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시대의 퇴조
24부로 드라마 명동백작 그리고 명동시대의 막이 내리는군요.
명동시대의 퇴조가 419 이후라는 점이 흥미롭군요. 419 이후, 명동은 새로운 소비의 도시로 급발전하면서
부동산값 상승, 새로운 상점 진입으로 경쟁 심화하게 됩니다. 이는 문인들의 작업실 겸 사랑방 노릇을 하던
카페와 술집이 사라지는 결과를 초래하는군요. 예술가들은 하나 하나 사라져가고.
명동이 좋아서 625가 끝나자, 어머니 유품을 팔아서 명동으로 맨먼저 달려왔다던 이봉구가 굉장히 서운해하네요.
자기가 사랑하고 그 속에서 행복했던 명동시대의 종말을 지켜보면서.
한학 신동으로 출발한 시인 김관식은, 419 이후 학생들의 피에 무임승차하는 장면정권이 싫어서
장면이 국회의원 출마한 지역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해서 혼쭐 내준다고 했다가 낙선하고 재산만 탕진했군요.
재산을 탕진한 다음, 직업마저 내던지고, 국유지에 집을 지어서 판다고 부동산사업(?)을 한다는군요.
국유지는 누구나의 땅이니까 내다 마음대로 해도 된다 하는 이유를 갖다 대면서요.
폐결핵에 걸려 각혈하기 시작했으니, 이제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1930년대부터 시작활동을 해 온 공초 오상순은 시라는 쟝르가 품기에는 너무 스케일이 큰 비젼을 가진 사람이라서, 시는 쓰지 않는 문인이었군요. 아시아 수천년의 역사를 시 하나에 담는다든지, 혁명의 본질을 단어 네개에 담는다든지
하는 스케일이니. 시가 품을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 스케일의 사고죠.
말년에는 무소유와 자유를 추구해서,
집도 재산도 가족도 없이, 청동다방이라는 곳에서 하루 종일 보내는군요. 심지어는 시 쓰는 것도 버려 버립니다.
늘 깨끗하게 말쑥한 양복을 입고 한 점 흐트러짐 없이 거기 있네요.
그래도, 명동 문인들이 오상순을 무척 존경하고, 문학청년들이 찾아와서 늘 바쁘군요.
이봉구가 오상순이 좀 더 나이가 들면 어떻게 할까 걱정하면서 눈물까지 글썽글썽하지만, 오상순은 그냥
웃으며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군요. 조계사 방 한 칸에서 죽음을 맞이했다죠.
전혜린은 독일로 유학가서 결혼을 했다가 귀국해서는 가정주부가 되었네요.
그런데, 열정이 너무 많아서 고민을 합니다. 결혼이라는 굴레를 벗어나 자유연애를 하고 싶은 생각 때문에 고민하고요. 명동백작 이봉구에게 유혹을 합니다. 이봉구는 웃어넘기지만.
결국 이혼을 하고 다른 남자를 만나 뜨거운 사랑을 하다가 31세에 음독자살을 하고 말죠, 저렇게까지
자기가 주체 못할 정도로 정열이 넘치는 사람이 있나 싶지만, 실제 인물이 그랬으니...... 심각한 중이병도 있고요......
명동을 가꾸어오며 명동을 문화중심지로 키우며 자부심을 갖던 두목 이화룡은 자유당 정권과 이승만의 몰락을 보면서 자기도 물러서야 할 때를 알아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그는 자기가 가진 거액을 "마부"라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투자합니다. "마부"의 각본을 읽고 엄청 감동 받아서, 감독 강대진에게 돈다발을 안겨주면서, 아무 간섭 않을 테니
영화만 잘 만들어달라고 부탁합니다. 강대진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관대한 제안에 오히려 어쩔 줄 모르죠.
"마부"는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하고 엄청난 히트를 칩니다. 이화룡은 거액을 벌어서, 깡패두목이나 이권을 찾아다닐 이유가 없어지죠. 그래서 은퇴합니다. 이화룡이 은퇴하자, 지금까지 명동을 살뜰히 돌봐주던 스폰서가 사라지고, 이것은 명동이 각박해지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김수영은 육이오 때 북한 의용군으로 징집되었다가 포로로 거제포로수용소로 감금됩니다. 그는
(드라마 상으로는) 전쟁 중에 살인을 이미 저질러서 혼이 빠져 있었는데, 포로수용소에서 다시 한번 넉다운됩니다.
포로들끼리 알력이 있어서, 투항한 포로는 다른 포로들에 의해 살인 당합니다. 김수영은
거제포로수용소에서 석방된 다음, 한번 더 넉다운됩니다. 그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동거 중이었습니다.
그는 평생 이데올로기에 대한 공포에 살았습니다. 심지어는, 시인협회에서 상을 주었는데, 이런 상은 자기 과시하는 속물들에게나 줘라 하고 고고하게 소리칩니다. 하지만, 나중에 고백하기로, 자기 시는 변변치 않은데, 이런 상을 주는 것이 자길 놀리는 것 같아서 허세부린 것이라 합니다. 그는 철학을 무지 좋아했다고 하는데, 하이덱거를 좋아해서, 하이덱거 전집을 사서 읽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나중에 죽었을 때에는, 허이데거 책을 관에 넣어주었을 정도로 좋아했다고 하네요. 양계장을 하면서 친구들도 안 만나고 은둔생활을 했는데, 시가 현실참여적이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가 내세운 자유는 굉장히 철학적이고 막연한 것이었는데, 무슨 현실적인 시사점이 없습니다. 사실 내면적으로, 박인환과 큰 차이가 없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419 이후 자기 소망이 실현되었다고 생각하고, 부쩍 현실적으로 목소리를 냅니다. 하지만, 곧이어 516이 발생하고, 김수영은 다시 좌절에 빠집니다. 드라마 명동백작은 김수영에 대해 아주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만,
김수영이 워낙 복잡한 인물이었던 지라, 만족할 만하게 그를 그려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굉장히 불충분한 인물 묘사로 느껴집니다. 명동백작의 끝은, 김수영의 죽음으로 끝납니다.
김수영의 시가 워낙 파격적이고 새로운 지라 명동문인들에게서 외면을 당했을까 싶은데, 김수영 시를 오상순이나 김관식이나 높이 평가하고 아주 사랑합니다. 김수영도 명동문인들의 일원이었군요.
이제 명동시대의 끝이네요. 다음 세대 문인들 김지하나 김현, 김승옥 등의 활동무대는 명동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을 그리는 EBS드라마 다음 편은 "지금도 마로니에는" 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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