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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스포][퓨리오사:매드맥스 사가] 나름의 해석과 분석,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한 고전서사극

클랜시 클랜시
6510 16 11

[퓨리오사:매드맥스 사가]를 2회차 관람했습니다.

4DX로 절반은 놀이공원 느낌으로 봤던 1회차와 달리 일반관에서 보니 조금 더 정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퓨리오사]의 4dx 효과는 괜히 웃음 나오는 것들이 왕왕 있더라고요.

헤드샷으로 인물이 쓰러지는 순간 물 뿌려주는 건 진짜...ㅎㅎ

 

아무튼.

 

두 번째로 조금은 차분하게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보니 

역시 명장답게 감독이 영화를 매우 구조적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나

곳곳에 깔린 복선이나 상징물의 디테일들이 확실히 눈에 들어왔습다.

 

1.

 

먼저,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건 반복되는 서사였어요.

퓨리오사는 두 차례 유사한 상황에서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되고 같은 결과를 맞이합니다.

 

처음은 [챕터1]에서 어머니와 디멘투스 군락으로부터 탈출할 때죠.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모래폭풍을 지나 도망치지만 디멘투스 일당이 쫓아오기 시작합니다.

바위산 사이 좁은 통로를 지나자 어머니는 퓨리오사에게 운전대를 넘기고 혼자 도망가게 해요

자신은 병목 지점에서 적들을 저지하며 딸이 멀리 도망칠 시간을 벌어주는 거지요.

하지만 수적 열세에 결국 디멘투스 일당에게 잡히고 맙니다.

그 사실을 안 퓨리오사는 결국 되돌아오고 눈앞에서 어머니의 죽음을 목도하며 디멘투스의 노예가 되죠.

 

두 번째는 '40일 전쟁' 직전, 탄약을 챙기기 위해 불렛팜으로 워릭을 끌고 갔을 때입니다.

이번엔 잭과 함게 워릭을 타고 들어갔다 잠복중이던 디멘투스 일당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후 전개는 똑같아요.

잭은 퓨리오사가 도망치라며 녹색 신호탄을 쏘아올리고 워릭을 끌고서 농장 안으로 밀고 들어갑니다.

디멘투스 일당을 자신이 잡아두고 있는 사이 그녀가 도망갈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요.

그리고 이번에도 퓨리오사는 도망가는 대신 다시 잭에게로 돌아갑니다.

 

같은 구조이지만 퓨리오사란 인물이 성장했기에 흐름이 달라집니다.

힘도 없이 되돌아갔다 곧바로 잡혔던 어린 퓨리오사와 달리

이번엔 저격으로 적을 쓰러트리거나 디멘투스의 주위를 끌고, 절벽으로 끌려내려 추락하는 잭을 구해냅니다.

그렇게 잭과 함께 마침내 탈출하여 고향으로 돌아가는 차에 오르지만

결국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디멘투스에게 잡힌 잭이 고문당한 끝에 사망하지요.

 

그렇지만 여기서 다시 이전의 서사와 달리 퓨리오사는 탈출해 시타델로 돌아갑니다.

(앞서는 디멘투스의 손에 이끌려, 이번엔 디멘투스를 잡기 위한 힘을 빌리러 결국 시타델로 향하는데

이는 이후의 이야기인 전작에서도 마지막엔 다시 시타델로 돌아가는 서사와도 반복이 되네요)

 

디멘투스라는 안타고니스트가 똑같이 등장하고

희생을 감수하고 자신을 보내주려던 이를 버리지 못해 퓨리오사는 도망대신 발길을 돌리며

그런 결정에도 불구하고 구하지 못한 사람은 어머니/잭입니다.

불렛팜으로 출발하기 전, 시타델의 비밀장소에서 퓨리오사와 잭은 부발리니식으로 머리를 맞대죠.

다시 말해 잭은 정확히 어머니의 위치를 대신하는 일종의 아버지 같은 존재라 볼 수도 있습니다.

결국 부모를 모두 동일한 인물의 손에 잃은 퓨리오사에게 복수의 명분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며

또한 반복되는 과정에서 퓨리오사란 인물의 성장을 비교함으로서 보여주는 장치인 셈입니다.

(물론, 이렇게 되는 과정에서 전작에서의 임모탄에 대한 퓨리오사의 분노가 애매해지게 되는 약점이 있긴 합니다)

 

 

2.

 

씨앗.

퓨리오사의 어머니는 딸을 먼저 보내면서 복숭아 씨앗을 건네죠.

그것을 갖고 녹색의 땅으로 돌아가라고요.

그러니까 '씨앗'은 어머니의 의지/고향으로 가야하는 목표/죽은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을 모두 상징하는 오브제입니다.

때문에 퓨리오사는 신분을 숨기고 수 년을 시타델에서 살아가는 동안에도 끝까지 이 씨앗을 지키죠.

이것은 전작에서 부발리니 할머니가 죽을 때까지 놓지 않던 가방 속 씨앗들과도 같아 보입니다.

(여성인 퓨리오사/부발리니가 씨앗을 간직하고 옮기는 자로 설정된 것은 매우 고전적인 비유네요)

그런데 이 씨앗의 끝은 녹색의 고향이 아닌 시타델의 특정장소입니다.

문제의 장면이 실재 벌어진 일인지 단지 이야기일 뿐인지 분명치 않지만 씨앗을 심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여요.

나무에서 열린 첫 열매를 들고 탈출을 기다리는 브리더들에게 향하는 엔딩이니까요.

 

디멘투스에 대한 복수를 마친 시점에서 퓨리오사는 '상실'이란 단어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어머니에 이어 아버지/연인/스승의 위치에 있던 잭도 잃었습니다.

고향땅으로 가기 위한 별의 지도를 문신으로 새겨둔 왼팔마저 잃었죠.

돌아갈 기회도 의지도 상실했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가 심었어야 할 씨앗을 시타델의 땅에 심습니다.

그리고 그 씨앗이 자라 다시 열매를 맺은 순간, 전작처럼 다시 고향땅으로 돌아갈 결심을 하게 되죠.

 

이유야 뭐....

 

 

 

3.

 

앞서 불렛팜에서 이어지는 추격전의 끝에 퓨리오사가 디멘투스로부터 도망쳐 시타델로 향하는 과정에서.

 

퓨리오사는 자신의 팔을 무엇으로 잘랐는가?에 대한 의문점이 있었는데

다시 보니까 명확해지더군요.

챕터3에서 시타델로부터 도망치려 워릭에 숨어들었던 퓨리오사가 우여곡절 끝에

결국 살아남고 잭에게 함께 일하자는 제의를 받게 되는 장면이 있죠 (너, 내 동료가 되라!)

그때 퓨리오사는 잭에게서 빌린 요상한 무기를 적극 활용하며 싸우고 그것으로 잭을 위협하기도 합니다.

 

Screenshot_2016-05-29-23-53-22_edit_edit.jpg

'너클, 권총, 칼'이 하나로 합쳐진 기괴한 무기인데 이게 '아파치 리볼버'라고 실존하는 거더라고요. (뭔들 아니겠습니까?)

잭은 아파치 리볼버를 '앞으로 필요하게 될 거야'라면서 퓨리오사에게 줍니다. 

이후로도 그녀는 이 무기를 간직하죠 (시타델에서 악몽에 시달리던 그녀가 잭을 향해 휘두르던 무기)

불렛팜에서 빠져나와 도망치다 디멘투스에게 잡혔을 때, 상황을 보면 몸 수색을 하지 않습니다.

바로바로 일이 진행되는 혼란 속에서 눈에 보이는 무기가 없으니 넘어간 거겠죠.

아마도 퓨리오사는 이 '아파치 리볼버'로 자신의 팔을 잘랐을 겁니다. 증거 있냐고요?

이후에 시타델로 돌아온 그녀는 바로 이 총으로 삭발을 하는 장면이 나와요.

기지에 두고 나갔다가 돌아와서 사용했다?

시타델을 완전히 떠날 계획으로 나왔던 그녀가 잭에게서 받은 총을 두고 나왔을 리 없잖습니까.

[이렇게 보면 처음 무기를 건네며 한 잭의 대사 - 앞으로 필요하게 될 거야-는 블랙유머처럼 느껴지네요]

 

시타델로 돌아가는 탈출 장면에서 다른 디테일이 또 눈에 들어오는데.

[불렛팜 -> 잭이 죽은 장소]로 이어지는 추격전 루트에서 경사가 심한 언덕이 있죠.

잭과 함께 불렛팜을 빠져나와 달리던 퓨리오사는 이 언덕을 보고 핸들을 돌려 우회해서 갑니다.

하지만 디멘투스는 몬스터 트럭의 장점을 살려 언덕을 그대로 넘어 벌어진 거리를 좁힘으로서 결국 둘을 따라잡죠.

여기서 잘 보면 디멘투스를 제외한 오토바이 탄 부하들은 전부 언덕 중간에서 자빠져서 못 올라가요.

나중에 퓨리오사의 차가 전복되고도 오토바이 부대는 한참 지나서 나타나죠. 언덕을 못 넘고 우회해서 온 겁니다.

(역기서 딴 얘기 하나, 그 전에 몬스터트럭이 불렛팜의 철문을 쓰러트리고 빠져나올 때 화면 왼편을 잘 보면

뒤따르던 오토바이 하나가 자빠집니다. 언덕에서의 전복은 의도된 연출이지만 이건 진짜 넘어진 거 같더군요 ㅎ)

그리고 이후 홀로 빠져나온 퓨리오사는 다시 같은 언덕으로 추정되는 곳을 오토바이로 오릅니다.

이때도 그녀를 쫓던 디멘투스의 부하들은 언덕을 다 오르지 못하고 자빠져요.

하지만 무려 '한 팔'로 운전하는 퓨리오사만 쓰러지지 않고 꼭대기까지 올라 탈출에 성공하죠.

그녀의 능력치가 이제 '영웅'으로 성장했음을 (또는 각성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랄 수 있겠습니다.

 

 

4.

 

퓨리오사 첫 삭발의 이유.

이건 상당히 분명해 보였는데 다른 이야기를 하는 감상들이 보여서.

어린 퓨리오사가 디멘투스와 임모탄의 거래로 시타델의 브리더들 방으로 가게 되었을 때.

그녀는 자신의 머리를 잘라 가발을 만들죠.

왜 갑자기 삭발을 하느냐, 이유는 단순명료하죠 '도망치기 위해서'

그녀의 긴 머리에는 방울들이 달려있고 움직일 때마다 딸랑대는 소리가 계속 들리잖아요.

아마도 어디에 있는지, 움직이고 있는지 소리로 확인할 수 있도록 달아둔 거겠죠.

당연히 도망을 치려면 이거부터 먼저 해결을 했어야 합니다. 들키지 않고 순식간에 떼어낼 수 있게.

 

 

5.

 

디멘투스의 패션 아이템(?)

 

크리스 햄스워스가 연기한 디멘투스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재밌는 악당이었습니다.

어린애 같기도 하고 돌아이 같기도 하고 때로는 진짜 황제 같기도 한 인물이죠.

 

그리고 독특한 패션과 그 변화를 통해서 인물을 설명하는 것 같았습니다.

 

일단 곰인형을 빼놓을 수 없겠죠.

어린 퓨리오사에게 '나의 어린것이 갖고 놀던 거야'라면서 건네는 것과 마지막 장면에서 대사를 보면

이전에 그에게도 가족이 있었고 곰인형은 그의 자녀의 것일 수 있다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그냥 디멘투스가 한 거짓말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리고 입을 열지않는 퓨리오사에게 '리틀D'라는 호칭을 붙여주기도 하죠.

리틀 디멘투스라는 의미겠지만, 리틀 Daughter로도 들리는 호칭 말입니다.

하지만 이후 퓨리오사가 시타델에 남겠다고 하자 가차없이 그녀에게서 빼앗아가죠.

이때의 곰인형은 상당히 멀쩡한 상태인데, 나중에 퓨리오사가 복수를 하는 장면에서 보면

세월의 흐름만큼 상태가 나빠져 있습니다.

한쪽 팔이 바비인형의 것으로 바뀌어 있고 다리엔 보조기처럼 호스가 덧대어져 있죠.

이것은 인형을 소유했던 두 인물이 최종적으로 바뀐 모습을 함께 담고 있습니다.

 

퓨리오사는 왼팔을 잃고 의수(자신의 것이 아닌 팔)로 대체했고

늙은 디멘투스는 다리에 장애가 생겼는지 금속 보조구를 차고 다니죠.

 

그런데 디멘투스가 찬 다리 보조기는 [매드맥스]시리즈 팬이면 매우 익숙한 모양입니다.

네, 1편에서 다리에 총상을 입었던 맥스가 이후 계속 차고 다니던 것과 같은 것이죠.

굳이 디멘투스에게 이걸 채웠다는 것은 의도가 있을 텐데요.

솔직히 이 부분은 명확히 해석하기 어렵네요.

잭의 옷차림이나 행동이 맥스와 닮았다는 점

시간적으로 맞지 않음에도 시타델로 귀환하는 퓨리오사를 진짜 맥스가 바라보는 장면을 삽입한 점

계속해서 맥스의 그림자를 다른 형태로 보여주고 있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디멘투스의 '망토' 역시 지속적으로 등장하며 이물의 변화를 보여주죠.

처음 등장했을 때엔 순백이던 것이, 시타델의 존재를 알게된 순간 신호탄에 의해 붉게 변하고

세월이 흘러 다시 등장했을 때엔 완전히 타락한 '다크 디멘투스' 답게 기름에 쩔어 검은색이 되어있죠.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복수를 위해 쫓아온 퓨리오사가 착용하고 있습니다.

'넌 나와 같아!'라고 반박하는 디멘투스의 말처럼 말이죠.

 

+

 

40일 전쟁 장면을 몽타쥬로 훑고 넘어간 부분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는 의견이 많더군요.

개인적으론 '아쉬울 순 있겠지만, 지금 연출이 맞는 결정이었다'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 때는 디멘투스에게 도망친 퓨리오사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회복하는 기간이잖아요.

전쟁을 길게 보여주더라도 퓨리오사가 등장할 여지가 없어요. 

주인공 퓨리오사가 애시당초 참전할 수 없는 전쟁을 길게 보여줄 필요는 없겠죠.

 

++

 

퓨리오사가 디멘투스를 어떻게 처리했을까? 다양한 장면들을 보여줄 때 보면

잭(차에 사슬로 연결해 끌고 감)와 어머니(나무에 걸어놓고 고문)가 당한 그대로 돌려준 모습이 나오죠.

어쩌면 실재로 고려했던 디멘투스의 마지막을 모조리 때려넣은 게 아닐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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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디테일 짚어주신 거 곰곰히 떠올려보니 영화가 한층 더 깊게 느껴지네요..감독이 말 대신 상징으로 보여주고자 한 게 확실해졌습니다.
08:21
24.05.30.
profile image
글이 너무길어서 안볼려구 했는데 읽다보니
글에 빠져드네요
헌재5회차 했는데 이글보니 한번더 봐야겠습니다
01:10
24.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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