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의 해부>를 뒤늦게 보고 (스포O)
영화는 창작하기 위해 진짜가 필요하냐는 인터뷰 질문으로 막을 엽니다. 그런데 주인공은 그에 대해 대답을 회피하고 이내 사정으로 인해 인터뷰가 급하게 종료됩니다. 그 사정이라는 것도 남편이 작업 시 틀어놓은 음악 탓인데 영화는 시작한지 8분이 겨우 되는 지점에서 남편이 사망하게 되죠. 그리고 그 남편의 죽음에 대한 진실 여부에 대한 공방전이 벌어지게 됩니다.
오리무중 상황 속에 바짝바짝 사람 피 말리게 되는데 카메라가 종종 다큐멘터리의 그것처럼 사실적으로 이들의 심정을 기록, 관찰, 포착합니다. 부부싸움의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사건이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되고 그러면서 뭐가 진실인지 중요한지보다 주변 사람들에 의해 판단내려지는 가공된 진실이 중요시되는 거죠.
예를 들면 가정사를 언급하는 ‘연습’을 한다거나 발화할 때 언어는 청자를 고려해 꼭 ‘불어’여야만 한다거나 하는 식입니다. 재판이 시작되면서 주인공의 성정체성이나 부부의 불화, 외도 등이 끄집어지고 아들의 진술에도 공방전이 벌어지게 됩니다. 작가로 설정된 주인공의 직업과 관련해서도 그녀의 소설이 진실과 구분할 수 없다는 등 설정도 있고요.
이렇듯 영화의 각본이 매순간 핵심에서 벗어나지 않는 겁니다. 또한 관객이 해당 법정씬을 생중계 방청한 것 마냥 러닝타임의 상당 부분을 할애한 것도 그렇고 말이죠. 진술과 관련해 주인공은 진술과 왜곡 그리고 어떻게 증명해야할지에 대해 고뇌하는 모습도 놓치지 않고 포착합니다.
동시에 무결을 입증하기 위해 진실이 난도질 되는 도마 위에 오른 주인공을 바로 아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끝없이 카메라가 비춤으로써 인지시켜 이 재판의 추악함도 면밀히 드러냅니다. 아닌 게 아니라 후반부에 그로 인해 정신적으로 혼란을 겪는 아들에 대한 장면이 붙게 됩니다.
영화는 진실 그 자체보다 진실을 다루는 다각도의 시선에 대해 논점을 놓치지 않고 152분의 러닝타임을 빼곡히 활용합니다. 그러니까 영화는 추락 사건으로 인해 벌어진 (타인들에 의해 재정립된) 진실의 추악함을 카메라를 메스삼아 면밀히 해부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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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봤습니다. 강렬한 영화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