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 말렉 <아마추어>, 지능형 히어로 그리고 <미스터 로봇> 이후의 이야기

— <아마추어>는 배우뿐 아니라 프로듀서로도 참여한 첫 작품입니다. 언제부터 제작에 대한 꿈을 품고 있었나요?
<마스터>(2012)에서 촬영한 독백 장면이 편집에서 통째로 잘린 적이 있었어요. 그때 처음으로 “언젠가 제작자로서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이후 <미스터 로봇>으로 에미상, <보헤미안 랩소디>로 아카데미 상, <오펜하이머>와 <007: 노 타임 투 다이> 같은 작품에 참여하면서, 드디어 이번 <아마추어>로 그 꿈을 실현할 수 있었습니다. 디즈니와 20세기 스튜디오라는 대형 스튜디오와 함께 한 것도 저에겐 큰 성취입니다.
— 영화 예고편 중 폭발 장면에서 일반적인 ‘침착한 히어로’와 달리 움찔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연기 디테일에 특별한 영감이 있었나요?
네, <다크 나이트>에서 히스 레저의 조커가 병원 폭발 후 살짝 움찔하는 장면이 머리에 오래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 강렬한 캐릭터조차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 오히려 장면의 진정성을 더해줬죠. 그래서 전형적인 ‘무표정 액션 히어로’ 대신, 현실적인 감각을 선택하고 싶었어요. 그것이야말로 이 영화가 추구한 리얼리즘이기도 하고요.
— 출연진 섭외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였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직접 배우들에게 연락했다고요?
공식적으로는 캐스팅 디렉터 마틴 웨어의 공이 큽니다. 저는 멧 갈라에서 레이첼 브로스나한을 만나 연락을 취했고, 커트리나 밸프에게도 직접 접근했습니다. <더 퍼시픽> 때부터 함께한 팀 반 패튼과도 여전히 가까운 사이인데, 우리는 늘 “우리가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들과 일하자”는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그런 기회가 온다면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 주인공 찰리는 늘 과소평가되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위기를 돌파해 나갑니다. 실제로도 그런 면이 본인과 닮았다고 느끼나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전 늘 ‘편집실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었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촬영, 연출, 프로덕션 전반에 관심을 가지게 됐죠. <미스터 로봇>에서의 경험, 특히 촬영감독 토드 캠벨과의 협업은 제게 큰 배움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나하나 익혀온 결과가 지금의 제작자 라미 말렉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 언젠가는 총을 든 전형적인 액션 히어로 캐릭터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했죠. 아직도 그 생각은 유효한가요?
물론입니다. 로렌스 피시번도 멘토 캐릭터를 자주 맡게 된다고 했는데, 저 역시 ‘지적 캐릭터’에 자주 캐스팅됩니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제게 “카메라 앞에서 어떤 독특한 지성미가 있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전 그걸 받아들였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총을 들 수 없는 건 아니잖아요. 언젠가 찰리가 더 전문적인 요원으로 진화하는 이야기를 해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컴퓨터를 다루는 연기를 <미스터 로봇>에서 인상 깊게 선보였는데, <아마추어>에서는 어떻게 다르게 표현하려 했나요?
제임스 하위스 감독과 촬영감독 마틴 루헤가 고안한 ‘치커(cheeker)’라는 샷이 있었어요. 어깨 너머로 제 얼굴 일부와 컴퓨터 화면이 동시에 비치게 하는 방식이죠. 특히 찰리의 안경은 캐릭터의 핵심 소품으로 기능합니다. 잃어버리면 전투력 자체가 떨어지는, 말 그대로 ‘무기’와도 같은 존재예요. 이런 세세한 디테일들이 캐릭터의 현실성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미스터 로봇> 시즌 5나 영화화 가능성에 대해 여전히 많은 팬들이 궁금해합니다. 다시 엘리엇을 만날 수 있을까요?
그건 샘 에스마일과 이야기해봐야겠죠. 얼마 전 런던에서 만났는데, 여전히 그 시절을 함께 떠올립니다. 배우진, 제작진 모두 가족처럼 남아 있습니다. 시리즈가 끝난 건 아쉬웠지만, 정점에서 마무리됐다는 점이 오히려 자랑스럽기도 해요. 엘리엇은 정말 특별한 캐릭터였고, 제가 누구인지 어떤 배우가 될 수 있는지를 바꿔준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마추어>가 그런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이어가기를 기대합니다.
미스터 로봇.. 최근 국산 애니 제목이랑 헷갈리는데..^^;
그 시리즈 평 좋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