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 신선하면서도 슴슴한.
무려, 보헤미안 랩소디의 라미 말렉, 매트릭스와 존 윅의 로렌스 피시번, 아니 모피어스가 나오는 첩보물이다. 거물급 배우들이 등장하는 만큼 속 시원한 아메리칸 액션 첩보물인 줄 알았으나. 그렇지 않았다. 빠른 주먹과 총탄이 난무하지 않는,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는 지력 액션 첩보물이었다.
"책상에 앉아서 키보드를 끼고 컴퓨터만 했던 CIA 직원이, 현장 CIA 요원이 된다면 어떨까?"
라는 한 문장에서 영화가 시작되었기 때문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영화는 소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영화 전체 서사는 본 시리즈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정보사 요원이 결국엔 자신의 조직을 상대하게 되는 내용이니까. 존 윅 서사도 일부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와이프가 남긴 강아지가 갱단에 의해 죽게 되면서 존 윅이 각성하는 것처럼 이번 영화에서 주인공의 서사가 출발하는 지점도 비슷하다. 물론, 강아지의 죽음처럼 터무니없는 내용은 아니다.
매트릭스와 존 윅에서 키아누 리브스를 도왔던 것처럼 로렌스 피시번이 주인공에게 일말의 도움을 주는 것도 비슷하다. 사실 영화를 보면 알게 되겠지만, 도움보다는 주인공을 뒤따라 다니며 주인공의 활약을 뒤에서 바라보는 역할에 가깝다. 도움보다는 충고 역할에 가까워 보인다. 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많진 않지만 여전히 연기 차력쇼를 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그리고 매트릭스부터 지금까지 로렌스 피시번의 모습이 거의 변하지 않음에 놀랐다.
아무튼, 영화는 기존 첩보물 형식을 그대로 따라가는 듯하지만 여기서 신선한 변주를 볼 수 있다. 바로, 전문 킬러 요원이 아니라 주인공이 아마추어 현장요원이라는 부분이다. 지금까지 첩모물에 등장했던 주인공들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다. 제이슨 본이나, 제임스 본드 그리고 존 윅의 경우 총을 잘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요 타격 액션에서도 획을 그은 캐릭터들이다. 이들과 대조적으로, 라미 말렉은 스마트하게 상대방을 조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는 스마트하게 조지는 세부 모습까지 보여주진 않지만, 예상치 못한 장면에서 그럴듯하게 관객의 앞 통수를 친다. 언급한 다른 첩보물에 비하면 상업적인 재미가 크진 않지만, 라미 말렉이 보여주는 신선한 방식을 흥미진진하게 봤다. 그런 장면이 등장할 때마다 속으로는 박수를 치고 봤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이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아쉽다. 강아지를 죽인 갱을 처단하면서 존 윅이 몸담았던 체제 전체까지 적으로 등지면서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있었던 것처럼 이 영화도 그렇다. 영화의 중반부터는 복수심 때문인지 조직 부패에 대한 공익적 신고를 목적으로 해서인지 주인공 행동의 동기가 불분명하게 그려진다. 즉, 아마추어 주인공이 저렇게까지나 행동하는 것에 공감하기 어렵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에 자주 주인공 와이프의 모습을 툭툭 넣어둔다. 어떻게든 감정적 공감을 이끌어 내기 위함이지만, 이 부분은 짜쳤다.
그리고 총과 주먹이 난무하는 기존 첩보물에 익숙져 있기 때문에, 이 영화는 시원시원한 첩보물을 좋아하는 관객 입장에서는 지루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CIA 조직의 내부 부패에 대한 그림도 이전부터 많이 봐왔던 내용이다. 기술과 시대가 진보함에 따라서 부패에도 여러 가지 양상이 있을 텐데, 딱히 새롭지 않은 설정으로 보여서 아쉬웠다. 영화에 투입된 예산이 적어서 그런지 눈길 잡는 카 체이싱 장면도 딱히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선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 대한 감상을 한 줄로 표현하자면 다름 문구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
해변의캎흐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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