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블스 배스(2024)> 단편 감상문
제가 왠만한 비위는 잘 견뎌내는데
있는 그대로의 역사가 얼마나 참혹했는지 표현하고자 한 묘사들은
정말 두 눈을 질끈 감게(?) 하더군요..^^
오스트리아 산골에서의 한 여인 아그네스가 바랬던 건 성공적인 결혼, 출산이었습니다.
이걸 위해 밤낮으로 기도하지만 아이를 가지지 못합니다.
시어머니의 첨단 관리, 남편의 냉대, 주변인과의 관계 소홀 등으로
아그네스는 점차 자신의 존재에 회의를 느끼더군요.
그 과정이 상당히 설득력있다고 느껴졌습니다.
결혼의 낭만은 1도 없고, 현실문제만 가득할 줄은 몰랐겠죠.
그런데 시어머니의 잔소리나 남편의 냉대에 대해서 그들이 악인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어보입니다.
고기잡이부터 가재도구 관리까지 베테랑의 지식을 전수하겠다는 뜻이기도 하고,
남편의 친구인 렌츠에게 벌어진 끔찍한 일로 인해서 아내에게 살갑게 대할 수 없었다 볼만큼의 정당한 사유가 있어 보이니까요.
그러니 먹고사는 문제와 종교적인 문제로 인해 현상유지를 원했던 그들을 악인으로만 볼 수 없어 보이는게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아직도 렌츠의 일이 남편의 무관심으로 이어지는 비유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메타포로 넣었다고 하는데 제 감식력이 안좋은가보네요 ㅠㅠ)
제가 주목한 씬은 2장면입니다.
- 1) 의사로부터 비과학적인 치료를 받는 장면에서는
공간 내 주변인들과는 다르게 홀로 여성인점, 매우 어두운 조도, 바늘로 찔러 넣는 씬에서는
아그네스의 삶이 엄청나게 소외됨과 동시에 당시 구시대적인 종교와 요법이 권위를 지니고 있단 점에서
서로의 가치가 전도된게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어 있었다는 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 2) 아그네스가 교회에 찾아가 고해성사를 하는 장면에서는
자살이 금기되었던 시절에 어떻게 자살을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었는지를 고백하는데,
듣는 입장에서는 종교 앞에서 굴복하며 허무함에 정신나가 웃는 것이라고 들을 수 있겠지만
아그네스 본인 입장에서는 자신이 악을 저지르고 종교로부터 자유로운 새로운 존재가 되었음을 고백하는 대사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이외에도 아그네스가 죽은 잠자리나 나비를 가지고 노는 장면도 나오는데
자신의 육체적 존재가 죽고 새로운 존재로 재탄생하는 것인가 싶기도 하네요.
참고로 나비의 뜻말은 이승과 저승을 이어주는 매개체라고 하네요.
영화는 17, 18세기 대리자살에 관한 역사적 연구를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중앙정치라기보단 생활사에 대한 연구인데 결코 가볍게 무시할 것이 아니겠더군요.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어떠한 관념이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이렇게나 무서울 정도네요.
개인적으로 2024년 12월 31일을 이 영화와 함께 했습니다.
흥미있게 잘 봤고, 기억에 오래 남는 영화였습니다.
작성에 도움이 된 글
[1대1 인터뷰] BIFAN ‘데블스 배스’ 감독 “호러와 아트하우스의 크로스 오버 영화”① < 문화로만나는SR세상 < 문화 < 기사본문 - SR타임스
[1대1 인터뷰] BIFAN ‘데블스 배스’ 감독 “종교적 ‘대리 자살’, 현대에도 이어지고 있어”② < 문화로만나는SR세상 < 문화 < 기사본문 - SR타임스
조윤빈
추천인 3
댓글 4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