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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17 - 프로모션 끝난 것 같으니, (개봉일)잡담들 또는 리뷰.(약간의 스포)

소설가 소설가
870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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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일에 멀리서 오는 친구를 맞는 심정으로 영화를 봤더랍니다. 

 

가족들이 모두 봤는데, 대체로 의견이 같더라고요. 

 

1. 흥행은 어려울 것 같다. 여기서 의견이 갈리기도 했는데 결국 따지고 보면 같은 말 아닌가도 싶어요. 25세 된 아드님은, 재미가 없다. 지루한 철학 강의 들은 것 같다. 영화적 기능성으로는 별로 아닌가. 이 정도 였어요. 영화의 함의는 알겠지만 결과적으로 대중성이 너무 약하다, 말하고자 하는 바가 죽음인지 아니라면 침략인지에 대해 정체성이 모호한 영화였다. 

반복적인 죽음을 통해 인간성에 대해 깨닫고 공의를 위해 진보적인 일걸음을 내딛는 모습을 다루려 한 영화적 요지가 온전히 다가가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왜냐, 와치타임이 너무 많았다, 즉 지루했다. 이건 우리 사모님 말씀이었습니다. 

 

2. 비트켄슈타인이 "철학은 죽었다"라고 말한 뒤 마치 철학이 커다란 국면 전환이나 진일보의 토대를 마련한 것처럼 착각하는 이가 많(았)지만 실제 철학은 아리스토텔레스, 공자 등에서 정말 진일보했는지는 회의적입니다.(진일보는커녕 여전히 거기에 얽메여 있다고 봐야할지도 모르죠) 동양철학에서 특히 조선의 성리학에서 서화담은 격물치지의 단계를 깨우쳤고, 이황과 이이는 이들을 실증적으로 뒷받침할 학문적 완성에 다다랐지만 서양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장되기에 이르렀잖아요. 천재 실비아 플라스가 매일 도달하고 싶었던 것처럼, 결국 인간의 도달점은 죽음일 텐데 이 죽음을 진지하게 다루던 유머러스하게 다루던 내포한 끝지점은 똑같습니다. 

어떠한 이유로도 인간은 죽음에 도달할 수 없다!

 

3. 결국 영화는 죽음의 곁가지에서 해석해 낸 인간의 감정들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죽음을 통해 극단의 감정을 느끼는 공포, 서서히 죽음에 다다르는 서스펜스와 스릴, 이들을 우화적으로 또는 유머적으로 풀어낸 블랙코미디, 영적인 부분을 강조한 종교적 영화 등. 다만 한 가지는 명징합니다. 인간의 행동양태를 포함하려는 그 모든 인문학에서도 또 철학적 시도에서도 문장적인 정의는 가능할지언정 죽음에 대해 쓴 모든 것들은 "가짜"라는 사실입니다. 

이 가짜를 그렇다면 미키17은 그럴싸하게 보여주었을까. 

미키17은 이 대목에서 매우 비겁한 자세로 이야기의 국면을 완전히 전환시키고 맙니다. 마치 뜨겁게 논쟁하던 미키의 죽음이 실은 벌레를 살리기 위한 거였어, 같은 느낌으로. 

 

4. 미키17은 과연 좋은 영화였을까. 

물론 봉테일이라는 말처럼 곳곳에 숨겨둔 의도가 있고, 그 의도가 관객에게 전달될 때고 있고 아닐 때도 있을 겁니다. 보통은 유니크하다, 이게 저의 최고 칭찬이고 아마도 그 다음이 영화적 도달점에서 하나의 완성에 다다랐다, 정도가 두 번째 저의 최고 칭찬이 아닐까, 평소 제 영화 평에서는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영화는 어땠는가. 적어도 이번 만큼은 잘 만든 영화도 그렇다고 영화적 완성도가 좋은 영화도 아니었다는 게 저의 결론입니다. 흥미로울지언정 좋은 영화라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유니크함도 영화적 도달점도 좋은 점수를 주기에는 분명 모자랐다!!

 

5. 한국어 영화와 영어 영화 사이의 차이?

아니면 글로벌 감수성과 한국적 감수성의 차이일까. 이 생각을 <미키17>을 세 번쯤 보며 곱씹었더랍니다. <설국열차>가 빙하판 디스토피아와 노스텔지어, 나아가 유토피아를 다루었더라면, 이 영화는 우주판 유토피아인 동시에 디스토피아, 그리고 개척을 같은 선상에 둔 영화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거기에 더해 <옥자>의 우주판 버전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다만 지금껏 봉준호 감독이 보여준 진한 감성(분명 다른 뜻과 단어이나 역설)이라고 적어 보면 그것의 완성판을 <기생충>이라고 둘 때, 묘하게도 영어판 영화에서는 이러한 감성이나 역설을 느끼기가 거의 불가능했다는 점입니다. 그 탓인지 이번 영화는 내레이션이 불필요할 만큼 많았죠. 특히 특정 작가는 영화에서는 쓰면 안 된다고까지 단정하는 설명조의 내레이션이었습니다. 

물론 우화적이고 풍자적은 맛은 분명했지만 그것이 영화를 관통해낼 만큼 직관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분명한 한계를 느끼게 하더랍니다. 아니라면 이 둘을 구분해 체계적으로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어쩌면 이게 정답이겠지만요. 

그래도 봉준호, 라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이 정도의 주제와 주제에서 (보기에 따라) 한 번 더 점프업하는 주제에 대해 어떤 감독이 이만큼이나 시도할 수 있을까.

 

6. 박스오피스 드랍의 책임은 결국 누가 지게 될까. 

소위 개봉빨이 있다고 해도, 1억 달러 정도가 최종 마무리이지 않을까. 이런 이야기를 개봉일에 했더랬지요. 그리고 위의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저희 가족은 라면으로 하루를 마감했더랍니다. 라면의 반찬치고는 거창했지만 그래도 다들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며 그날 밤을 보냈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걱정이 되더라고요. 

손실은 누가 감당하나! 

결과적으로 크든 작든 봉준호 감독님에게도 어느 정도의 여파는 미치지 않을까. 물론 그들과 입장은 다르겠지만 제 주변에는 영화 한 편 거창하게 말아드시고 현업으로 아직 복귀하지 못하는 감독이 여럿 있답니다. 그래도 국보급 봉준호의 다음 영화, 애니라고 했죠, 기다리는 건 또 그것 그대로 즐거운 일입니다. 뭐가 됐든. 

 

 

미키17을 오늘 마지막으로 극장에서 보았는데, 곧 OTT로 풀린다 하니 더는 극장에서는 볼일이 없지 않을까. 마지막에 다다라 이런 생각으로 영화를 마무리합니다. 그것 그대로 재미있었고 또 지루했고 철학적인가 하면 우스갯소리에 그치는 분명하지만 극단적으로 이중적인 영화를 봉준호 감독이 만들었다는 거겠죠!

 

극단적으로 이중적인 영화!

 

아마도 실제 영화의 주제는 이것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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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인 3

  • golgo
    golgo

  • min님
  • 해리엔젤
    해리엔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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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재밌게 봤지만 봉준호 감독과 A급 예산의 블록버스터는 핀트가 어긋난 느낌도 들긴 했어요. 그래도 덕분에 고급스러운 영상과 탑배우들의 연기를 볼 수 있었지만...
16:34
7시간 전
profile image
소설가 작성자
golgo
고급스러운 영상과 탑배우들의 연기, 이게 많은 위안거리가 되었습니다. 이 영화로 보자면!
16:40
7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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