青空娘 (1957) 명랑소녀 상경기. 깜찍한 와카오 아야코. 스포일러 있음.
사회파 감독 마스무라 야스조 그리고 팜므 파탈 배우 와카오 아야코가 처음으로 콤비를 이룬
청공랑은 "파란 하늘 소녀"라는 뜻인데, 말하자면 명랑소녀다. 늘 풋풋하고 싱그럽고 씩씩하고 착하고
이쁜 소녀다.
시골에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와카오 아야코는,
자기가 사생아로 태어나서 외할머니 손에 키워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버지는 도쿄에 사는 어느 사업가. 무척 부자다.
아버지는 자기 체면 때문에, 사생아인 와카오 아야코를 외갓집에 맡겨 키우게 했다.
하지만, 자기 본부인한테 양해도 얻고 해서, 그녀를 도쿄에 있는 자기집에 데려가려고 한다.
씩씩한 와아코 아야코는 아버지를 찾아 도쿄로 간다.
풋풋한 와카오 아야코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훗날 팜므 파탈이나 사악한 역할로 잘 나왔던 대배우이지만, 지금은
싱그런 푸른하늘 소녀다.
와카오 아야코는 고등학교 선생과 헤어지면서 약속한다. 푸른 하늘을 보며 살아가자고. 도쿄든 어디든
네 머리 위에는 똑같은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다. 늘 머리 위 푸른 하늘을 보며 살아가자.
1950년대 후반, 일본은 막 부흥하는 시기다.
다들 가난하다. 사회 상류층이라는 사람들도, 지금 시점에서 보면, 소박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다들 활기가 있고 희망에 가득차 있다. 지금 단칸방에서 화가를 꿈꾸며 가난하게 살아가는
와카오 아야코의 선생도, 십년 후에는 어떻게 변해있을 지 모른다. 일본 경제 전체가 폭발하듯 발전하는 시기였으니까. 누구나 자기 머리 위에 펼쳐진 푸른 하늘을 보며 살아가던 시기다.
와카오 아야코는 아버지집에 와서 자기가 식모일을 하게 된 것을 발견한다.
아버지 성화에 와카오 아야코를 집에 들이는 것은 허락하였지만,
본부인은 와카오 아야코를 자기 딸 취급할 생각은 없다.
본부인 자식들도 와카오 아야코를 경멸한다.
하지만, 와카오 아야코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청소 잘 하고 식사준비도 잘 하고
늘 웃고 청초하고 사람들에게 상냥하고 현명하게 행동한다.
마음에 구김살 하나 없이, 푸른 하늘처럼 투명하다.
본부인과 본부인 자식들이 뭐라 할 말 없을 정도로 똑바르게 처신한다.
와카오 아야코를 모든 사람들이 다 좋아한다. 결국, 본부인과 본부인 자식들을 빼고 다 와카오 아야코 편이 된다.
와카오 아야코는 아버지에게서 어머니가 아직 살아있음을 알게 된다.
와카오 아야코는 어머니를 찾아서 아버지 집을 나온다.
영화가 굉장히 유려하다. 와카오 아야코의 명랑소녀 연기도 훌륭하거니와,
와카오 아야코를 통통 튀는 매력과 싱그러움으로 잡아내는 마스무라 야즈조의 연출도 훌륭하다.
1957년 일본의 분위기를 화면 내에 가득 잡는다. 활기차고 희망에 가득차 있고 밝다.
지금 현재, 똑같은 배우를 데려다가 똑같은 스토리로 만든다고 해도, 이런 영화는 안 나올 것이다.
1957년 일본 곳곳이 나온다.
상류층 가정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회사원, 빈민가, 카바레, 농촌 등 다양한 곳이 나온다.
다 각자의 자리에서, 활기차게 살아가고 있다.
와카오 아야코는 어머니를 찾아 그 속을 헤멘다. 그녀가 가는 곳마다 푸른 바람이 인다.
이 영화에는 악역이 나오지 않는다. 마음에 그늘이 있는 사람들이,
이 영화에 등장하는 가장 네거티브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푸른 하늘 소녀가 여기 왔다! 그들의 마음 속 그늘도 싹 걷어가 버릴 것이다.
와카오 아야코가 어머니를 찾고,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찾고,
진정한 행복을 찾는 즐거운 영화다. 그리고, 그녀의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그녀 덕분에 모두
행복을 찾는다.
영화 마지막에,
와카오 아야코는 어머니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고향의 벼랑을 다시 찾는다.
그들은, 벼랑 너머 끝없이 펼쳐진 푸른 하늘을 본다. 아득히 먼 수평선 위 벅차게 피어오르는 티없는 뭉게구름은
이들의 미래를 상징한다. 아마 당시 일본사람들이 공유하고 있었을, 그 감정이다.
착하고 즐겁고 행복한 이런 영화, 오랜만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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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고도성장기여서 한국보다 빠르게 나왔던 것 같고...
한국보다 잘 살던 시기 일본의 모습들이 이채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