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아메리카인 (1951) 위대한 예술작품의 반열에 놓일 영화. 스포일러 있음.
솔직히 말해 "위대한 예술작품이다" 말고 다른 표현이 생각나지 않는다.
제목이 되는 파리의 아메리카인은 조지 거쉬인의 교향시 제목이다. 랩소디 인 블루로 엄청난 명성을 얻은
조지 거쉬인이 유럽을 방문했을 때, 파리에서 느낀 감상을 교향시로 작곡한 것이다.
흥성거리는 파리, 그 화려한 도시에서 느끼는 어느 미국인 여행자의 고독, 즐거운 감상 등이 내용인 음악이다.
이 뮤지컬의 내용과 딱 맞아떨어지는 곡이다.
이 영화는 아이 갓 리듬, 파리의 아메리카인 등 조지 거쉬인의 음악으로 가득차 있다.
조지 거쉬인은 재즈를 클래식음악에 도입한 작곡가다. 흑인음악의 우울함은 없지만, 화려하고 재즈적인 감성으로 충만하다. 화려하고 외향적이고 행복과 즐거움에 차있는 그런 곡들이다. 이 영화가 그렇다.
역사상 최고의 댄서이자 배우인 진 켈리가 주연이다. 그는 2차세계대전 중 파리에 주둔하다가 전후에도 파리에 남은 무명화가로 나온다. 돈이 없어 파리 단칸방에서 쪼들리며 살고 늘 배가 고프다.
하지만 즐겁다. 좋아하는 그림을 그려서 즐겁고, 파리의 아름다운 풍광을 떠도는 것도 즐겁다. 무명피아니스트인 친구와 춤과 피아노연주로 장난치고 노는 것도 즐겁다. 그가 즐거우니 그의 곁에 있는 사람들도 즐거워진다.
그는 주변사람들에게 아주 인기가 많다.
놀라운 것은, 관객들도 즐거워진다. 이 영화는 사람을 참 즐겁게 만들고 흥겹게 만든다. 진 켈리는 엄청난 댄서이자 뮤지컬배우다. 그는 표정 하나 안바꾸고 즐겁게 허공을 날고 재비처럼 재빠르게 솟구쳤다가 나비처럼 우아하게 바닥을 휘젓는다. 연습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지만 영화에서의 동작은 힘 하나 안들이고 자연스럽다. 그에게는 중력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비현실적으로 아름답고 칼라풀한 그림 속에서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사람들과 중력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 날아다니고 탭댄스로 바닥을 두드리고 바닥 이쪽에서 저~쪽까지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한다. 그리고 그 표정은! 고통 외로움같은 것을 100% 제거한 순도 100%의 즐거움과 황홀, 행복이다.
진 켈리만큼이나 대단한 것이 무대미술이다. MGM 소속 미술가들이 손으로 그린 것이다. 지금 보니 완전예술이다. 지금도, 미국에서 미술천재라는 사람들만이 픽사나 디즈니에 간다는데, 당시에도 그랬나 보다. 손으로 그린 무대미술들이 완전 걸작들이다. 리메스터링된 것을 고화질로 보니, 그 색채감각은 정말 황홀하다. 지금같았으면 조각 조각을 떼어다가 미술전시회를 했을 것이다.
그러니 걸작예술작품이라는 말밖에 할 수 없다.
내용은 극히 단순하다. 진 켈리는 마침내 어느 여성예술애호가의 눈에 띄고 성공에의 길로 가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그런데, 그 여성은 진 켈리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우연하게도, 진 켈리는 그때 젊은 파리지엔느 레슬리 캐런을 만나게 된다. 부자이고 우아한 여성예술애호가인가 아니면 청순하고 소박한 레슬리 캐런인가 - 순수하고 자기감정에 충실한 진 켈리는 레슬리 캐런에게 끌린다. 레슬리 캐런은 처음 보는 진 켈리가 접근하자 우선 경계한다. 여기에다가 복잡한 사정이 하나 더 끼어든다. 레슬리 캐런은 약혼한 몸이다.
이 뮤지칼에서 유명한 장면인,
진 켈리가 파리의 아이들 앞에서 탭댄스를 추며 엄청난 댄스공연을 하는 장면이 있다.
이 이상의 춤을 볼 수 없을 것이다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공연이다. 유튜브에도 나온다.
늘 숨가쁜 표정 하나 짓지 않는 진 켈리가 춤 다 춘 다음 지친 표정이다.
그리고 클라이맥스에 나오는,
파리의 인상파화가들 그림을 무대미술로 재현하고 그 속에서 진 켈리가 춤추는 장면이 있다.
로트렉의 물랑루즈 댄서들 그림을 그 특유의 화려한 색채로 재현해 놓고 그 속에서 진 켈리와 레슬리 캐런이
춤추는데, 정말 황홀 그 자체다. 어쩌면 저렇게 즐거워하고 행복해하고 황홀해할까?
진 켈리의 안무는 치밀하고 훌륭하다. 너무 훌륭해서 이 춤의 클라이맥스에서는 모골이 송연해질 정도다.
다 함께 모인 화려한 등장인물들이 비현실적인 아름다운 공간 안에서 관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합창같은 춤을 추는 장면이다. 아, 이런 경험이 가능하구나.
레슬리 캐런과 진 켈리가 맺어지면서 영화는 아주 행복하게 끝난다.
로저 이버트가 싱잉 인 더 레인 뮤지컬에 대해 언급하면서 가장 놀라운 점이
"What a glorious feeling!"이라고 포스터에 엄청난 캐피프레이즈를 내걸었는데, 실제 영화가 이 약속을 지켰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 영화에 대해서도 똑같은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P.S. 이 영화에서 무명피아니스트로 등장하는 사람이 유명한 오스카 레반트다. 실제 조지 거쉬인의
후계자였던 전설적인 재즈피아니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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