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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rling (1946) 아기사슴 플랙. 걸작. 스포일러 있음.

BillEv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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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사슴 플랙이라고 해서 잘 알려진 동화를 영화화한 것이다. 

서부개척시기 산속에 들어가 농사를 지으며 간신히 먹고 사는 벡스터일가의 이야기이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 묻혀서 아기사슴과 뛰놀며 자라는 소년 조디를 그린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전혀 그런 것이 아니다. 

주인공 조디의 아버지 대사로 영화의 주제가 나중에 나온다. "배고픔은 인간을 어디까지나 따라다니는 공포스러운 괴물이다" -> 이것이 주제다. 이 영화는 생존을 위해 처절하게 싸우는 어느 가난한 가족을 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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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훌륭한 점은 이것이다.

이 영화는 어디까지나, 조디라는 소년이 주인공이고 

조디의 눈에 비친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 자연속에서의 삶을 그리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동화적이고 아름답고 서정적인 분위기가 영화에 안 풍길 수 없다.

하지만 동시에, 아름답고 서정적인 장면 속에서,

진짜 주제라고 할 수 있는 처절한 인간의 생존을 선명하게 살려낸다.

두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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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이 돼지를 물어갔다고 하자 깜짝 놀라 

숲으로 곰을 잡으러 갔지만, 

낡은 총이 발사되지 않아 위기에 처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가난과 고통의 모습을 역력히 보여준다.

시멘트를 사서 집 안에 우물을 만들려고 장기계획을 세우는 아버지의 모습이나 

집 안에 우물이 생긴다는 상상만으로도 감격해서 우는 어머니의 모습도 처참하기 그지 없다.

아무리 철없는 소년의 눈으로 보여지는 장면이지만, 

처절함과 비참함은 숨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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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저기서 저러고 살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벡스터가족은 

숲 속에 들어가서 한뻠 밭뙤기 농사를 지으며 산다. 입에 풀칠할 정도로 작물이 나온다. 

예전에 보았을 때는, 주인공인 소년 조디에게 눈이 갔다. 하지만, 지금 보니, 젊은 아버지 어머니의 모습이 

더 눈에 들어온다. 곰곰 생각해 보니, 그들이 무슨 인생을 달관한 중년들이 아니다. 

그레고리 펙은 30세 그리고 제인 와이먼은 29세였다. 아마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나이도 비슷했으리라. 고작 30세 그리고 29세 남녀가 숲에 들어가서 

먹고 살려고 아무 희망도 없는 생존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매일매일 기계적으로 똑같은 일을 하고,

내일 먹을 것이 떨어지지 않을까 두려움에 떨면서 말이다. 내일은 오늘과 다르리라는 아무 희망도 없다. 

이 영화는, 차라리 동화적이고 서정적인 영화라기보다, 호러영화 같다.

 

영화에서 그려지는 아버지 어머니의 모습도 전형적인 미국영화에서 그려지는 개척자의 모습이 아니다.

이 영화에서 그려지는 아버지 어머니의 모습은, 

그런 고난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고 굳건한 모습을 보여주는 영웅이 아니다.

두려움과 불확실성에 떠는 미성숙한 젊은이의 모습이다. 

자기들도 불안하고 지쳤으면서도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려 애쓰는 모습이 지금에야 눈에 들어온다.

조디의 눈에는, 무뚝뚝하고 엄격해 보이는 아버지 어머니다. 

전에 볼 때, 나도 조디의 입장에 감정이입하여, 그들을 엄격하고 융통성 없는 재미없는 사람들로 보았다.

하지만 지금 보니 아니다. 인생을 달관한 나이도 아니고 고작 20대의 젊은이들이, 완고하고 

재미없고 인생의 즐거움을 모르겠는가? 그들은 그런 삶을 살도록 강제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필사적이다. 그들의 조디에 대한 사랑은 간절하고 헌신적이다. 

침몰하는 배 안에 있으면서, 어떻게든 아들을 위해 물에 젖지 않은 한뼘땅을 만들어주려 애쓰는 셈이다.

(조디의 어머니는 조디보다 앞서 태어났던 아이 둘을 유아 때 병으로 잃었다. 이 일 이후, 조디 어머니는

트라우마에 빠져서 조디를 잃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그녀가 어떤 지옥 속에서 살았는지 상상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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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조디는 친구가 없다.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살아간다. 그래서, 자기 애완동물을 가지는 것이 꿈이다. 

어린 사슴을 애완동물로 키우도록 아버지에게 허락을 맡자 뛸듯이 기뻐한다.

하지만, 사슴은 벡스터가족의 명줄이 걸린 밭을 망치고 만다. 밭에 들어가 싹을 짓밟고 뜯어먹는다. 

조디의 아버지 어머니는, 아들을 생각해서 참는다. 사슴이 못들어가도록 울타리를 높이 만든다.

하지만, 사슴은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는다. 이번에는 사슴을 숲에다가 놓고 온다. 

사슴은 길을 외워서 조디의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다시 밭을 망가뜨린다. 

이제 남은 길은 하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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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조디에게 총을 주면서 직접 아기사슴을 쏘아죽이라고 말한다. 

아들도 이제 자기가 처한 상황을 배울 때가 되었다. 

아버지 어머니는 가슴이 찢어진다. 아들이 영영 이 세계의 삶이 지옥이라는 것을 배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아들은 지금 최악 중에서도 최악의 상황에 있다.

이 세계의 삶이 지옥이라는 것을 배우기 위해 자기 친구를 쏘아죽여야 하는 것이다.

 

플랙이 죽자, 조디는 집을 나와서 숲으로 들어간다. 

숲을 며칠동안 방황하면서, 조디는 배고픔과 갈증이라는 것에 시달린다. 

그는 인간에게 오는 최악의 고통을 경험한다. 이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조디는 비로소 아버지와 어머니를 이해하게 된다. 

조디가 집에 돌아오자, 죽을 정도로 걱정하던 아버지 어머니는 기뼈한다. 

아버지는 "굶주림이라는 것이 인간을 따라다니는 공포스런 괴물이라는 것을 너도 배웠구나" 하고 말해준다.

그냥 소년의 성장기 정도로 기억하고 있던 내게, 아버지의 이 대사는 

충격을 주었다. 이거, 우리가 아는 그 성장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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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림이라는 것이 인간을 떠나지 않는 괴물이라고

체념하고 받아들이는 세계가 바로 이 영화 아기사슴 플랙의 세계다. 지옥같은 세계다.

조디의 두 형이 유아 때 죽어서 무덤에 묻혀 있고, 조디의 친구 소년도 갑자기 죽어버리는 세계다. 

비록 조디의 눈에 비친 세계가

푸르른 자연과 햇빛, 맑은 하늘과 깨끗한 강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이 영화는 가장 아름답고 초록초록한 붓으로 

생생한 지옥도를 그린다.   

 

내가 기억하던 것보다 훨씬 더 훌륭한 영화였다.

 

** 이 영화 주연들이 훗날의 대배우 그레고리 펙 그리고 제인 와이먼이다. 그들이 풋풋했던 시기 작품들이다. 제인 와이먼은 미국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의 첫번째 부인이다. **

** 미국 개척기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엄청나게 잘 잡아냈다. 미국인들에게는 아마 노스탤지어를 일으킬 영화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감탄했던 것은 따로 있다. 지루하고 반복적이고 사건 없는 미국개척기 일상을 그린 영화인데도, 보다가 보면 재미가 있다. 작은 사건들도 섬세하게 잡아내서 큰 반향을 일으킨다. 관객들을 빠져들게 한다. 보통 솜씨가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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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onatine
    Sonatine
  • Robo_c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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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llEvans 작성자
kmovielove
조디에게 촛점을 두느냐 아니면 그 부모에게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영화가 확 달라집니다. 분명한 것은, 이 영화는 우리가 아는 그 소년의 성장기는 아닙니다.
12:01
6일 전
BillEvans 작성자
이상건
1946년작이니까, 당시에는 아마 잔인한 현실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네요. 그냥 "당연한 거 아냐?"하고 받아들였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12:02
6일 전
BillEvans 작성자
Robo_cop
영화를 자세히 보면 아주 끔찍합니다. 사실 대사로 위 내용을 다 이야기해줍니다. 그런데, 화면이 워낙 아름답고 자연미 넘쳐서 소년의 아름다운 성장기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죠.
12:03
6일 전
profile image
원작 동화 요약본으로 보았는데도 저 배고픔과 처절함이 딱 전면에 드러나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섬나라에서 각색한 세계명작동화 버전은 되게 순화된 거였던(...)
17:28
5일 전
BillEvans 작성자
잠본이
사실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아주 처절하고 감동적인 영화죠.
00:48
5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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