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 애거사 짓이야> 리뷰 : 퀴어와 재생산권으로 보기
저는 애거사와 빌리를 퀴어(LGBTQA+)와 재생산권(Reproductive rights)이라는 큰 주제를 통해 조명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일단 애거사와 빌리는 퀴어, 즉 성소수자죠.
빌리는 게이 캐릭터입니다. 개인적으로 캐플런에서 빌리로 일종의 전환, 환생이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혼란을 겪는 것은 2차 성징기의 성소수자가 겪는 혼란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캐플런의 부모나 주변인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그래서 자신이 빌리라는 정체성을 숨기고 '나는 윌리엄 캐플런이야'라고 하는 것도 게이 정체성을 숨기려는 현상들에 대한 일종의 비유 같았습니다.
애거사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애거사 자신보다는 한국시청자들이 혼란을 겪는 것 같습니다. 애거사와 리오가 연인 사이이면 레즈비언인 것인지, 그렇다면 애거사랑 리오 사이에서 어떻게 애를 낳은 거냐는 말도 하더군요. (메피스토와 관련된다면 사실 이 부분은 스토리 설정의 문제로 해결되겠지만요)
그러나 성적 지향의 문제로 접근한다면, 애거사가 정확히 레즈비언인지 바이섹슈얼인지는 알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것은 본인이 스스로 말할 때만 정확하겠죠. 그리고 임신, 출산은 레즈비언을 비롯한 퀴어들도 겪을 수 있는 것이고요.
그 임신, 출산과 관련된 재생산권에 대한 문제가 이렇게 연결되는데. 마지막화를 통해서 애거사의 재생산을 향한 욕구(즉, 임신, 출산과 가족을 형성하고자 하는 욕구)가 잘 드러났다고 봅니다. 애거사가 어떤 정체성을 갖고 있든, 아이를 낳고 싶었고 그 아이의 삶이 조금이라 지속되도록 유예시키고 싶어하는 모습을 잘 볼 수 있었으니까요.
마찬가지로 자신과 함께 재생산된 형제를 되찾고 싶어했던 것은 빌리였고요. 애거사는 아이의 재생산과 지속을 욕망했고, 빌리는 함께 재생산된 형제관계가 지속되기를 욕망했다. 그리고 애거사와 빌리는 모두 가족의 상실과 부재를 겪은 퀴어라는 것. 이렇게 애거사와 빌리는 퀴어와 재생산이라는 주제로 함께 엮입니다.
재밌는 지점은 마녀집회의 구성원 모두가 '상실'이란 키워드로 엮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가족의 상실이든, 힘의 상실이든요. 그리고 마녀의 길을 걷기를 원하는 모두는 자신의 상실을 회복하기를 원한다는 점까지 공통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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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순간부터 LTBTQ혹은 퀴어가 아닌 디즈니를 찾기 힘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