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nival of souls (1968) 훌륭한 호러영화. 스포일러 있음.
Carnival of souls 는 허크 하비라는 감독 겸 배우가 만든 호러영화다.
그는 배우라기보다 농업 다큐멘터리 감독하는 사람이었다. 심비어는 활동무대도 뉴욕이나 헐리우드가 아닌,
캔사스주였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가 사는 시골 깡촌 말이다.
그는 야심이 있었다. 있는 돈 없는 돈 긁어모아 영화를 한편 만들었다. 지금 보기에는 호러영화이지만,
오슨 웰즈의 시민 케인같은 작품을 의도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Carnival of souls는 지금은
호러영화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존재론적 영화, 인간소외를 다룬 영화의 성격이 강하다.
그는 시민 케인같은 작품을 만드는 데는 실패했지만, 그의 영화는 오히려 시민 케인보다도 더 이후 영화에
영향을 미쳤는지도 모르겠다.
엄청난 에너지와 불길한 공포, 암울함과 절망 등을 담고 있는 영화가 이 영화다.
허크 하비는 비범한 영화감독이 맞기는 했던 것 같다.
메리라는 성당 오르가니스트는 친구들과 함께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빨간 신호등불에 선다.
그때, 남자애들이 탄 자동차가 옆에 선다. 메리의 (좀 날라리같은) 친구는 남자애와 시시덕거리다가
함께 경주를 하기로 한다. 그리고, 주변에 주는 민폐는 상관 않고 길에서 경주를 한다.
길에서 하는 것도 위험한데, 좁은 다리 위에서까지 경주를 하다가 (아주 당연하게) 강에 빠진다.
누가 보아도 다들 익사했다.
마을사람들이 다 모여 강에서 메리가 탄 자동차를 건져내려 한다. 하지만
이 넓은 강에서 자동차 한대를 찾기란 불가능하다. 이때, 모든이들이 경악하도록 기이한 사건이 발생한다.
메리가 강에서 혼자 기어나온 것이다!
전문적인 영화감독이 찍지 않은 화면이라 좀 거칠고 조잡해 보이지만, 그만큼 화끈한 공포도 준다.
날 것 그대로인 것같아서 더 무서운 그런 것 있지 않은가? 누가 카메라를 들고 현장에서 찍은 느낌을 주는 영화 말이다.
메리는 이 마을이 싫다.
직장을 찾다가 먼 도시에 있는 오르가니스트 자리를 얻어서 마을을 떠난다.
메리는 예전의 그녀가 아니다. 성당에서 오르간을 연주할 때도, 자기도 모르게 혼란스럽고 광기에 찬
격렬한 연주를 한다. 좀 머리가 이상해진 것인지. 괜히 불안하고 두렵고 무섭다.
세상이 불안하고 무섭고, 자기 존재는 세상에서 서서히 지워지고 있는 것같은 공포를 느낀다.
허크 하비의 이 영화 영혼의 카니발이 무서운 이유는, 메리의 이런 공포를 생생하게
관객들에게 전달했기 때문이다. 메리의 이런 공포를 관객들도 함께 느낀다.
평범한 일상 하나 하나가 이런 공포가 되어 버렸다면 메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녀는 혼자 자동차를 운전해서 다른 도시로 간다.
그런데, 한밤중에 자동차를 운전하고 있는데, 이상한 남자가 자동차에 붙어 따라서 날아오고 있는 것 아닌가?
메리는 엄청 놀란다. 이것이 악몽의 시작이다.
유령이 따라다닌다? 그것은 차라리 덜 무섭다. 정말 무서운 것은,
유령이 점점 자기 일상을 따라 다닌다. 자기가 그토록 두려워하던 것이 이제는 당연하다는 일상이 되어 버린다.
메리의 얼굴도 변한다. 성격도 변한다. 피부에서는 썩은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 것 같다. 감정도 사라지는 것 같다.
메리는 점점 더 무표정한 것, 시체같은 것, 숨막히는 침묵, 죽음, 그로테스크한 혐오에 동화되어 간다.
메리는 침대에 누워서도 알 수 있다.
지금 한밤중, 저 버려진 놀이공원에서는 죽은 자들의 기이한 무도회가 벌어지고 있다.
메리는 그들과 연결되어 있다. 왜 이런 신비한 연결이 생겨 버렸는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그 자리에 가서 함께 춤을 추고 있는 듯 느껴진다. 그리고, 그들도 메리가 자기들을 엿보고 있는 줄 안다.
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은 메리를 공기취급하며 왕따시키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많은 장소를 갔는데, 갑자기 모든 소리가 사라진다. 그리고, 사람들은 메리의 존재 자체가 없다는
듯 행동한다. 아무리 메리가 소리치고 절규해도 그녀는 이 세상에서 소외되어 간다.
그녀는 정신병원에도 가 보고, 어떻게해서든 도움을 찾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하지만, 누가 메리를 도울 수 있다는 말인가?
인간 소외를 나타내는 것같기도 하고, 아무튼 호러영화로 치부하기에는 아주
깊은 주제를 건드리는 것 같다. 허크 하비는 원래 존재론적인 영화를 의도했다고 한다.
메리는 무엇엔가 이끌려서 한밤중에 그 버려진 거대한 놀이공원에 간다.
정말 그로테스크하게 생긴 사람들이 모여 있다. 그들은 기이하고 혐오스럽고 공포스런 춤을 추고 있다.
그러더니, 그들은 갑자기 몸을 돌려 메리를 쫓아온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달아난다. 하지만 이상한 사람들은
메리를 포위하고 덮쳐 버린다.
다음날 경찰이 메리의 실종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이상하다. 메리의 발자국이 해안으로 이어져 있는데,
허공으로 날아간 것인지 사라져 버린다. 메리의 행방을 알 수 없다. 그냥 공기 속으로 사라져 버린 것 같다.
그리고, 장면이 바뀌어 캔사스주 메리의 자동차가 추락한 강으로 돌아간다. 마침내 메리가 탄 자동차가 강에서 건져졌는데, 거기 메리의 시체가 있다. 메리의 죽은 영혼이 강에서 헤엄쳐 나온 것이다.
죽어서 유령이 되었어야 할 메리가 자기가 죽은 줄도 모르고 이승의 세계에서 돌아다닌 것이다.
지금까지의 영화는, 메리의 영혼이 서서히 죽은 자의 세계에 동화되어, 이 세상과의 접점을 잃어가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각본이 아주 훌륭하다. 대사는 아주 평이하고, 배우들도 아마츄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연기 못한다.
하지만, 연출과 촬영의 힘인가? 영화가 아주 공포스럽다. 유령이 나타나는 장면도 무섭지만,
메리가 이 세상과의 접점을 잃고 혐오스러운 존재들 속으로 점점 더 가까와지며,
자기도 혐오스러운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이 참 무섭다. 메리는 절망적이고 미칠 지경이다. 하지만, 주변의 그 누구도
메리를 도와주기는 커녕 정신이상 취급한다. 메리는 일상에서 소외감을 느낀다. 이 소외감과 절망이 당연한
일상이 되어 버리자, 그 속에서 지옥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지옥이 메리를 채워간다. 그리고, 행복이나 고통,
아픔, 동감 같은 당연한 인간의 감정들을 몸 바깥으로 밀어 버린다. 아무것도 남지 않고 지옥 그 자체로 100% 채워져 버린 메리는 결국 이 세상으로부터 사라진다.
분장도 무섭고 돈 안들인 특수효과도 무척 충격적이고 무섭다. 사람들의 의표를 찌르는 절묘한 감각이 있다.
관객들도 귀신이 나오는 것을 다 안다. 하지만. 절묘하게 의표를 찌르며 나타나는 바람에
관객들은 계속 깜짝 놀라게 된다. 그래서, 귀신이 나오든 안 나오든, 영화의 순간순간이 공포로 차 있다.
무엇보다도 자기가 메리가 된 듯 느끼며, 메리의 공포를 생생하게 함께 경험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비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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