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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과 1/2 (1963) 창조란 무엇인가?

BillEvans
2880 2 0

 

 

창작이란 무엇인가? 정말 뮤즈의 키스를 받아 하늘에서 떨어지는 영감 같은 것인가? 철저한 계산의 결과인가? 경험으로부터 나오는 것인가? 상상력과 환상의 소산인가? 창작에 있어서 얼마나 다른이의 도움이 필요한가? 여기에 대한 영화가 8과 1/2이다. 대감독인 페데리코 펠리니가 자기 머릿속을 풀어헤쳐 의식, 무의식의 흐름,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어떻게 자기 창작에 영향을 미치는가 등을 다 보여주는 영화다. 

 

사실 창작자 입장에서 본다면 8과 1/2은 전혀 어려운 영화가 아닐 것이다.

뇌를 쥐어짜서 물 한방울을 내는 것이 창작이다. 페데리코 펠리니는 자기가 방금 만들어낸 영화를 보며 희열을 느낀다. 어떻게 내 머리에서 저런 

영화가 나왔지? 자기가 봐도 신통하다. 하지만 다음 작품은 뭘 만들까? 영감도 에너지도 다 바닥난 상태다. 제작자는 찾아와서 다음 작품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닥달한다. 그는 필사적으로 자기 경험, 의식, 무의식, 환상, 욕망, 경건함 등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뒤진다. 물에 빠진 사람이 허우적거리며 뭐라도 잡히지 않나 버둥대듯이. 혹시 창작에 도움이 될 뭔가가 건져지지 않을까 해서. 

어릴 적 훔쳐보았던 창녀에 대한 기억으로부터 시작해서, 한번 스쳐지나갔던 옆집 유부녀와 불륜의 환상, 어리숙한 초보 여배우를 자기 멋대로 뮤즈로 만들어서 

이상화한 다음 그녀가 던져주는 창조의 빛, 어린 시절 신부로부터 질책받았던 강한 성욕의 기억까지. 자기 머릿속에 있는 의식, 무의식은 다 뒤지고 다닌다.

뭔가 잡혀라.

 

이 영화는 이것에 대한 영화다. 의식, 무의식이 막 섞이는 것처럼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갔다가 의식이 나왔다가 이것이 무의식으로 바뀌어있기도 하고 자기가 욕망을 투사한 상상 속의 여자가 어느새 현실의 여자가 되어있기도 하고. "내 어릴 적 보았던 창녀가 걸어나와서 지금 내 아내와 이야기하는데 그 아내가 돌아서더니 내가 은밀히 욕망을 품던 옆집 유부녀가 되었다가 뜨거운 밤을 보낸 다음 깨어나보니 꿈이었는데 알고 보니 이 꿈을 꾼 것은 창작을 해야겠다는 내 강박관념의 결과물이었더라. 제작자가 와서 돈문제 이야기하고 각본가는 와서 요즘 내 창작능력이 퇴보하였다고 하고 불륜녀 아내 모두 와서 날 괴롭히고. 그런데 이 일련의 과정이 내가 창작을 하게 되는 창조적 힘이었던 것이다." 뭐 이런 영화다.

누가 불평하기를, 현실과 환상이 너무 혼란스럽게 섞여있어서 어느것이 환상이고 어느것이 현실인지 분간 안가게 해놓았다 하던데 

전적으로 오해다. 이 영화는 창조에 관한 것이며, 창조의 과정에서는 현실, 환상, 과거, 현재, 미래, 주관, 객관 다 의미가 없다. 이것들은 신비하게 섞이며 페데리코 펠리니만이 알 수 있는 방식에 따라 결합하여 예술작품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서정주 시인에게 누가 이 시에 대해 어떻게 쓴 것인지 설명해보라고 하자 "집에 들어갔더니 누가 있어서 하늘로 가라고 했더니 어쩌구 저쩌구" 해서 그게 무슨 설명이냐는 말을 들었는데, 창조란 이런 것이다. 이것을 영화로 만들 생각을 하였다는 것은 정말 천재적이다.  

 

어느 존경받는 학자가 "내가 어릴 적에는 속으로 내 주변에 있는 여자들을 다 강간했다" 하고 적었다. 다른 사람들도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정직하게 말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8과 1/2도 이런 영화다. 

 

전반적으로 이 영화는 코메디의 성격을 띠고 있다. 고호처럼, 창조라는 과정이 창조자의 제 정신과 생명을 갉아먹는 파괴의 과정일 수도 있는데, 

이 영화 속 펠리니의 창작과정은 유희적 성격을 갖고 있다. 이 또한 펠리니의 개성일 것이다. 

 

8과 1/2은 지금까지 펠리니가 만들어온 작품들의 수를 가리킨다.

 

P.S. 영화 처음에 너무나도 유명한 장면이 나온다. 펠리니가 차를 타고 가는데 교통지옥이다. 그런데 차 안에 갑자기 연기가 차서 그는 질식한다. 그는 차문을 열고 하늘로 날아오른다. 너무 상쾌하다. 그가 하늘을 이리저리 날아다니는데 누가 발에 밧줄을 걸고 아래로 잡아당긴다. 제작자다. 그는 결국 밧줄에 끌려 아래로 추락한다. 이것은 펠리니의 꿈인 동시에 현실이기도 하고 환상인 동시에 강박관념이기도 하고 자유인 동시에 직업인으로서 가지는 무거운 책임이기도 하다. 

 

 

 

 

P.S. 펠리니는 허풍과 과장을 일삼았다고 한다. 이 안에 묘사된 그의 창작과정 중 얼마가 진짜고 얼마가 농담인가. 이 안에 묘사된 창작과정이 얼마나 픽션인가. 이 안에 묘사되어 있는 창작과정을 창작하는 그 과정은 또 무엇인가. 8과 1/2은 우리에게 이런 식으로 창작과정의 신비에 대한 물음을 계속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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