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 킹덤>을 보고 왔습니다.
막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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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왕국'이나 'TV동물농장' 정도로 생각했다가
몹시 당황스러웠다.
길고 긴 판타지가 세속적이지 않아서
나로서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인간에서 조류로, 곰으로, 도마뱀으로, 늑대로, 유인원으로......
감염의 원리나 변화의 원칙을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실로 좀비보다 더 예측 불가한
그로테스크(Grotesque)한 진화가 진행되고 있는 어떤 시대.
진행 속도로 비추어 볼 때
그것은 evolution이 아니라 차라리 revolution에 가깝다.
완전한 인간도 아니며 순수한 짐승도 아닌 것들이
뭇 인간들의 사냥총을 피해 밀림에 숨어살고 있다.
그들은 예전에
누군가의 어머니였고, 아들이었으며 남편이었다.
적어도 온 몸에 털과 비늘이 돋아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애니멀 킹덤'이지만
그곳은 케냐 국립공원도 아니며
세렝게티는 더더욱 아니다.
아들의 신체변화를 감추기 위해
늑대손톱을 깎아주는 아버지는 웃지만 울고 있었다.
반인반수에게 행복은 인간계에 있지않다.
애니멀 킹덤으로 달려간다.
행복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