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 (1987) 젊음과 아련함은 사라지고 망작만 남았다. 스포일러 있음.
이 규형감독은, 반짝이는 재치를 내세우지만 재능은 없던, 류승완 다운그레이드버젼의 인물이다.
오늘날로 치자면, 웹툰은 그런 대로 만들지만 속은 텅 비어있는 사람이
어찌어찌 만든 영화가 잠깐 성공을 거두었다 하는 정도다.
차라리 자기가 잘 하던 일본 연예계 소식통으로 활동했더라면 인생이 나았으리라. 그것도 일본대중문화에 대한 접근이 어려웠던 시절, 남보다 먼저 이런 정보에 접근해서 썰을 풀었다 정도이지만.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 그리고 어른들은 몰라요 두 편 영화 깜짝 성공 이후 그의 인생은
20년에 걸친 철저한 몰락의 연속이었다. 내공이 없는 상태에서 이 두 영화의 성공은, 그에게 독이 되었던 것 같다.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는 잘 만든 영화였나? 그것도 아니다. 우리나라 영화가 방화라는 비하적인 호칭으로 불리우고, 덜 떨어진 영화 취급을 받던 시절이다. 우리나라 영화를 볼 때는, 조금 흠이 있을 것을 감안해서 최대한 좋게 보아주던 시절이다. 그나마 그런 영화들에 비해 좀 볼 것이 있는 영화였다.
이 영화가 성공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대학생들하면 무슨 반항적인 신세대, 학생운동, 이런 식으로 다루어지던 때였다.
이와 달리,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는 일상인으로서의 대학생을 그린 영화다.
연애하고 시험 보고 놀러 다니고 이런 대학생들을 그렸던 것이다. 굉장히 자유롭고 풀어져 있고 신선하던,
대학생의 묘사였다.
그리고, 당시 영화로서는 싱그런 젊음과 고뇌를 그린 영화였다. 이념을 강조하고 사람들을 가르치려 하던 심각한
영화들만 만나던 관객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젊음의 아련함, 젊음의 싱그러움, 젊음의 고통같은 것이 영화 내에 어려있기에 사람들의 갈채를 받은 것이다.
이 두 영화가 영화사에 남긴 가장 큰 업적은, 주연배우 박중훈과 강수연이다.
아역배우로 센세이셔널한 인기를 얻었지만 성인이 되며 잠시 주춤하던 강수연이 영화계 블루칩으로
우뚝 선 영화가 바로 이 영화다. 강수연이 대학생 연기를 하면서 방정맞고 미성숙한 여대생 연기를 한다고?
그렇다. 이 영화에서 그런 연기를 한다. 매력적으로 아주 잘 해내서 청춘스타로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청춘스타로 빨대 꽂고 단물을 빨아먹는 대신, 강수연은 재빨리 작품성 있는 감독 (임권택같은)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영화계를 대표하는 대배우의 길을 갔다. 대배우 강수연만 알고 있는 분들도 있겠지만,
나는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에서, 싱그런 여대생의 연기를 코믹하고 매력적으로 해내던 젊디 젊은 강수연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박중훈은 이 영화 이전에 이미 깜보라는 영화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그도 젊은 대학생 역할을 연기하던 젊디 젊은 배우였다. 깜보라는 영화에서, 지금까지 보던 연기들보다 훨씬 더 자유롭고 활기 넘치는 연기를 보여주어 신선한 충격을 주었었다. 욕도 자유롭게 하고. 그는 등장하면서부터 일세를 풍미할 대배우의 재능을 선명하게 보여주었던 사람이다.
내용은 공부는 안 하고 노는 데 정신이 팔린 매력녀 미미를 신방과 학생 철수가 쫓아다닌다는 것이다. 단순하다.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이 좀 어색할 정도로 내용이 없다. 그냥 SNL 코메디 스케치를 모아놓은 것 같다고 할까.
그리고, 영화 마지막에는, 미미가 정신을 차리고 사회봉사활동을 한다는 교훈적인 것으로 끝난다.
설교하는 영화다.
1980년대, 취업이니 학점이니 하는 것을 신경쓸 필요가 없던 시절에, 마음껏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즐기고 싶은 것을 즐기고 하던 세대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이 세대가 누리는 젊음의 싱그러움은 텅 비어 있다. (영문과학생 강수연이 아는 단어라고는 love 와 sex뿐이었다는 설정이 지금 사람들에게는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좀 과장이 있기는 했어도, 어색한 설정이 아니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황금시대였고, 젊은 세대는 단군 이래 가장 축복받은 세대라고 불리웠다. 미미와 철수는 이들을 상징하는 존재다.)
삶이 얼마 남지 않은 보물섬이라는 별명의 친구를 등장시켜서 미미와 철수에게 이런 깨달음을 준다. 사실 이 세대는, 보물섬이 없었어도, 나중에 외환위기를 통해서 몰락과 고난을 겪게 된다. 그래서, 내게, 강수연과 박중훈 그리고 이 영화는, 우리나라가 좋았던 황금시대의 노스탤지아와 아련함을 가진 상징으로 생각된다.
** 강수연은 이미 죽고 없다. 일세를 풍미했다고 할 수 있는 대배우였지만, 그 풍미한 일세라고 하는 것이
우리나라 영화 암흑기였다. 조금 더 늦게 태어났더라면, 더 많은 것들을 보여줄 수 있었으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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