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탈린이 죽었다 (2017) 아주 흥미롭고 유쾌한 블랙 코메디. 스포일러 있음.
스탈린 사망 이후
말렌코프, 흐루시쵸프, 베리야, 주코프간 권력투쟁을 그린 것이다.
상당히 세밀하게 그려냈는데,
영화는 살벌하면서도 아주 코믹하다.
스탈린과 대피아니스트 마리아 유디나 간 실제 있었던 일화로 영화가 시작되는데,
스탈린은 어느날밤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아름다운 모짜르트 피아노협주곡 연주에 감동한다.
그래서, 방송국에 연락해서 음반을 보내달라고 한다.
그런데, 그것은 실황이었고 녹음같은 것은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 독재자에게 녹음이 없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돌아가려는 오케스트라 단원들, 피아니스트, 청중들 다 다시 불러다가 처음부터 다 연주하면서 녹음을 한다.
지휘자는 너무 긴장하다가 심장마비가 와서 쓰러지고, 최고지휘자 므라빈스키가 자다가 불려나온다.
므라빈스키는 숙청당하는 줄 알고, 부인에게 유언까지 하고 나온다.
마리아 유디나는 음반을 갖고 돌아가려는
스탈린 직속 군인에게 감사편지라면서 쪽지를 준다.
스탈린이 그 쪽지를 읽어보니 "당신은 동족을 죽인 나쁜 놈이지만, 그래도 당신을 위해 하나님께 기도 드리겠어요."
그는 웃다가 사래가 들려서 질식해 죽고만다.
스탈린이 웃다가 죽었다는 스토리 말고는 다 실제 있었던 일이다.
마리아 유디나는 스탈린 치하에서 공공연한 카톨릭 신자였다.
스탈린이 마리아 유디나의 연주를 특히 좋아했던 것은 사실이었고, 그녀를 숙청하지 않고 내버려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죽이지 않았을 뿐이지, 직장에서도 내쫓고 가난에 평생 시달리게 만들었다.
스탈린이 쓰러져 소리 내며 괴로워하자. 방 밖에서 망보던 젊은 군인들이 이상하게 생각한다.
그러자, 상급자가 젊은 군인들에게 엄하게 말한다.
"괜한 데 신경쓰지 말고, 망이나 잘 봐. 잘못 하면 너희는 숙청이야."
그래서, 스탈린은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가운데, 죽고 만다.
살벌한 상황이었는데, 이것을 팩트 그대로 생생하게 그리면서도 동시에 아주 코믹하게 그린다.
스탈린이 죽으면서 똥을 싸서 오는 사람들마다 코를 막는다. 손으로는 코를 막으면서도 입으로는 위대한.......운운하는 것이 참 코믹하다.
스탈린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말렌코프, 흐루시쵸프, 베리야, 주코프 등이 몰려온다.
그들은 스탈린이 살아날 때를 대비해서, "아, 내 심장이 뽑히는 것 같소"하는 말을 일단 한다.
그들 머릿속에 있는 것은 누가 권력을 잡느냐 하는 것이다. 이제 이들 간에 살벌한 권력투쟁이 시작된다.
엄청 잔인한 사건들을 세밀하게 다루는 데도, 엄청 코믹하기도 하다.
시골 아저씨처럼 푸근하게 생겼지만 권모술수에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흐루시쵸프가 최후의 승자가 된다.
잠깐 권력을 잡았다가 빼앗기는 말렌코프는 엄청 멍청한 캐릭터로 나온다.
천하의 스탈린 앞에서 하도 멍청하게 구는 바람에 오히려 숙청 안 당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나온다.
이 영화에서 코메디 담당이다. 하지만, 본인은 굉장히 엄숙 진지한 사람인 것이 웃음 포인트다.
KGB를 자기 마음대로 운영하면서 정보공작을 하던 베리야는
혼자 똑똑하게 구는 바람에 오히려 살해당하고.
고지식한 군인 그 자체인 주코프는 군대의 힘을 동원해서 여기 끼어든다.
영화이니까 사실과는 다른 점도 있겠지만, 절대권력 스탈린의 무시무시함과
그의 사후 벌어지는 거물들 간의 치열한 권력암투를 코믹하게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영화도 아주 잘 만들어졌다. 흐루시쵸프역을 맡은 스티브 부세미가 열연을 하고 (촐싹촐삭 방정맞지만
속으로는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권모술수의 사나이다),
말렌코프역을 맡은 제프리 탬버의 시침 뚝 떼는 연기도 아주 훌륭하다.
추천인 6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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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갠적으로 블랙코메디의 원탑은 에밀쿠스트리차 감독의 '언더그라운드'였습니다.
영화 보고싶어서요
근데 어디서 보나요??
여기 가보시지요.
언젠가 북쪽 다룬 영화도 그렇게 나올 날이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