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앤드 위키드>(2020) 리뷰
이미 해외에서 호평 받은 검증된 최신 공포영화이자 제2의 <유전>이라는 평도 자자했던 <다크 앤드 위키드>.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알겠다. <유전>, <유물의 저주>와 유사한 분위기를 갖추고 있으며 실제 완성도도 꽤 높다. 하지만 차이도 좀 있다.
조용한 시골 마을의 한적한 농장에서 한 남자가 서서히 죽어 가고 있다. 병상에서 그를 돌보는 그의 아내는 점점 슬픔에 잠식당하고 있다. 루이즈(마린 아일랜드)와 마이클(마이클 애봇 주니어) 남매는 어머니를 도와 아버지를 잘 보내드리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엄마에게 더 큰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외딴곳에 위치한 낡은 농장과 집. 병상에 의식 없이 누워있는 늙은 남자. 무언가에 홀린 듯한 그의 아내. 자식들도 살갑지 않다. 캐릭터뿐만 아니라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차갑고 스산하다. 오컬트적인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자아내며 넘치지 않는 수준에서 실감 나는 공포 신들을 보여준다. 공포 신들이 요란하지 않아서 좋다. 영화의 분위기가 무겁고 차분한 편이어도 연출과 이야기의 중심도 잘 잡혀있으면 오버하지 않고 담백하게만 보여줘도 충분히 효과적인 공포감이 전달된다.
한 가족을 서서히 망가뜨리는 사악한 존재는 인간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가도 환영을 오가며 관객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한다. 공포 신을 보여주고 다음 장면에서 뻔하지 않기 위해 비트는 노력들을 보인다. 무서운 장면이 꽤 많은데 점프 스케어를 적절히 배합하였고, 인상적인 장면도 여럿 양산해낸다. 다만 이야기가 완만하고 번뜩이던 공포감도 후반부로 갈수록 반복되어 다소 적응되는 느낌이 있다.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연기보단 캐스팅이 좋았다고 볼 수 있겠다. 엄마 역의 줄리 올리버-터치스톤은 무표정한 캐릭터 자체가 공포다. 특히 어둠 속 나체로 등장할 때는 꽤나 소름 끼친다. 사악한 존재로 인해 점차 피폐해져가는 루이즈 역의 마린 아일랜드도 사람의 얼굴 자체가 이미 피폐하다는 느낌을 준다. 단 한 번 도 미소조차 짓지 않는다. 그녀는 <유전>에서 애니 역을 맡은 토니 콜렛의 역할과 비슷하지만 토니 콜렛은 배우와 캐릭터의 어울림을 떠나 굉장한 연기를 추가적으로 보여주었다. 역할은 비슷하지만 각자의 영화에서 드러난 장점은 다르다.
이 영화가 완성도 높은 공포영화로 평가받는 <유전>, <유물의 저주>와 비교되면서도 다른 점은 이야기의 매듭 방식이다. 두 작품 모두 실감 나는 오컬트적 상상력을 통해 펼쳐낸 이야기의 엔딩을 환상적으로 매듭짓지만 <다크 앤드 위키드>는 그렇지 못하다. 그렇다고 어설프게 매듭짓지는 않는다.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는 부분까지만 보여주는 것을 택한다. 따라서 오컬트의 근원이 제대로 드러나지 못해 마무리의 쾌감이 다소 반감되는 것은 아쉽다. 이는 앞서 말한 두 작품과 동일선상에는 서지 못하는 사유가 된다.
나 같이 공포영화를 많이 본 작자들이야 명작들과 비교하며 보지만, 다수에게는 꽤나 높은 완성도로 보일 것이다. 만듦새가 좋고 매끄러우며 무엇보다 공포영화로서 오싹하고 무섭다. 다만 톤이 어둡고 페이스가 느린 편이어서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점은 참고하는 것이 좋다. <다크 앤드 위키드>는 간만에 만난 수준 있는 호러다. 좋은 평을 받았던 감독의 전작 <노크: 낯선 자들의 방문>(2008)보다 낫고, <더 몬스터>(2016)보다 낫다. 점점 수준이 올라간다. 브라이언 버티노 감독의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