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호러 No.53] 기이한 연쇄 살인 사건 - 롱레그스
롱레그스 - Longlegs (2024)
기이한 연쇄 살인 사건
오스굿 퍼킨스 감독의 네 번째 장편 <롱레그스>는 90년대 인기를 누린 범죄 스릴러의 정수를 따라가며 호러의 색채를 강하게 덧칠한 작품입니다. 영화를 보면 <양들의 침묵> <세븐> <큐어> <조디악>과 같은 영화들이 떠올려지는데요. 시작은 <양들의 침묵>이며 전개는 <세븐> <조디악>, 그리고 후반으로 갈수록 <큐어>의 느낌이 강해지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정확하게 시대를 밝히진 않지만, FBI 사무실에 클린턴의 사진이 걸린 걸 보면 90년대가 배경인 것 같습니다.
이야기는 FBI 요원 리 하커가 살인자가 현장에 없는 기이한 연쇄 살인 사건을 수사하면서 시작됩니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하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영적 능력을 깨닫게 되고, 상관은 그런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 사건을 해결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수사가 지속되면서 하커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혼란을 겪게 됩니다. 그리고 점점 드러나는 사건의 내막은 충격적입니다.
먼저 이 영화는 성공적인 마케팅으로 화제를 뿌렸습니다. 그리고 "10년 간 가장 무서운 영화"라는 어마무시한 카피가 쓰이면서, 장르팬들의 기대를 미친 듯이 끌어올리고 있죠. 영화를 보는 취향에 따라 <롱레그스>에 대한 평가는 다양해지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은 과장된 표현이기에 일체의 영화 관련 정보나 현혹시키는 평가에 대해서 무시하고 관람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롱레그스>의 가장 큰 매력은 불안과 긴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전개입니다. 금방이라도 뭔가가 폭발할 것 같은 불안감 조성이 일품이죠. 이것은 오스굿 퍼킨스 감독의 유려한 연출력의 힘입니다. 그는 90년대 스릴러의 분위기를 재현하면서 현대적인 감각을 가미합니다. 특히 저조도 카메라 촬영과 제한된 시야각의 활용은 캐릭터가 느끼는 불안과 공포를 극대화합니다. 와이드앵글 렌즈의 사용은 화면에 놀랍도록 불편한 왜곡을 만들어내며, 중앙 프레임 구도는 주변의 비어있는 공간을 의도적으로 강조하면서, 불시에 위협이 튀어나올 것 같은 긴장감을 조성하죠.
화면의 색채도 주목할 만합니다. 차가운 푸른 색조와 따뜻한 황색 조명의 대비는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며, 주인공인 하커의 불안정한 정신 상태를 반영합니다. 때때로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강렬한 붉은 색이 화면을 가득 채울 땐, 캐릭터가 느끼는 몽롱한 시각적 체험을 하게 만듭니다.
인상적인 촬영과 함께 <롱레그스>의 빼놓을 수 없는 요소는 음향과 음악의 활용입니다. 오스굿 퍼킨스 감독은 클리셰적인 호러 영화들의 음향과 음악의 사용 방식을 과감히 탈피하고, 일상적인 소리들을 교묘하게 조작하여 불안감을 조성합니다. 특히 음향의 힘이 대단하기 때문에, 그 효과는 지속적으로 불안감을 안겨주면서 미스터리한 사건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만듭니다.
마이카 먼로와 니콜라스 케이지의 연기는 이러한 시청각적 요소들과 조화를 이룹니다. 먼로의 절제된 연기는 복잡한 내면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며, 이야기의 몰입에 큰 역할을 담당합니다. 이와는 상반된 니콜라스 케이지의 기괴한 연기는 놀랍도록 찝찝하고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키죠. 분장까지 한 그의 얼굴은 그 자체로 공포인데, 그의 연기 경력에서 가장 기이한 캐릭터인 것 같습니다. 출연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니콜라스 케이지의 팬이라면 반드시 보셔야할 연기입니다.
물론 영화의 아쉬운 점도 눈에 띕니다. 일반적인 호러 스릴러 영화들과 비교해보면 호흡이 느린 편이며, 장르의 변화를 주고 있지만 전형적인 상황과 전개를 벗어나진 못합니다. 또한 후반부에 급작스럽게 이루어지는 친절한 상황 설명은 이야기가 가진 미스터리와 매력을 갉아먹는 요소가 되죠. 그리고 생각보다 폭력의 수위가 높지 않습니다. 이는 호러 장르에 익숙한 이들에게 해당됩니다. 마지막으로 마케팅에서 강조하는 “10년간 가장 무서운 영화..”를 체험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군요.
기록적인 흥행 대박을 친 <롱레그스>는 분명 잘 만든 호러 스릴러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독은 어쩌면 기대를 미칠 듯이 부풀리는 마케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나친 기대를 품게 되면 감상에 해가 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죠.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큐어>의 스타일을 좋아한다면, <롱레그스>가 취향에 맞을 겁니다. 물론 <큐어>와 같은 전인미답의 공포를 기대해선 곤란하겠죠.
덧붙임...
1. <롱레그스>의 암호화된 메시지 중 많은 부분이 해독 후에도 맞춤법 오류와 문법적 오류를 포함하고 있다는군요. 이는 코드화된 메시지에 오타가 포함되어 있어 해독을 더 어렵게 만든 것으로 알려진 조디악 킬러에 대한 오마주입니다.
2. <롱레그스>에서의 연기에 대한 찬사와 호평에도 불구하고, 니콜라스 케이지는 이 역할이 영화에서 연쇄살인마를 연기하는 첫 번째이자 마지막 역할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인디와이어와의 인터뷰에서 케이지는 “<롱레그스> 이후 연쇄살인마 역할 제안 전화가 끊임없이 올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아닙니다. 저는 폭력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인물을 연기하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3. 니콜라스 케이지가 중요한 역할을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포스터나 예고편에 그를 등장시키지 말아달라는 감독의 요청으로 인해, 배급을 맡은 네온은 케이지에 의존하지 않고 영화를 홍보하고 판매하기 위한 계획을 세워야 했습니다.
4. 오스굿 퍼킨스 감독은 롱레그스 역할을 맡길 배우로 니콜라스 케이지와 브래드 피트 단 두 명만을 고려했다고 합니다.
5. 각본가이자 감독인 오스굿 퍼킨스는 히치콕 감독의 <싸이코>(1960)와 그 후속작 3편에서 노먼 베이츠 역으로 잘 알려진 배우 안소니 퍼킨스의 아들입니다.
6. 이 영화의 예산은 1천만 달러 미만이었는데, 이는 개봉 첫날에 거둔 수익과 같은 금액입니다.
다크맨
추천인 7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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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감사드립니다.
소개 감사합니다!
너무 큰 기대만 안 한다면 말이죠.^^
저도 좀 기대했다가, 막판에 진상 드러날 때...'이게 뭐야..' 싶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