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고레에다 감독이 한국 드라마에 빠진 이유
일본 영화 사이트 '시네마투데이'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인터뷰가 올라와서 옮겨봤습니다.
한국 드라마 애청자가 된 이유....
<브로커>를 찍으면서 느낀 한국과 일본 영화계의 차이 등을 이야기했네요.
원문은 아래입니다.
https://www.cinematoday.jp/news/N0130599
고레에다 히로카즈, 코로나 사태 와중에 한국 드라마에 빠진 이유
제75회 칸 영화제에서 주연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최신작 <브로커>(일본은 6월 24일 개봉). 송강호를 비롯해 강동원, 배두나 등 한국 영화계 명배우들이 모인 감독의 첫 한국 제작 영화다.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등 한국 드라마를 많이 봤다는 고레에다 감독이 이 작품의 캐스팅 비화와 한국 드라마의 매력, 그리고 한일 영화 제작의 특징 등을 이야기했다.
기획부터 영화화까지
이제껏 <어느 가족>을 비롯해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그려온 고레에다 감독이 2013년 개봉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제작 과정에서 크게 흥미를 느꼈다는 ‘아기 포스트’, ‘입양’이라는 키워드. 거기서 새롭게 조사를 거듭하고, 써낸 짧은 플롯에서 이 작품의 기획이 단번에 시작됐다고 한다.
“마침 2016년에 이 영화의 밑바탕이 되는 짧은 플롯이 나와서, 그걸 배두나 씨에게 보여줬어요. 거기서부터 여러 가지 것들이 구체적으로 된 것 같습니다.”
과거 <공기인형>을 통해 함께 작업한 배두나를 비롯해 칸국제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교류가 있었던 송강호, 강동원과는 “언젠가 영화를 같이 찍고 싶다”라고 이야기를 나눠온 사이였다.
그러던 중 고레에다 감독이 관심을 가졌던 ‘아기 포스트’라는 시스템은 한국에선 ‘베이비 박스’라는 명칭으로 존재하고, 게다가 사용 건수가 일본보다도 훨씬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무대를 한국으로 삼는 것, 송강호 등 한국 명배우들과의 작업이라는 두 가지가 결합되어 이 작품의 각본이 완성됐다.
한국 드라마를 보고 캐스팅
‘베이비 박스’에 놓인 아기를 판매하는 브로커 상현을 연기하는 송강호, 상현과 콤비를 이루는 브로커 동수 역의 강동원, 그들을 뒤쫓는 형사 수진을 연기한 배두나는 고레에다 감독이 배우들을 떠올리며 쓴 캐릭터들이다.
그리고 또 한 명, 이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이가, 아기를 베이비 박스에 맡기는 소영이라는 여성이다. 제작 과정에서 여러 배우들이 후보로 거론됐지만, 아이유라는 예명으로 활약하는 싱어송라이터 이지은이 그 배역을 맡았다. 고레에다 감독은 “<나의 아저씨>에 출연한 이지은의 연기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아서 그녀를 추천했습니다.”라며 캐스팅 경위를 말했다.
이지은을 캐스팅한 이유였던 <나의 아저씨>를 비롯해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동백꽃 필 무렵> 등 한국 드라마를 “원래는 배우를 찾을 생각 없이” 봤다는 고레에다 감독. 작품들을 계속 보던 사이에, 배우들의 높은 잠재력에 매료됐다고 한다. 이지은 외에 <이태원 클라쓰>에 출연한 이주영 등도 고레에다 감독이 추천한 출연진이었다고 한다.
배우들의 매력이 이야기를 추진해나가는 점에 한국 드라마의 강점이 있다고. “여러 (한국 드라마) 작품을 봤는데, 다 재밌었던 건 아니에요. 하지만 영상으로 표현되는 것이 강렬해서 단숨에 보게 되죠. <오징어 게임> 같은 경우도 여러 (비슷한) 작품이 떠오르게 됐지만, 역시나 배우들이 매력적이었어요.”라고 진지하게 말했다.
“물론 언어의 장벽이라는 문제를 제쳐둔다면, 일본의 정상급 배우들이 세계(무대)에 통할 수 없느냐고 한다면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다만 한국은 영화 산업이 젊고, 그 중심이 30대이고, 배우들도 제대로 훈련받은 사람이 많아요. 게다가 뛰어난 크리에이터들이 모두 영화를 목표로 한다는 특유의 상황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영화 촬영 사정
한편 고레에다 감독은 “지금껏 제 영화 가운데, 연극적인 훈련을 받지 못했던 사람들이나 아이들이 빛나는 순간도 많이 찍어왔고, 그렇게 하려 했던 부분도 있다.”라며 자신의 연출에 대해 회고하며, “훈련받은 사람들”만이 좋으냐고 한다면, 그렇지 않다는 견해도 밝혔다.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에 출연해주신 줄리엣 비노쉬 씨는 연극적인 소양이 있는 분이지만, 카트린 드뇌브 씨는 그런 경험이 전혀 없는 분이죠. 하지만 두 사람 다 훌륭합니다.”라며 배우들의 매력에 순위를 매길 수는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또 한국에서 영화 제작을 경험하면서 느낀 점도 많았다고 말했다. “한국의 영화 업계 사람들 다수가 미국에서 영화를 배워 와서, 미국 방식을 도입했어요. 예를 들자면 명확하게 예산을 맞추는 데 필요한 것일 수도 있는데, 콘티나 스토리보드가 없으면 진행할 수가 없죠. 일본에서도 광고 촬영 등은 그렇게 하지만, 영화 (촬영) 현장에선 좀처럼 그렇게 하지 않아요.”라고 한국과 일본의 차이를 말했다.
“그리고 돈 문제와 관련된 부분인데요. 이번 영화의 주연배우 4명은, 이 영화 촬영 중 다른 작품에는 출연하지 않는다는 계약을 했어요. 작품에 전념할 수 있어서, 예컨대 머리를 자르거나, 살을 찌우거나 빼는 식으로 캐릭터를 만드는 데 지장이 없죠. 이건 당연한 것 같지만, 일본에서는 당연한 게 아니에요. (일본에서는) 어지간해선 ‘다른 일거리는 하지 말아주세요.’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돈(출연료)을 줄 수 없으니까요.”라고 설명했다.
이 작품에서는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엄마,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아이를 판매하는 브로커, 이를 바라보는 형사 등 다양한 시점을 통해 ‘아이를 갖는다’라는 것의 의미가 그려진다.
“등장인물 중 누구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죠. 아마 처음에 배두나 씨가 연기하는 형사 수진의 ‘애를 버릴 거면 낳지를 말라’는 시각에서 보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거기서부터 이상한 여행을 통해, 그녀의 시각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그 부분을 각본 단계에서부터 꼼꼼하게 그려보자는 생각이 있었어요.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 외에 기독교 관련 국제영화조직 심사위원들이 뽑는 ‘에큐매니컬상’도 수상한 이 작품이 곧 일본에서도 개봉된다.
취재 및 글: 이소베 마사카즈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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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감독 정도면 그래도 힘 좀 쓸 수 있을 거 같은데, 환경이 그 정도까지 뒷받침되지는 않나봅니다.
제작관련해서 진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네요....
그나저나 부국제의 이야기도 들어가있는 작품이라니,
더욱더 신기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