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은 키호이콴을 수십 년이나 내버려뒀어" 에에올 감독들 인터뷰
일본 영화 사이트 eiga.com에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감독들 인터뷰 올라왔는데...
내용이 꽤 좋아서 옮겨봤습니다. 서문은 생략했어요.
https://eiga.com/news/20230224/16/
●기획의 시작은 '현대를 살아가는 불안감’
(감독 콤비) 다니엘스가 이 작품의 윤곽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2016년. 당시 두 사람의 회의실 칠판에는 복잡한 그림이 펼쳐져 있었다. 12개의 스토리 라인이 색깔로 구분되어 있고, 차례차례 떠오른 아이디어가 써 갈겨져 있었다. 그 시작은 "우리가 실제로 느낀, 현대를 살아가는 불안감"이었다.
다니엘 콴: 당시 미국에선 대통령 선거가 진행되고 있었죠. 우리로선 어른이 되고 나서 겪은 ‘가장 힘든 대통령 선거“이기도 했어요. 인터넷상에서 정치적인 대화가 오가고, 대화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비방이 오가는 일들이 자주 벌어졌죠. 상대방의 얼굴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을 것 같은... 누구나 자신만의 거품 속에서 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기획은) 그때 받은 느낌을 표현할 순 없을까 하는 지점에서 시작했죠.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쏟아져 나왔어요. 그 압도적인 느낌을 메타포로써 멀티버스로 표현한 거죠.
●다니엘스가 ‘창작’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
SF이면서 가족 드라마. 쿵후 영화이면서 동시에 철학적 요소도 포함하고 있고 ‘사랑과 이해’라는 주제가 깔려있다. 그야말로 ‘혼돈의 영화’다. 쉽게는 설명할 수가 없는(그런데도 무척 재밌다!) 작품을 만들어낸 다니엘스. 그렇다면 ‘창작’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포인트는 무엇일까?
다니엘 샤이너트: 저는 유머. 단 어두운 유머예요. 거기에는 여러 요소가 섞여있는데... 예를 들면 저는 어떤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그것을 파고들면 하나의 농담으로 연결할 수 있는 타입이에요. 그 농담에 저 스스로도 웃을 수 있으면 결과적으로 ‘이런 괜찮은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죠. 또 예를 들면 장례식 같은 엄숙해야 할 자리에서도 웃음을 유발할 수 있고요. (제 안에는) 그런 게 자리 잡고 있어요.“
다니엘 콴: 오랫동안 두려움이라는 것에 자극받아서 무언가를 만들어 왔어요. ‘나는 아무것도 될 수 없다.’ ‘아무도 날 봐주지 않고, 어딘가로 사라져버리는 건 아닐까?’, 중학생 때부터 그런 생각을 계속 갖고 있었죠. 다니엘(샤이너트)과 함께 작품을 만들면서도 저를 가장 자극한 감정이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나이를 먹고, 또 치료받으면서 지금은 꽤 긍정적으로 변한 걸지도 몰라요. 즉 기반을 가질 수 있게 돼서 ‘거기에 대한 책임은 뭐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만들고 있어요. 부모이기도 해서 늘 의무감 같은 걸 갖고 있죠.“
●기상천외한 설정! ‘버스 점프’는 어떻게 떠올렸나?
본편에 등장하는 ‘버스 점프’는 “다른 차원의 자신과 연결→다른 자신이 가진 기술에 액세스”한다는 설정에다가 “발동하려면 ‘가장 괴상한 행동’을 해야 함”, “바보 같으면 바보 같을수록 그것이 연료가 되어 점프를 빠르고 확실하게 성공시킨다.”라는 조건이 붙는다. 에블린은 ‘평범한 주부’일 뿐만 아니라, ‘요리사’, ‘쿵후의 달인’, ‘소시지 손가락’, 같은 모습으로도 묘사된다. 이런 기상천외한 발상은 어떻게 떠올리게 된 걸까...
다니엘 콴: 우선 우리 둘 다 SF 팬이에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더글라스 애덤스, 커트 보니것의 책... 그런 걸 보면서 자랐죠. 그리고 단순한 얘기지만 어른이 되고서 <매트릭스>을 오랜만에 다시 보니, 우리만의 <매트릭스>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2014~2015년쯤, 마침 멀티버스에 관한 책을 많이 읽었죠. <매트릭스>처럼 정보를 뇌에 다운로드. 거기에 멀티버스의 아이디어를 접목하는 거죠. 그리면 “점프”도 할 수 있고 능력도 발휘할 수 있고요. 거기다가 “동시에 다른 장소에 있을 수 있다.”라는 식으로 확장해 나갔어요. 거기서 느끼는 감정은 “무언가를 원하는 마음”과 “후회하는 마음”을 동시에 가질 수 있고요. 그런 양날의 칼 같은 측면도 재밌겠다 싶었죠. 그런 식으로 설정을 생각하는 것도 무척 즐거웠어요.
다니엘 샤이너트: 우리가 사랑하는 작품을 그대로 모방하고 싶은 “제멋대로인 충동”에 사로잡히기도 했죠. (웃음) 과학, 철학, 정치, 혹은 팟캐스트. 우리는 그것들을 통해 말도 안 되게 커다란 컨셉을 평소에 접하고 있어요. 그것들과 무언가를 접목해보는 거죠. 예를 들면 그것이 쿵후일 수도 있고... 그런 걸 평소에도 하고 있죠.
●주인공을 어머니로 변경. “주연은 양자경이라고 확신했다.”
기획 초기 단계에는 주인공을 아버지로 설정하고, 성룡을 캐스팅한다는 구상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구상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다니엘스는 “주인공을 어머니로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샤이너트는 “어머니의 이야기”가 된 순간 “각본에 생명이 깃든 것 같았고, 주연은 양자경이라고 확신했다.”고 한다.
다니엘 샤이너트: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녀가 거절하면 어쩌나, 굉장히 두려웠습니다. 다른 배우는 생각할 수 없었으니까요. 양자경이 한다고 하더라도 만약 그녀가 꺼림칙한 사람이라면 캐스팅을 못 하죠. 그랬다면 이 영화는 그걸로 끝이었을 거예요.
할리우드에서도 활약해온 레전드 배우 양자경은 다니엘스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하고, 온갖 다른 차원의 자신을 연기해냈다. “좀 더 일찍 이 영화에 출연했다면 내 경력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양자경). 다니엘스에게 그렇게 말할 정도의 “운명적인 역할”로 제80회 골든글로브상 여우주연상(뮤지컬/코미디 부문)을 받았다.
●키호이콴을 캐스팅한 이유는?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웨이먼드를 연기한 키호이콴이다. <인디아나 존스: 마궁의 사원>(쇼트 라운드 역), <구니스>(데이터 역)로 한 시대를 풍미한 후, 배우 활동을 중단,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에 진학했다. 졸업 후에는 <엑스맨>(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무술지도 어시스턴트, <2016>(왕가위 감독)의 조감독으로 활동했다. 그러던 중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하고, 이 영화의 오디션을 봤다.
다니엘 콴: 웨이먼드 역할의 캐스팅은 정말 어려웠어요. 우선 광둥어, 베이징어, 영어를 구사할 줄 알아야 했죠. 그리고 코미디 연기도 하면서 진지한 연기도 소화할 수 있어야 하고요. “아버지”라는 측면에선 부드럽고 유머러스한 면이 있어야 합니다. 한편으로 (다른 차원에서) 부자가 된 모습, 싸움에 능한 진지한 캐릭터도 연기해야만 하고요. 그중에서도 “부드러운 성격”이란 부분을 표현하는 게 무척 어렵죠. 다정함이란 걸 진정성 있게 연기한다는 건 상당히 미묘한 뉘앙스를 담고 있는 것이니까요. “그런 사람은 없으려나...”하고 후보를 물색하던 중, 어느 날 <인디아나 존스: 마궁의 사원>의 쇼트 라운드의 사진을 발견했어요. “그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 싶어서 조사해봤더니 스턴트 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걸 알았죠. 그래서 연락해보니 마침 배우로 복귀하려는 타이밍이었어요.
●할리우드에 일침! 보기 드문 인재를 “당신들은 수십 년 동안이나 내버려 뒀어.”
“오디션은 정말 훌륭했어요. 성격도 온화한 분이었고요. 우린 그에게 반해버렸습니다.”라고 말한 샤이너트. 결과적으로 키호이콴은 제80회 골든글로브상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시상식 단상에서 눈물을 흘리며 감사를 표한 키호이콴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다니엘 샤이너트: 이번 캐스팅에 관해선 할리우드 사람들에게 큰소리치고 싶은 기분도 들어요. 이를테면 키호이콴에 관해서 “이렇게나 훌륭한 재능을 가진 사람을 당신들은 수십 년 동안이나 내버려 둔 거야.”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분뿐만이 아니에요. 그 외에도 온갖 은총을 가져다 줄 재능 있는 사람들을 “당신들(=할리우드)은 쓰지 않는다.”고 말이죠. 그런 점을 이 영화를 통해 전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그분들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광경을 보고 있으니 기분이 무척 상쾌하네요.
번역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