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스페이스 오딧세이 (1984) 큐브릭감독 영화의 속편. 상당한 수작. 스포일러 있음.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는 SF영화의 금자탑이었지만,
여러가지 면에서 수수께끼를 남겼다.
그 수수께끼를 풀어주는 것이 이 영화다.
그래서, 큐브릭감독 영화의 그 신비함이나 깊이가 없는 것이 이 영화다.
좀 더 SF영화 쟝르의 일반적인 문법을 따른다.
데이빗 보우먼이 디스커버리호를 버리고 목성과 이오 사이에 떠도는 거대한 모노리스 안으로 들어간 지
구년이 흘렀다. 그의 마지막 말인 "별이 가득 차 있다"는 유명한 수수께끼가 되었다.
이 프로젝트를 총괄하던 플로이드박사는 은퇴해서 대학교수가 되었다.
하지만, 늘 그의 마음 속에는 이 실패한 프로젝트에 대한 책임의식이 가득하다.
그리고, 데이빗 보우먼이 남긴 그 수수께끼에 대해 알고 싶은 열망도 크다.
목성과 이오 사이에 떠다니는 수킬로미터짜리 모노리스라니! 죽더라도 가서 거기서 죽고 싶다.
뜨거운 가슴을 안고 지루하고 건조한 삶을 살아가던 그에게 기회가 온다.
소련 정부는 목성까지 가기 위한 우주선을 건조하는 데 성공했다. 디스커버리호까지 갈 생각이다.
하지만, 디스커버리호를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이것을 잘 아는 당시 책임자들이 필요하다.
플로이드박사에게 자기들 우주선에 동승할 것을 제안한다.
플로이드박사는 두 말할 것 없이 그 우주선에 탑승한다.
플로이드박사, 디스커버리호의 설계자 카노우 그리고 할의 설계자 찬드라박사 이렇게 셋이
소련 우주선을 타고 디스커버리호로 간다. 9년 전 디스커버리호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내고,
그리고 목성과 이오 사이를 떠도는 모노리스를 탐사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팬들에게는 선물같은 영화다.
거장의 걸작과는 하늘과 땅 차이가 나는 영화다. 큰 기대는 해선 안 된다.
하지만 수작이다.
디스커버리호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밝혀내고,
우주를 떠도는 거대한 모노리스 위를 우주선으로 떠가면서 탐사한다.
영화적으로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 논리를 부여하는 멋대가리 없는
일이지만, 팬으로서는 알고 싶은 내용들이다.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능가하는 거대한 사건이 우주에서 일어난다.
데이빗 보우먼은 스타 차일드가 되어 플로이드박사 앞에 나타난다. 플로이드박사는
시간을 초월한 존재로 진화한 데이빗 보우먼을 보며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외계의 존재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 존재는 디스커버리호가 2일 내에 목성을 떠나가야 한다고 경고한다.
엄청난 사건이 우주에서 벌어질 것이라 한다.
스케일을 키우려면 엄청난 스케일로 키울 수도 있는 대사건이다.
하지만, 영화가 대예산까지는 안되고, 중예산 정도라서 적당히 이 대사건을 표현한다.
태산명동서일필격이다.
디스커버리호가 목성 궤도를 떠나자, 목성 안에 모노리스들이 수없이 불어난다.
그리고, 그들이 폭발하여 목성을 또 다른 태양으로 만든다.
지구에는 이제 밤이 없다.
두개의 태양이 떠서 밤이 없어진 지구를 여기저기 보여주며, 플로이드박사의
독백이 나온다. 이제 어둠이 깃든 인류의 역사는 사라졌다고......
이것을 굉장한 상징으로 만들 수도 있었으리라.
큐브릭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능가하는 사건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예산도 예산이거니와
당시 기술로 도저히 표현불가능이었으리라.
하지만, 줄거리만으로도 이 영화의 스케일을 짐작할 수 있다.
플로이드박사는 우주선을 타고 데이빗 보우먼이 사라진 그 모노리스를 찾아간다.
그리고, 컴퓨터 할이 왜 그런 문제를 내려야 했나 알아낸다. 그것은 윤리와 관련된 문제다.
모노리스를 탐사하고, 모노리스들이 목성을 폭파시켜 또다른 태양으로 만드는 대사건을 목격한다.
스타 차일드가 된 데이빗 보우먼을 만나서, 인류에게 신적인 초월적 존재를 접하게 된다.
모노리스들이 보호하는 유로파 위성에 탐사선을 내려보내 거기 존재하는 생명체를 본다.
얼음으로 덮인 유로파는 태양이 근처에 생기는 바람에, 물로 덮인 지구같은 땅이 된다.
새생명이 진화하여 문명을 이루는 것은 시간문제다. 모노리스가 거기 서서 그때를 기다린다.
그리고, 플로이드박사는 태양이 두개 생긴 인류 문명을 바라보며,
어둠이 깃든 인류 역사가 사라지고 새시대가 열리는 것을 본다.
이렇게 엄청난 규모와 깊이의 스토리를 중예산 정도 영화에 담아내려 하다니!
크리스토퍼 놀란감독이 엄청난 예산을 가지고 만들어야 할 영화다. 할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
아서 시 클라크라는 기념비적인 SF작가가 쓴 기념비적인 소설을 가지고 만들어진 것이니까.
그래도 나름대로, 유로파의 표면이나,
가끼이서 보는 목성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려 하였다.
아마 당시로서는 이런 정도 생생한 우주 묘사 정도로도 충분히 볼 거리였을 것이다.
아직도 목성 근접촬영같은 것은 못하던 시기다.
카노우와 맥스가 디스커버리호로 우주유영을 해 가면서 다가가는 장면의 연출도 훌륭하다.
지금처럼 우주공간을 휙휙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화로만한 분사기를 품에 품고서,
수면 위에 뜬 꽃잎 한 조각처럼 위태위태 우주공간을 유영해 나간다. 이것을 지루할 정도로 길게 보여준다.
폐가 입 바깥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긴장하고 헉헉거리는 우주비행사들의 모습도......
인간이 우주에서 얼마나 불안하고 작고 스러지기 쉬운 존재인가 하는 것을 아주 훌륭하게 연출해 낸다.
인공지능 할이 그려진 모습은, 오늘날 인공지능을 정확히 예언한 것같아서 인상적이었다.
할에게 자폭미션을 주어야 하는데, 할이 어떻게 반응할 지 모두들 긴장한다. 인공지능이라서 죽음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 "예, 알겠습니다"하고 그냥 명령을 이행하는 것이 아니다. 할은 명령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찬드라박사는 할을 속이려다가, 마지막에 솔직히 모두 고백한다. 그러자, 할은 "이야기해주어서 고맙습니다. 미션을 수행하겠습니다."하고 대답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주선이 폭파되면 나는 꿈을 꾸게 되는 것일까요?'하고 묻는다.
죽음, 사후세계, 삶의 의미같은 것에 대해 할은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도 상당히 깊은 주제다.
걸작이 될 영화가
여러 한계로 수작으로 남은
안타까운 영화다.
대예산으로 리메이크가 되었다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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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원작이 다른 방향성을 가진다고 봐야죠
한가지 큰 오해가...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는 사실 단편 소설 [파수꾼]이란 소설이 원작이고.. 그걸 사이즈를 늘려서 영화한건데, 오히려 [2001스페이스 오딧세이]소설은 영화 이후에 나왔죠.
즉, 감독과 작가가 협의해서 1편을 만든거고... 1편에 대한 해석은 각각 다른데..
2편은 아서 클라크가 관여하긴했죠. 근데 스탠리 큐브릭은 2편에 전혀 관여를 안햇기때문에
즉, 속편인 [2010년 스페이드 오딧세이]는 영화 1편의 감독인 스탠리 큐브릭의 비젼과 무관한 전개인거죠
아서 클라크의 비전에는 상당히 영향받은거고
사실 제2의 태양이 만들어지는 전개는.. SF작가로써의 상상력을 보여주는것이긴 하지만, 영화감독 스탠리큐브릭은 오히려 1편에서 스타차일드가 탄생하는 열린결말에서 끝나는게 더 좋았을수있겠죠
그래서.. 1편을 2편에서 설명한다는 식으로 해석하시면.. 1편에 대한 감흥이 떨어질수있어요
사실은 2편은 1편과 무관하게 탄생한 속편이라서.. 독립적인 영화로 생각하는게 더 낫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읽은 바로는, 아서 시 클라크가 큐브릭감독의 영화를 안 좋아했다고 들었습니다.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비젼과 너무 동떨어져서요. 하지만, 아무 말하지 않았죠. 그래서, 2010 오딧세이를 썼다고 알고 있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여기다 썼죠.
모노리스는 외계인들이 진화를 거듭해서 최종 발전된 형태이고, 그들은 인간의 진화를 돕습니다.
할이 보우먼 일행을 죽이려 했던 이유는, 조종사들 몰래 미국정부에서 여행목적을 숨기라는 명령을 심어놓아서 할은 충돌되는 명령들 사이에서 혼란스럽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해소하는 방법은 조종사들이 사라지는 것이었죠.
보우먼이 스타차일드가 되어서 우주여행을 하고 목성의 핵심으로 들어가보고 지구에 와서 가족을 만나고 하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1편에서 단역같았던 총괄책임자가 여기에서는 주연이 됩니다.
마지막 장면이 명장면이죠. 우주선이 파괴되고난 후, 보우먼은 할을 스트차일드로 만듭니다. 인공지능이 하나의 인격체로서 인간과 동등하게 스타차일드가 된 것이죠.
독립된 영화라기에는 너무 모든 것이 맞아떨어집니다. 아서 시 클라크가 2001 오딧세이에서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여기 적어놓은 것 같습니다. 속편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1. 아서 클라크라는 SF작가로써는.. 그렇게 목성의 제2의 태양이 생기고 인공지능이 스타차일드가 되는 식으로 스토리 전개해 나가는 그 비젼이 맞죠
2. 근데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영화]는.. 또 스탠리 큐브릭의 기준이라서요.
3. 결국은.. 아서 클라크의 비젼 기준으로는 당연히 [영화 속편]이 아서 클라크의 비젼을 잇는거죠.. 저는 SF 매니아로써 2010년 스페이스 오딧세이도 책으로 열심히 읽은 기억이 납니다.
4. 영화 감독 스탠리 큐브릭으로써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라는 독립된 작품에서 완결되는게 더 낫고.. 아마도 스탠리 큐브릭은 [2010년....]이라는 속편을 인정안할것같고...
그래서... 영화 [2001...]에 대한 속편으로써 [2010...]을 연결지을 필요는 없다 싶어요
예를들어... 제임스 카메론은 .. 터미네이터1,2편을 인정하고 3,4는 아애 무시하면서.. [터메네이터 다크페이트]를 제작했죠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즉, 영화로써 속편은..[[ SF 소설가 아서 클라크 비젼을 잇는 속편이지.. 영화1편의 감독 스탠리 큐브릭의 비젼으로 보긴 어렵다. ]는 거죠
하지만, 제가 큐브릭감독 머릿속에 들어가 본 적 없으니, 님의 말씀이 맞을 수도 있겠네요.
아서 클라크의 여러가지 대표작들이 많습니다. 유명한 [라마와의 랑데뷰]도 있는데, 이게 외계인과의 가장 현실적인 조우같기도 하구요
그리고, 어떻게 보면 신화적인 구성으로 외계인과 인간과 진화의 관계를 그린게 [유년기의 종말]이란 작품이 있는데요
제가 2010년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아서 클라크 비젼이라고 생각한것도.. 유년기의 종말이란 작품이 있어서도 그렇죠
스포일러 걱정만 아니면 자세히 설명해 드릴텐데.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읽으셨을지도 모르겠네요
유년기의 끝이 1953년이네요. 2001년스페이스 오딧세이 가 1968년이네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 심취해서.. 더 근원적인걸 찾아보고 싶으시면.. 유년기의 끝을 찾아보시면 어떻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