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ll Durham (1988)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마이너리그 소재 영화. 걸작. 스포일러 있음.
케빈 코스트너는 야구영화에 세 편 나왔는데,
그 중 불 더햄과 꿈의 구장이 걸작++이고 사랑을 위하여가 수작+다.
불 더햄은 프로야구 마이너리거들의 이야기다. 루저들의 이야기다.
케빈 코스트너는 이 영화에서 갈 데까지 가서 더 이상 희망이 없는 마이너리거로 나온다.
다 루저들인 마이너리거들 중에서도 나이가 많아 은퇴를 눈앞에 둔 가장 루저다.
그는 나이가 많아 불러주는 사람이 없는 탓에 이 팀 저 팀을 떠돈다. 가족도 없다. 집도 없다.
그가 이런 수치를 겪으며 야구를 계속하는 이유는 하나다. 마이너리그에서 최다누적홈런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도 케빈 코스트너의 이런 기록을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다. 메이저리그에 가서 0.5승을 하는 것이, 평생 마이너리그에서 최다누적홈런을 치는 것보다 더 사람들이 알아준다.
어느날 케빈 코스트너는 불 더햄에 있는 마이너리그팀으로 온다. 와 보니, 자기에 대해, 팀에서는 아무 기대도 없다.
그 팀에 백만불짜리 팔과 5센트짜리 두뇌를 가진 누크라는 신인투수가 있는데,
조련을 해달라는 것이다. 그는 기분이 상한다. 하지만, 갈 데 없는 자기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 영화만큼 루저들에 대해 따스한 시선을 보내는 영화는 아마 없을 것이다.
이 영화에 나오는 마이너리거들은, 메이저리그같은 것은 상상도 못한다. 아직 젊은 키드들이지만,
미래는 정해져 있다. 고속버스를 타고 동네야구장 수준의 야구장에서 평생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야구를 할 것이다. 이 동네는 재능이 다다. 오직 누크라는 투수가, 이 희귀한 재능이 있다.
그럼 이 루저들은 평생 불행하게 야구계 밑바닥에서 살다 가야 하는가? 이들에게도 엄청 화려한 즐거움이나
보람, 행복은 없어도 소소한 즐거움이 있다. 아주 소박한 행복이 있다. 이 영화의 주제가 이것이다.
사실 이 행복의 절반은 눈물이지만.
케빈 코스트너는 아마 서러워서 눈물지을 날이 더 많았을 것이다.
현명하고 말빨 있고 야구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다. 소박한 삶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내는 방법을 알고 있다. 거기에다가 얼굴도 잘 생기고, 마이너리거들의 속성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심지어는 싸움도 잘 한다.
그럼 뭐하는가?
가장 중요한 야구에 대한 재능이 없다. 겉으로 보기에는 자신만만하고 모든것을 다 알고 현명하고 하지만,
가장 밑바닥에는 눈물이 있다.
수잔 서랜든은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강사다.
하지만, 그 대학은 아주 작은 지방대학이고, 아무도 수잔 서랜든을 알아주지 않는다.
그녀는 아름답고 현명하다. 수잔 서랜든의 삶의 목표는 자기 몸을 이용해서 유망한 야구선수들을 성장시키는
것이다. 이것이 삶의 보람이다. 수잔 서랜든은 누크를 메이저리거로 성장시키고 싶어한다.
그래서, 누크의 애인이 되어서 그를 성장시킨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수잔 서랜든은
타이트한 옷을 입고 엉덩이를 흔들면서 야구선수들을 꼬시고 다니는 머리 빈 여자다.
둘 다 루저들이다.
하지만 둘은 같은 목표를 갖고 있다. 바로, 희귀한 재능을 타고난 누크를 성장시켜 메이저리그에 보내는 것이다.
수잔 서랜든은 케빈 코스트너를 사랑하지만, 케빈 코스트너는 자기가 가르쳐야 할 누크의 경쟁상대는 되지
않으려 한다. 그것이 사랑하는 여자라고 해도 말이다.
자기가 뭔가를 해 볼 수 있다는 희망이 전혀 없이, 잘 난 사람을 뒷받침하고 키워주려는 것이 삶의 목표인
사람들이 그들이다. 그럼, 그들의 삶에는 좌절과 절망만 있는가?
이 영화는 로맨틱코메디다. 그것도 아주 훌륭한 로맨틱코메디다.
루저들이 주인공이다. 루저들 사이에도 로맨스가 있고 웃음이 있다.
이 영화가 걸작인 이유는, 루저들의 생활, 눈물, 웃음, 로맨스를 아주 잘 포착해냈다. 그리고, 아주 웃기다.
늘 반복되는 마이너리거들의 생활을 이렇게 웃기고 탱탱한 탄력을 가지고 흥미진진하게
그려낼 수 있다니 흘륭하다. 루저들 중의 루저역을 맡은 케빈 코스트너는 최상의 연기를 보여준다.
더햄 불은, 케빈 코스트너의 마이너리그팀이 있는 작은 고장 이름이다.
영화 마지막에 누크는 메이저리그로 떠난다.
더햄 불에 있던 유일한 위너가 떠나자, 여기에는 루저들만 남는다.
쓸 모 없어진 케빈 코스트너는 당장 팀에서 쫓겨난다. 그는 다시 다른 팀으로 떠나야 한다.
그는 다른 시골로, 다른 동네야구장에서 야구를 하기 위해 떠난다.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최다 누적홈런을 칠 때, 아무도 여기 신경 안쓴다.
홈런을 치고 혼자 묵묵히 베이스를 돌 때, 아무도 자기 신기록을 몰라주고 신경도 안 쓸 때,
그는 굉장히 서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겉표정은 담담하다. 오직 수잔 서랜든만
아주 멀리에서 그를 지켜보고 있다.
그는 최다누적홈런을 치자, 야구를 은퇴한다. 그의 야구일생이라는 것이 이렇게 끝난다.
그는 수잔 서랜든에게 돌아온다.
누크가 떠나자. 수잔 서랜든도 웬지 다른 야구선수들을 만날 생각이 없어졌다.
그들은, 수잔 서랜든의 초라한 집에서 함께 춤을 춘다. 엄청난 로맨스는 없다. 그러나, 초라한 사람들끼리
서로 위안을 주는 그런 춤이다. 그들에게 있던 유일한 진짜 누크는, 자기 길을 찾아 화려한 곳으로 갔다.
그들에게 남은 것은 공허와 허전함이다. 루저들만 남은 공허함이다. 하지만 이 안에도 로맨스는 있다.
그들은 서로 안고 조용히 춤을 춘다. 이 장면은 오직 걸작만 다다를 수 있는 순간을 제공해준다.
이 영화가 그의 영화들 중 가장 걸작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찰리 채플린의 코메디에서 볼 수 있는 아주 짙은 페이소스와 감동이 있다. 그리고, 루저들의 삶을 그려낸
것이 너무 자연스럽다. 이 영화는 굉장히 자연스럽고 인위적인 것이 없다. 캐릭터들이 모두 살아숨쉬고, 스토리는
흥미진진 하지만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늑대와 함께 춤을"이라든가 "언터쳐블" 혹은 "보디가드"에서 그는 엄청 폼을 잡는 미남영웅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케빈 코스트너는 가슴으로 연기한다.
** 아마 누군가의 필모그라피에 이 영화 한 편이 섞여 있다면, 그것만으로 그 배우는 명배우로 기억될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케빈 코스트너의 필모그라피에서 많은 걸작들 중 하나다. 케빈 코스트너는 그런 배우다.
추천인 5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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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이 영화를 봤을 땐 아무 생각 없이 보면서 마지막에 왠지 모를 찐한 감정을 느꼈는데...
지금 다시 보면 더 큰 감흥이 생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