영화그리고 영화그리고 3시간 전10:13 685
HOT 크리스 헴스워스가 올린 마블 팬들에게 감사 메시지 5 NeoSun NeoSun 4시간 전09:19 838
HOT 넷플릭스 <맨 끝줄 소년> 최민식, 최현욱, 허준호, 김... 6 NeoSun NeoSun 4시간 전09:07 1481
HOT 올리비아 쿡, 클로이 오쿠노 감독 네온 스릴러 '브라이... 3 NeoSun NeoSun 4시간 전08:52 454
HOT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초화려! 작열하는 떡잎마을 댄서즈 ... 3 호러블맨 호러블맨 4시간 전08:45 603
HOT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 캐릭터 카드 이미지 1 golgo golgo 4시간 전08:44 715
HOT [라이언 일병 구하기] 티저 예고편 4 시작 시작 4시간 전08:41 769
HOT <F1 더 무비> 특별 포스터 공개 1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5시간 전08:06 771
HOT 김소현 엘르 6월호 화보 1 e260 e260 6시간 전07:27 594
HOT 키아누 리브스 ‘굿 포춘‘ 첫 티저 3 NeoSun NeoSun 6시간 전06:53 942
HOT [아마데우스]시사회 후기 2 피아노걸 피아노걸 12시간 전00:33 2544
HOT 2025년 5월 28일 국내 박스오피스 2 golgo golgo 13시간 전00:01 2948
HOT 크리스 에반스, 칸 영화제 대신 어머니의 70번째 생일 택했다 2 카란 카란 13시간 전23:45 3464
1177401
image
NeoSun NeoSun 21분 전13:06 93
1177400
normal
쾌남홍길동 40분 전12:47 117
1177399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41분 전12:46 168
1177398
image
Tulee Tulee 1시간 전12:26 122
1177397
image
Tulee Tulee 1시간 전12:26 189
1177396
image
Tulee Tulee 1시간 전12:25 91
1177395
normal
에에올 1시간 전12:24 201
1177394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시간 전12:20 192
1177393
image
Tulee Tulee 1시간 전12:11 94
1177392
image
Tulee Tulee 1시간 전12:11 221
1177391
image
Tulee Tulee 1시간 전12:10 75
1177390
image
Tulee Tulee 1시간 전12:10 134
1177389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2:00 398
1177388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1:59 157
1177387
image
카란 카란 1시간 전11:46 586
1177386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1:01 364
1177385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0:57 807
1177384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0:38 677
1177383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0:28 548
1177382
image
golgo golgo 3시간 전10:26 802
1177381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10:25 351
1177380
normal
단테알리기에리 3시간 전10:21 222
1177379
image
토루크막토 3시간 전10:15 269
1177378
normal
영화그리고 영화그리고 3시간 전10:13 685
1177377
normal
평점기계(eico) 평점기계(eico) 3시간 전10:11 463
1177376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3시간 전09:53 274
1177375
image
시작 시작 3시간 전09:31 811
1177374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09:22 439
1177373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09:19 838
1177372
image
golgo golgo 4시간 전09:15 340
1177371
image
golgo golgo 4시간 전09:11 284
1177370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09:09 487
1177369
image
NeoSun NeoSun 4시간 전09:07 1481
1177368
image
golgo golgo 4시간 전09:04 501
1177367
image
golgo golgo 4시간 전08:57 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