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라 보고 왔어요(스포)
날씨가 꾸물꾸물한 게 아수라 같은 영화를 보기 참 좋은 날이네요ㅎㅎ
제목 그대로 영화 <아수라> 보고 왔습니다.
장르소설 독자들 사이에 떠도는 이야기 중에
로맨스는 여자들의 무협이고, 무협은 남자들의 로맨스다, 라는 말이 있어요.
<아수라>를 보고 나니 부패한 고위공직자, 상류층이라는 클리셰는
마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재벌 2세, 3세 남자주인공 같은 게 아닌가 생각이 들더군요.
재벌 2, 3세와 평범한 여자의 로맨스라는 환타지를 통해 대리만족 하듯
부패한 고위공직자 혹은 재벌 등 상류층을 응징하는 스토리를 통해 환타지를 충족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어차피 환타지라지만 핵심은 이 클리셰를 얼마나 개연성 있게, 그럴 듯 하게 보여주는가인데
<아수라>의 경우 이 부분에서 호불호가 갈릴 여지가 크지 않나 싶네요.
다 나쁜 놈들이라고 하지만 결국 이 영화의 끝판왕은 황정민이 연기하는 박성배 시장이죠.
정치인이고 민선 시장인데 문제는 내일이 없는 악행의 끝이 어지간한 조직폭력배 보스 못지 않다는 거.
보통 정치인이면 좀 더 높은 곳을 지향하기 마련이고 (그 끝은 대통령이겠지요),
그게 아니면 돈이 목적인데 마약 유통도 할 수 있는 인물이 굳이 시장을 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어둠의 인물, 범죄 조직의 수장 같은 위치도 아닌데 너무 뒷일을 생각하지 않더라구요.
그냥 정우성이 맡은 한도경과 주지훈이 맡은 문선모를 궁지에 몰기 위한 장치로밖에 안 보였습니다.
김차인 검사로 대변되는 검찰과 박성배 시장 사이에서 옴쭉달싹 못하는
한도경의 처지와 심리, 결국 그가 불러일으킨 파국이라는 줄거리는 흥미진진했지만
박성배의 행동과 그 악행의 범위가 너무 극단적이라 오히려 쫄리는 맛은 덜하더라구요.
박성배와 김차인 사이에 낀 한도경은 참 불쌍했습니다ㅋㅋㅋㅋㅋ
황정민과 곽도원 사이에 낀 정우성의 처지가 진짜 딱해보였다는ㅋㅋㅋㅋ
황정민, 곽도원이야 워낙 연기로는 더 말 할 것도 없는 배우들이라 굳이 찬양하려니 입 아프구요,
개인적으로는 김원해와 주지훈, 정만식 배우가 인상 깊었네요.
김차인 검사와 검찰수사관 사이에도 서사나 이야기를 뽑으려면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아 보이던데
영화의 초점이 이쪽이 아닌 것이 아쉬웠어요.
정우성의 연기는 정우성 개인으로 따지고 본다면 괜찮은 연기였는데
다른 배우들이 워낙 뛰어나서 아쉽긴 하더군요.
그래도 마약을 실은 승합차와의 자동차 추격전에서 휙 돌아버린 연기는 좋았습니다.
장면 자체로도 도드라지게 잘 찍은 장면이었다고 봐요.
악마를 보았다 수준이라고 해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갔는데
잔인함의 수준은 악마를 보았다>>>>>>>아수라>>>신세계 라고 느꼈습니다.
사나이 픽쳐스는 아예 이런 스타일의 남자 영화 특화 제작사로 가는 거 같은데
이런 제작사가 하나 정도 있는 건 나쁘지 않은 거 같아요.
문제는 너무 많이 만들어진다는 거죠.
박성배라는 캐릭터의 개연성 문제를 가볍게 넘길 수 있다면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라 생각합니다.
전 한참 재미있게 보다가 마지막에 검사와 검찰 수사관들을 모두 장례식장으로 불러들여
몰살시켜버리려고 날뛰는 순간 몰입감이 확 깨지더라구요.
결과적으로 어떤 비장한 분위기, 처절한 결말만 남은 영화였네요.
물론 '느와르'란 그런 것이다, 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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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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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큰 도시도 아니던데 8천억이라..
어쨌든 영화 상 그렇게 나온다니 목적에 충실하긴 하군요.
확실히 대한민국 수도권에 위치한 도시의 시장이라기보다는
왠지 멕시코나 남미의 작은 도시의 무소불위의 권력자 느낌이었어요.
잔인한거나 액션을 기대하고 갔었는데 ㅎㅎ
너무 적어서 놀람
잔인한 장면은 꽤 있었는데 액션씬은 확실히 기대보다 적었죠.
이런 류의 영화는 시그니처가 될 만한 액션씬 하나 정도는 있어줄 법 한데 말이죠.
제가 본 중에는 잔인함으로는 아직 악마를 보았다를 넘을 한국 영화는 없는 거 같아요.
물리적으로 잔인하기도 하지만 심리적인 잔인함이 진짜 어마어마했죠.
있어서 이상하진 않았는데,한국보단 수부라같은 외국 영화에
나오는 시장같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