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olent Panic: The Big Crash (1976) 스기모토 미키의 작별인사. 게터웨이의 막장 버젼.
막장 학원폭력물만 만들던 스기모토 미키와 와타나베 츠네히코가
대규모 예산을 들여 상당히 스펙터클한 탈주영화를 만들었다.
스티브 맥퀸과 알리사 맥그로우가 등장했던 게터웨이를 연상시키는 액션영화다.
은행을 턴 와타나베 츠네히코가 브라질로 탈출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데, 그를 쫓는 경찰과 그의 돈을 노리는
범죄자가 그를 궁지에 몰아넣는다는 이야기다.
사회비판물과 정신 나간 사이키델릭물을 합친 NO WAY OUT 이다.
가난한 시골에서 태어나 제대로 음식도 먹지 못하는 부모와 가족들 - 와타나베는 어느 술집 바텐더로 일하면서
술에 취해 추태를 부리는 밑바닥 인생들을 보며 산다. 어떻게든 이 생활을 탈출해야 겠다. 그에게는 이 생각뿐이다.
하지만 기술도 재산도 능력도 별로 없는 그에게는 별다른 기회가 올 것 없다.
그는 은행을 털어 브라질로 떠나는 것이 꿈이다.
와타나베는 술집에서 밑바닥 인생 하나를 만난다. 알몸에 모피코트를 입고 다니며 좀도둑질을 하고 몸을 파는 여자 -스기모토 미키다.
늘 보던 밑바닥 여자 하나 추가다. 와나타베는 술집에서 남자에게 얻어맞던 스기모토 미키를 구해준다.
그녀가 불쌍해서라기보다 그냥 남자에게 맞는 모습이 어쩐지 보기 싫었다. 스기모토 미키는 와타나베에게 집착한다.
다른 영화들에서 여자 폭력단 두목으로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여주던 스기모토 미키는
이 영화에서는 여성적이고 별 말이 없고 남자에게 매달리는 순종적인 여자를 연기한다. 솔직히 잘 안어울린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와타나베-스기모토 콤비가 탄생한다. 죽음으로도 갈라놓을 수 없을만큼 끈끈한 유대로 뭉친 남녀커플 -
액션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들 말이다.
와타나베는 자기 혼자서 은행을 털어 브라질로 탈출하기도 버거운데, 스기모토 미키까지 달라붙자 난감하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대규모 스턴트 씬이다. 좀 붙여 말하자면,
이 영화 클라이맥스의 스턴트씬은 존 윅4의 개선문씬에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을 정도다.
자동차들이 무질서하게 원형을 그리며 발광하듯 돌아가는데, 문짝 하나 뜯어진 차를 타고서 그 속을 헤집고 다니는 오타나베의 모습이
딱 판박이다.
특수효과같은 것이 없으니까, 달리는 자동차 앞에 몸을 던지는 위험천만한 스턴트같은 것은 기본이다.
오토바이 타고 달리는 자동차 앞에 몸을 던지는 것도 기본이다. 따라서, 규모는 작지만, 극단적인 스턴트의 그 생생한 감은 살아 있다.
와타나베는 친구와 은행을 털어서 나오는 길에 수수께끼 검은 옷을 입은 여자가 오토바이로 덮치는 바람에
친구를 잃는다. 자동차에 깔려 친구의 얼굴이 뭉개지는 장면이 나온다. 얼굴이 피가 고인 평면이 되어 버렸다. 이거
인형이 아닌, 실제 인물 분장을 통해 보여주는데, 영화 보면서 산전수전 다 겪은 나조차 끔찍하게 느껴질 정도다.
경찰은 지문을 통해 아주 쉽사리 그를 찾아내고, 와타나베가 돈을 가진 것을 눈치챈 폭력배는 총을 들고 찾아와 와타나베에게 돈을 내놓으라 한다. 좁은 일본 내에서 그를 쫓는 사람들이 많다. 와타나베는 좁은 병안에 갇힌 파리가 윙윙 대며 빠져나갈 구멍을 필사적으로 찾듯이
브라질로 탈출할 길을 찾으려 애쓴다. 하지만 상황은 절망적이다 못해 그의 죽음은 거의 확정적인 듯 보인다.
영화 쟝르가 쟝르라서 그런지, 이 영화에서 정상적인 인물은 와타나베뿐이다.
와타나베는 자기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데, 무작정 달라붙는 스기모토 미키가 버겁다.
몇번이나 버리려고 하는데, 그때마다 절망에 가득해 자길 바라보는 스기모토 미키가 불쌍해서
차에 태워 함께 도망친다. 한번 쫓아버렸다가 집을 찾아가 보니, 스기모토 미키는 정말 자살했다! 간신히 살려내고 보니
"살아만 있어줘도 고맙다"이다.
영화는 감독이 가진 능력 이상으로 플롯을 복잡하게 짜고 주제를 설정하려 한다.
와타나베를 쫓는 경찰은 동료 여경과 불륜에 이상한 변태놀이를 하다가 더 젋은 경찰에게 여경을 빼앗긴다. 게이 의사는 자기 자동차를 학대하면서 성적 쾌락을 얻는 (?) 젊은 수리공에게 야릇한 욕망을 느끼고 차근차근 그의 범죄 증거를 모아서
그를 협박한다. 와타나베와 하등 상관도 없는, 생뚱맞게 삽입되는 에피소드들이다.
나중에 이들 모두는 한 자리에 모인다. 공터에서 와타나베를 쫓아온 경찰차와 문짝 하나가 달아난 차를 모는 와타나베가 무질서하게
질주해 다닌다. 불륜 경찰관과 게이의사를 죽이고 도망 나온 수리공도 여기 끼어들어 광란의 질주를 벌인다.
대부분은 이 광란의 질주들 속에 별 이유도 없이 끼어들어 죽음에 이르는 광란의 질주 한복판에서 절규하다가 피떡이 되어 죽어간다.
근처에 있던 폭주족 오토바이들과 취재 중이던 방송용 차도 광란의 질주에 뛰어든다. 이제는 누가 무슨 이유 때문에 누굴 쫓는다는
그 의미마저 없어진다. 아마 모두들 죽을 때까지 이 광란은 이어질 것이다.
이 클라이맥스가 영화 내내 차근차근 플롯이 구축/발전되었더라면, 명장면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왜 저기서 저런 생뚱맞은 장면이 나오지?"하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갑자기 삽입되었다. 하지만 그 장면의 에너지는 대단하다.
사회 곳곳에 있던 사람들이 한바탕 광란의 질주에 뛰어들어 서로 죽을 때까지 무의미하게 질주를 벌인다는
스토리도 아주 강렬하다. 부조리/무의미/실존주의같은 느낌마저 준다.
70년대 사이키델릭한 정신 나간 혼란스런 연출이다.
와타나베와 스기모토는 둘이 함께 이 광란의 질주를 몰래 빠져나간다. 그리고 사라진다. 유리병 안에 갇힌 파리가 극적으로
탈출한 구멍을 찾은 것이다.
감독과 배우로서는 나름 대규모 예산을 들여서 스케일 크고 잘 짜인 각본을 가지고 걸작 액션/사회물을 만들려는 의욕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부분들이 이 영화에는 분명 있다. 하지만 B급 막장물답게,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가 아니라, "뜨거운 가슴과 더 뜨거운 머리"로 만든 영화다. 나는 이것이 좋지만,
객관적으로 볼 때 걸작영화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IMDB 7.1인데, 이런 보석같은 장면들을 높이 평가한다면 7.1이고,
나머지 장면들과의 통일성 및 영화 전체의 완성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6점대일 것이다.
스기모토 미키는 동창과 결혼 후 유치원선생이 되어서 영화계에서 사라졌다고 한다. 이때 이미 영화계에 미련이 없어졌는지,
잔뜩 뚱뚱해져 나와서 영혼 없는 연기를 보여준다. 90% 주인공인 와타나베만이 몸을 던져 헌신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추천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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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궁금합니다. 한국인들에겐 생소했던 전성기 일본 영화
연도상으론 미친 카체이스 나오는 블루스 브라더스에 영향을 줬으려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