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보고 (스포)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개봉 연도: 1998년
러닝타임: 2시간 50분
관람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초반부였습니다. 비장하게 진격할 준비를 하던 군인들이 배에서 내리기도 전에 총알세례를 받으며 죽어가는 장면을 봤을 때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약간의 카타르시스도 없이 그냥 서로 죽고 죽이는 절망뿐인 지옥의 광경을 보여줍니다. 내장이 다 쏟아져 나온 상태로 엄마를 찾는 군인이라거나, 잘려나간 팔을 찾으러 다니는 병사, 방금 전까지만 해도 옆에서 얘기하고 있었는데 뒤돌아보니 얼굴에 구멍 난 시체가 되어있는 전우, 자기들은 독일군이 아니라고 소리치는 외국 포로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쏴죽인 뒤 농담을 하며 웃어대는 군인들 등... 메시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전쟁 영화라도 최소한의 오락성(?)은 신경 쓰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전혀 그런 모습이 없었습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묘사하는 전쟁은 끔찍할 정도로 현실적이고, 보다 보면 이런 대학살을 통해 얻는 것이 무엇인지, 대체 무엇을 위해 저런 일을 저질러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게 됩니다. 초반 20분만 보고 세상에 대한 환멸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전쟁의 참혹함과 허무함을 너무나도 효과적으로 전달한 장면이었습니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도 좋았습니다. 영화의 주인공 존 밀러 대위는 첫째부터 셋째까지 모두 전사한 라이언 형제의 막내인 제임스 라이언 일병을 구출하라는 임무를 맡게 됩니다. 군인 8명이 목숨을 걸고 병사 한 명을 구한다는 다소 어이없게 느껴질 수 있는 미션이었지만 밀러 대위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결말부에서 총상을 입은 대위는 라이언에게 이런 유언을 남깁니다.
"Earn this. Earn it."
(넷플릭스 자막: "헛되게 하지 마. 우리 희생을")
라이언 일병을 위한 다른 이들의 희생이 가치 있는 행동이 될 수 있도록 살라는 대사로, 라이언뿐만 아니라 관객 모두에게 하는 말처럼 느껴졌습니다. 군인들의 희생으로 나라를 지켜냈으니, 그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의미있게 살아가라는 것이죠. 국적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통할 수 있는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전쟁에서 희생한 군인들을 추모하는 효과적이고 올바른 방법이었습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전쟁의 끔찍함과 허무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줌과 동시에 전사한 군인들에 대한 추모까지 놓치지 않은 걸작으로, 스티븐 스필버그가 왜 거장인지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는 영화였습니다. 특히 초반 20분은 앞으로도 절대 잊지 못할 장면이었습니다. 전쟁 영화를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본 영화들 중에서는 이 작품이 가장 강렬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두 번 다시는 저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전쟁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지만, 대체 무얼 위해서 저렇게 잔인한 방식으로 서로를 학살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네요.
★★★★☆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카파조 역이 빈 디젤이라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분명 낯익은 얼굴이었는데 왜 못 알아봤지...
도삐
추천인 5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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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영화의 걸작입니다.
전쟁영화..
PTSD 호소하는 등
너무 리얼한 재현이더라구요
냄새랑 촉감 빼고 다 자기들이 겪었던 그대로라고 했다죠.
저 이거 군 복무 중에 봤거든요.
다른 부대로 파견 근무 갔다가 때마침 그 부대 내에 극장이 있어서 다 같이 보러 갔는데,
하필 그때 상영된 영화가 라이언 일병 구하기였던 거예요. ;;;;
전쟁에 나가면 저렇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엄청 식겁했던 이등병이었습니다.(ㅠㅠ)
"Earn this. Earn it."은.. 극장 자막은 "값지게 살아"였던 것 같아요.
빈 디젤이 당시만 해도 독립영화 감독으로 이름을 알릴 때라서 스필버그가 나중에 오락 영화 스타로 바뀐 걸 아쉬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