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 생각할수록 안타까운 영화 (스포)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의 예고편을 처음 접했을 때의 전율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쥬라기 공원> 1편 속 해먼드의 대사 독백으로 시작해서 블루와 새끼를 보여주고, 호박 색깔의 유니버설 로고가 등장한 후 공룡들과의 공존으로 혼란스러워진 세상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재등장하는 1편의 주인공 3인방까지... 팬으로서 흥분하지 않을 수 없는 예고편이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영화는 영화관에서 보고 말겠다는 결심을 했었습니다.
아마 예고편만 즐기고 말아야 했었나 봅니다.
소재의 문제
일단 전작인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이 공룡들이 풀려나는 결말로 끝났습니다. 그렇다면 그 다음 편이자 시리즈의 최종편인 도미니언에서는 당연히 인류와 공룡의 공존, 그로 인해 생기는 문제들을 다뤄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애초에 홍보도 그런 쪽으로 했고요. 그러나 막상 영화에서는 이 문제를 자세하게 다루지 않습니다. 이 영화의 주요 소재는 놀랍게도 '메뚜기'입니다.
여기서부터 이미 뭔가 크게 잘못되었습니다. 1993년부터 약 30년간 이어져온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공룡 영화 프랜차이즈인데, 이 시리즈의 최종장의 이야기를 유전자 조작 메뚜기를 이용해서 풀어나가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주인공들은 메뚜기들을 악용하여 이익을 얻으려는 바이오신의 음모를 파헤치고, 그 주변에서 공룡들은 그냥 겉돕니다. 메뚜기와 공룡의 포지션이 뒤바뀌어 있습니다. 사실상 우리가 이 영화를 보러 온 이유인 공룡들은 스토리 전개와 영화의 재미만을 위해서 이용되고, 반대로 굳이 자세하게 다룰 필요 없는 메뚜기들만 보게 되는 거죠.
팬서비스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기대했던 것이 팬서비스였습니다. 예고편만으로도 엄청난 선물처럼 느껴졌고, 영화는 예고편보다 더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팬서비스 자체는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일단 예전 시리즈의 주임공 삼인방이 재결합한다는 것부터 좋을 수밖에 없었고, 쥬라기 공원 & 월드의 로고를 연상시키는 티라노사우루스의 등장 장면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예고편을 수십 번씩 돌려본 터라 예상했던 만큼의 감흥은 얻지 못했고, 영화의 낮은 완성도를 가리지는 못했다는 점이 아쉬울 뿐입니다.
블루...ㅠㅠ
쥬라기 월드 시리즈에서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를 고르라면 당연히 블루 아닐까요? 공룡과의 소통과 교감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공룡들과 차별화된 상징적인 캐릭터였습니다. 개봉 전 블루의 새끼인 베타가 등장한다는 소식으로 주목을 받았고, 이전까지 시리즈에서 큰 활약을 해온 블루였기에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에서도 의미 있는 활약을 할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시리즈의 마지막 영화인 만큼 주인공 오웬과의 작별 같은 모습도 뭉클하게 그려낼 줄 알았습니다.
영화 내에서 블루의 비중은 공기입니다. 영화 초반에 베타와 메이지가 납치되고, 주인공 일행이 이들을 구하러 가면서 블루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장면들이 다 지난 후 오웬이 베타를 데려다주기 전까지는 한 번도 모습을 비치지 않습니다. 등장 장면이 짧으니 오웬과의 작별도 그리 감정적으로 다가오지 못하고, 그 짧은 등장 장면들마저 (혼자 그렇게 느낀 것일지 모르겠지만) 동작이 뚝뚝 끊기고 배경에 붕 뜬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등 특수효과가 어색합니다.
총평
영화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부분은 이 정도인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망작"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인 완성도는 좋지 못할망정 최선을 다한 것이 느껴지고,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을 뿐이지 솔직히 재밌게 봤습니다. 쥬라기 시리즈의 팬이었기 때문에 더 즐길 수 있었고, 더 아쉬웠던 영화였습니다. 거슬리는 부분이 한둘이 아니지만 팬서비스만은 충실하게 해낸 볼 만한 오락 영화입니다. 보통 좋아하는 시리즈의 영화가 망하면 화부터 나는데 이 영화는 짜증보다 안타까움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리부트인 <쥬라기 월드: 리부스>는 부디 더 좋은 영화로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
도삐
추천인 2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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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최종보스로 보일듯한 매드사이언티스트 헨리우나 캣맘 메이지는 본편에서 걍 어쩡쩡하게 선역으로 탈바꿈하거나 전작의 잘못에 대해 애매하게 넘겼으니...)
결과적으로 라스트 제다이가 엄청난 논란이 되고 하면서 다시 JJ 에이브람스로 넘어가서 무산됐지만요.
쥬라기 월드1과 도미니언 감독은 같지만 폴른 킹덤은 다른 감독이 한거니 자업자득이라고 할수는 없죠.
아무래도 폴른 킹덤이 흥행은 성공했지만 평가는 별로 안좋았기 때문에 원래 감독한테 제작사가 다시 넘긴 듯 한데, 결과적으로 평가는 폴른 킹덤보다도 안좋아졌죠.
애초에 쥬라기월드1 자체가 잘만들었다기 보단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처럼 이전 시리즈를 어느 정도 잘 계승했다는 느낌 뿐이었는데 마치 잘 만들어진거처럼 포장된건데 그런 사람한테 다시 넘겼으니...
오히려 폴른 킹덤의 경우 감독의 필모 중에 거의 유일한 오점 같은 작품인데, 만약에 계속 시리즈를 맡았다면 도미니언보다 더 잘 나왔을 수도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볼만했지만... 스토리가 잘 기억 안 나는 거 보니 좀 아쉬웠던 것 같기도 하고 그렇네요.
원조 쥬라기 공원 배우들 다시 뭉친 건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