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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이처럼 사소한 것들(small things like these, 2024) / 팀 밀란츠

영알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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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현 - 고발 영화는 촬영하는 화자는 윤리적 부담을 떠안을 수 밖에 없다. 재현 영화의 윤리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영화는 윤리적으로 가치없을 뿐만 아니라, 영화적으로도 가치가 없다. 따라서 좋은 재현 - 고발 영화는 윤리적 요건과 미학적 성취 모두를 고려해야 한다. 먼저 윤리적 요건에는 자격과 능력이 있다. '그것을 말할 자격이 있는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이 문제를 다뤄야 하는가'가 자격의 요건이라면 '지금 이 시기에 이야기해야 하는가'부터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해야하는가'는 능력의 요건 문제이다. 말할 자격은 누구에게나 있고, 그것이 사건 당사자이면 그 정당성이 더욱 충족(절대적인 것은 아닐 수 있겠지만)되겠지만 모든 당사자가 영화를 기획할 수 있는 것도 아닐뿐더러, 가장 중요하게는 이 문제가 화자 자신의 문제로 환원되기에 관객들은 그 정당성을 추측할 수 밖에 없다 .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것 역시 영화의 해석을 통해 추론해볼 수 있는 문제이므로 수용자 입장에서 각자의 판단에 맡길 일일 것이다. 다만 능력의 요건는 좀 다르다. 에리카 발솜이 언급했듯 '이미지는 증언할 수 있지만 하찮게 보이게 할 수 있고, 감정을 경감시킬 수도 있다(대양의 느낌)'. 따라서 능력의 부족은 영화 수용자로 하여금 윤리적 요건마저 의심케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재현 - 고발 영화의 윤리적 문제는 그 내용이 아니라 스타일로 귀결된다. 즉, '무엇을 말할 것인가' 보다는 '어떻게 말할 것인가'가 윤리적 정당성을 확보화는데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몇 가지 사례가 있다. 국내 사례만 살펴보더라도 국내 뿐만 아니라 외국 평단에서도 극찬한 한공주의 경우, 내용의 충실성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장면 때문에 그 윤리성을 의심받았다(남다은 평론가 <윤리와 폭력과 연민의 이상한 동거>). 또한 자크 리베트는 영화 카포를 비판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축 늘어진 손을 정확하게 묘사하는데 집중하기 위해 주검이 된 여인을 로우 앵글로 프레임 속에 다시 잡으려 트래킹인을 하고 있다. 이렇게 결정한 이 감독, 이 인간은 최고로 경멸을 받아 마땅한 자이다.'

 이미지를 구성한다는 것을 수많은 잠재된 이미지 중 하나의 장면은 건져올려 전시하는 것으로 이해한다면 그 자체로써 의도를 갖을 수 밖에 없게 된다. 또한 하나의 이미지와 그 다음의 이미지를 배치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그 간극 사이에서 의미가 생성되므로 이 역시 의도를 갖게 된다. 따라서 '어떤 이미지를 포착해 전시할 것인가'와 '어떤 방식으로 이미지들을 배치할 것인가', 즉 몽타주가 곧 스타일이며, 이는 곧 영화 제공자가 (특히 재현 - 고발 영화에서는) 모든 이미지의 선택과 배치에서 윤리적 책임을 다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처럼 사소한 순간'에서 주목할만한 것은 '손'의 이미지이다. 석탄운반노동자(이자 사업주)인 빌 펄롱은 매일 귀가 후 아내와 아이가 있는 공간으로 들어가기 전 손을 씻는다. 사실 손을 씻는다는 표현만으로 그 장면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손의 모든 주름 하나하나에 새겨진 노동의 흔적을 솔을 이용해 벅벅 문질러 닦는 행위는 오히려 벗겨낸다라는 형용사가 적절할지도 모른다. 팀 밀란츠 감독은 의도적으로 그리고 집중적으로 손의 이미지를 자주 노출시킨다. 그리고 그 손의 이미지는 곧바로 브레송의 손을 떠올리게 한다. 브레송은 시네마토그라프에 대한 노트에서 이렇게 말한다. '파편화는 재현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한 필수불가결하다. 존재와 사물을 분리된 부분으로 바라볼 것. 부분들을 고립시킬 것. 부분에 새로운 의존성을 주기 위해 서로 독립적이 되도록 할 것'. '이처럼 사소한 순간'에서의 손의 파편화는 브레송의 말처럼 영화가 단지 재현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한 몸부림으로 읽힌다. 과거 부정한 역사를 해결한 사건 자체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손을 보통명사화함으로써 재현에 그치지 않고 보편적 사건의 가능성으로 나아간다. 왜냐하면 손의 파편화로 '빌 펄롱이 손을 씻는다' 라는 언술은 '이름없는 자가 손을 씻는다'로 대체되며 주어가 빈칸으로 남기 때문이다. 그 결과 손의 이미지는 과거에 머무리지 않고 현재와 미래의 손으로까지 확장된다. 바로 그런 점에서 '시네마토그라프는 현실을 극적으로 재현하기보다 파편화를 통해 현실의 진실을 드러내고 하는 영화'(이정하)라는 말은 객관성을 담보받게 된다.

 영화에서 손은 세 번 등장한다. 첫 번째 손의 등장은 빌 펄롱의 집을 처음 보여줄 때 등장함으로써 그가 왜 그토록 손의 청결을 유지하려고 하는지 보여준다. 두번 째는 과거의 이미지와 현재의 이미지를 병치시킴으로써 몽타주 되는 그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보여진다. 마지막으로 그가 카멜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온 후 방으로 들어가기 전 앞에 방식과 마찬가지로 보여진다. 그는 따뜻한 물을 세면대에 채우고 비누로 손을 먼저 씻고 솔을 이용해 그것을 닦는다. 세 번의 이미지는 반복되므로써 사실로서의 상투성을 갖게 된다. 그러나 손을 씻는다, 라는 그 상투적 기표는 시간의 흐름(영화적 배치)에 따라 다른 기의를 생성한다. 미사여구로 치장된 웅변도, 극적인 표정도, 대단한 액션도 없이 단지 손의 이미지만을 활용하여 관객을 설득하는 것. 여기에는 존중이 있다. 노동에 대한 존중과, 윤리적 갈등에 대한 존중, 그리고 그의 선택에 대한 존중이 그것이다. 그 방식은 그를 한 사람의 영웅으로 치켜세우는 대신 그저 익명의 한 사람으로 남겨놓으면서도 그에 대한 예우를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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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갓두조
    갓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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