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GIFT>는 어떻게 편집되었나?
하마구치와 함께 러쉬를 감상
하마구치 감독과 도쿄예술대학 대학원에서 영화 편집을 전공하고 <아사코>, <드라이브 마이 카> 등 여러 차례 호흡을 맞춰온 야마자키 아즈사. 그녀는 “하마구치 감독님의 영화는 편집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함께 러쉬(촬영이 끝난 상태에서 편집을 하지 않고 정리되지 않은 채 연결된, 말하자면 자료의 집합체)를 정리하는 시간이 있어요. 요즘 상업영화는 촬영과 동시에 편집부도 움직이고, 일찍부터 임시로 영상을 연결하는 경우가 많은데, 하마구치 감독님은 촬영 중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아요. 데이터 정리 등 사전 준비만 해요”라며 하마구치 감독과 편집할 때의 특징을 밝혔다.
이번의 경우, 야마자키는 각본도 전달받지 못했고, 스토리를 모르는 상태에서 15시간이 넘는 자료를 며칠에 걸쳐 하마구치와 함께 감상했다. “첫 관람은 가급적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함께 봐요. 자료를 접하게 되면 세세한 부분까지 보게 되거든요. 촬영이 끝난 것을 모두 나열해서 장면 순서대로 집중해서 보면 ‘아, 이 장면 너무 좋다’, ‘이 장면은 어려울 것 같다, 불안해’와 같은 인상을 전체 흐름 속에서 찾을 수 있어요. 그런 느낌은 단편적으로 보면 사라져 버리죠”라고 말했다.
테이크마다 OK, NG의 차이도 없고, “뭐가 좋은지 한 번 더 봐야 알 수 있기 때문에 NG라는 개념도 별로 없어요. 기술적으로 NG 컷을 빼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다 봐요. 제작 시스템의 문제도 있지만, 다른 작품에서는 그런 스케줄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라고 설명했다. 또한 하마구치 자신도 극장 팜플렛 인터뷰를 통해 이 러쉬를 보는 시간이 이후 편집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언급했다.
<GIFT>는 음성을 전혀 듣지 않고 편집
편집이 먼저 시작된 것은 <GIFT>였다. 앞서 언급했듯이 하마구치로부터 각본을 받지 못한 야마자키는 그 이야기를 모른 채 <GIFT>의 편집에 착수했다고 한다.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와 <GIFT>는 자연이 풍부한 나가노현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로, 연예기획사 글램핑장 건설 계획이 등장한다. 이 프로젝트는 마을의 수원에 악영향을 끼치고, 그 여파는 타쿠미와 하나라는 부녀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
야마자키는 “하마구치 감독님은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찍는 감독이에요. 그렇게 찍은 것은 제가 스토리를 몰라도 보고 있으면 알 수 있게 되는 거죠. 하지만 하마구치 감독님도 항상 ‘어떤 형태가 될지 모르겠다’고 말씀하곤 해요(웃음). 그래도 의외로 편집은 할 수 있어요. 하지만 탐색하는 시간이 길어서 한 달 이상은 ‘이건 어떡하지’라며 이것저것 편집을 시도해요”라고 회상했다.
<GIFT>는 무성영화이기 때문에 음성을 전혀 듣지 않고 편집했다고 하는데, “러쉬 때도 그렇고, 그림만 집중해서 볼 수 있도록 소리를 없앴어요. 소리의 정보가 없으니 점점 영상의 구석구석까지 보게 되더라고요. 영상만 의지할 수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모든 것을 보려고 노력했다고나 할까요. 예를 들어 장작 패는 장면에서도 ‘아, 햇볕이 드는구나’, ‘저기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구나’, ‘이 타이밍에 바람이 불고 있구나’ 이런 식으로요. 집중해서 보고 있으면 전혀 지루하지 않아요. 나무를 올려다보는 장면도 소리 없이 계속 보고 있으면 프랙털(일부 작은 조각이 전체와 비슷한 기하학적 형태)처럼 보여요. 현미경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고요”라고 회상했다.
서로의 편집을 보여주는 “작업”
이후 <GIFT> 편집 도중부터 하마구치의 손을 거쳐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의 편집이 진행되었는데, 두 작품은 등장인물과 이야기의 큰 줄기는 같지만, 장면을 구성하는 컷의 순서와 사용된 테이크가 다르다. 어느 한 쪽에만 존재하는 컷이나 장면도 있고, 세세한 부분에서는 상당히 다르다. 야마자키는 하마구치와의 공동 작업을 이렇게 회상했다.
“가끔씩 서로의 편집을 보여주는 작업 같은 건데요(웃음). 그 편집이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에 있다면 <GIFT>는 이렇게 하자. 이 편집은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에 양보하겠다, 이런 식으로요. 같은 촬영에서 만든 장면인데, 예를 들어 같은 대상을 겨냥한 컷이라도 찍는 시간의 미세한 차이로 햇빛이 달라지잖아요. 햇빛이 비쳐서 빛이 들어간 듯한 밝은 테이크는 <GIFT>에 사용하고, 그늘이 져서 선명하게 영상이 보이는 것은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에 넣기도 하고요. 거기에 이시바시 에이코 씨의 음원이 더해지면, 더 많은 작업으로 이어지죠. 특히 <GIFT>에는 이 컷을 길게 하면 에이코 씨가 기분 좋게 연주할 것 같다고 상상하면서 편집한 장면도 있어요.”
시간의 흐름을 편집으로 크게 통제하지 않는다
야마사키가 하마구치의 영화를 편집할 때 다른 작품에 비해 더 신경 쓰는 것은 편집의 연속성이라고 한다. 연속성이란 샷과 샷의 연결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영화나 드라마 등 특히 스토리를 전달하는 영상 작품에서는 시간적, 공간적으로 모순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예를 들어 의도적인 연출이 아닌 ‘샷과 샷 사이에 갑자기 사물이 사라진다’, ‘샷과 샷 사이에 배우의 헤어스타일이나 메이크업이 바뀐다’ 등은 ‘연속성이 이상하다’며 피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마구치 감독님과 함께 작업할 때는 다른 감독님들보다 연속성에 신경을 많이 써요. 예를 들어 사람이 물건을 줍는 장면에서 전신 샷에서 손에 들고 있는 장면으로 전환되는 편집에서 그 움직임이 더 부드럽게 이어질 수 있는 장면을 의식적으로 선택해요. 그리고 하마구치 감독님 같은 경우는 시간의 흐름을 편집으로 크게 통제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특히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의 경우, 음악을 염두에 두고 찍어서인지 촬영 방식이 여유로워요. 그것을 살리고 싶었던 이유도 있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의 매력을 다시 한 번 묻자 야마자키는 “지금까지의 작품은 굉장히 현실적인 세계였는데, 이번 영화는 처음부터 동화 같은 시작이었어요. 숲의 힘은 아니지만, 이상한 일이 일어나도 괜찮을 것 같은 세계 말이죠. 하마구치 감독님의 작품을 편집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번에도 본 적 없는 영화가 탄생했다고 느꼈어요. 샷도 음악을 염두에 두고 찍었기 때문에 평소 같았으면 이런 식으로 찍지 않았을 것 같은 영상이 많았어요. 그 점이 평소와 크게 달랐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출처: 일본 Nata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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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영화답게 완성시키는 중요한 작업인데, 좋은 정보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