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dpool & Wolverine (2024) 아주 잘 만든 수퍼히어로영화. 스포일러 있음.
"안녕. 3편이 나오는 데 시간이 좀 걸렸지? 나도 내가 돌아올 줄 몰랐어."
데드풀은 울버린의 무덤을 파고 있다. "영화 로건 알지? 로간의 그 감동적인 엔딩을 망가뜨리는 것이 싫지만,
로건은 살아있어." 하지만, 무덤을다 파자, 로건의 썩어버린 시체가 나온다. 뼈만 있다. 그때, 공간의 문이 열리고 정체불명의 병사들이 나온다. 데드풀은 로건의 뼈를 들더니 해골을 뜯어내고 그의 손등에서 나오던 칼을 뽑아들고 싸운다. 로건의 해골을 막 던져대니까 병사들이 맞고 쓰러진다. 이리저리 공중을 날아가던 로건 해골이 화면에 클로즈업되면서, 해골 머리 위에 글자가 뜬다. "휴 잭맨"
영화가 이런 식이다. 울버린의 해골, 캡틴 아메리카의 배우 크리스 에반스는 피부가 벗겨져서 죽고, 앤트맨은 거대화되어 엎어져 죽어 썩는다. 그 시체를 악당들이 기지로 쓴다. 다른 유니버스의 데드풀이 나와서 총탄에 머리가 터져 죽는다. 라이언 레이널즈의 머리가 총탄에 퍽하고 터져버리는 것도 보여준다. 닥터 스트레인지도 악당에게 맥없이 살해당하고. 매그니토도 간단히 살해당해서 그의 유명한 모자를 시시한 악당부하가 주워서 쓰고 다닌다. 그냥 어벤져스를 막 능욕하고 발기발기 찢는다. 이것이 잔인하기도 하지만, 끔찍하다기보다 그냥 농담처럼 가볍고 유쾌하게 만든다.
오래 전에 블레이드를 연기해서 인기를 얻었지만, 탈세로 유죄선고를 받은 탓에 매장이나 다름 없는 신세가 된
웨슬리 스나입스가 오랜만에 블레이드로 출연한다. 데드풀은 그를 보자 "너 매장당한 거 아니었어?'한다.
고지라도 나오고, 매드맥스 퓨리오사도 나온다. 오래 전에 개봉했던 엘렉트라 배우가 나온다. 그리고, 영화 로건에서 로건에게 구했졌던 소녀도 나오고. 소녀는 이미 다 자라서 미모의 여자가 되었다. 로건과 어째 므흣한 관계가 될 것처럼 보인다.
데드풀은 2시간 30분 동안 거의 쉬지 않고 떠든다. 쫑알쫑알대면서 대사의 90%가 야한 대사, 속어, 자기까지 포함해서 어벤져스 팀원들을 욕하고 조롱한다. 이 영화는 영어대사로 보아야 한다. 번역이 불가능하다.
데드풀이 악당들과 싸우다가 칼에 찔린다. 데드풀은 악당에게 "너 지금 내 X꼬에다가 칼을 푸욱 쑤셔넣은 거 알지? 그런데, 내 X꼬는 이미 개통되었어 (?)."이런 농담을 한다. 뭐 누구 눈치 보고 그런 거 없다. 막 나간다.
이제 케케 묵어 식상하기까지 한 마블 유니버스에 신선한 생명을 불어 넣는다 (데드풀은 자기가 마블메시아, 마블예수라고 자칭하고 다닌다.). 마블 유니버스를 막 깐다. 어벤져스 배우들도 자기 패러디를 한다. 수퍼히어로들이 찌질한 코메디언이 되어 자기 자신을 조롱한다. 자기들도 재밌어하면서 연기를 한다.
이 영화가 성공한 이유를 알 수 있다.
스토리는 영리하다. 늘 나오던 멀티유니버스가 나오기는 하는데, 이것을 막 까고 조롱하고 하면서 나온다. 마블 수퍼히어로들이 기계적으로 한명 한명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영화 내에서 그들이 나올 수밖에 없게끔 장치를 마련하면서 나오게 하는 것은 참 영리하다. 덕분에 영화 완성도는 완성도대로 높이면서, 수퍼히어로들이 한명 한명 나와 망가지는 재미도 준다.
코메디로서는 일급이다. 수퍼히어로영화로서도 일급이다. 너무 신선하고 생동감 넘친다. 늙어버린 영화에 이런 생동감을 주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스토리 등장인물 다 꽉 꽉 쑤셔 담아서, 영화의 밀도도 아주 높다. 자기 자신을 연기하는 것같은 방정맞은 라이언 레이놀즈의 코메디연기는 아주 대단하다.
** 기아자동차 언급이 두번이나 나온다. 등장인물들끼리 기아 카니발자동차에 대해 토론한다. 데드풀은 "기아스럽네"라는 단어까지 만들어서 쓴다. 좋은 뜻은 결코 아니고 놀리는 것이다. 토요타자동차도 놀린다. 나중에 "튼튼하긴 하네" 하고 말하는데, 이것도 칭찬하는 것인지 놀리는 것인지 아리송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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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대사가 워낙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영화입니다.
마구 쏟아지는 독한 미국식 농담들을 한글 자막으로 소화하기 벅찼던 게 아쉽긴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