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 대하여 - 간단 후기(강추, 노 스포)

마지막 사진은, 눈팅만 하실 많은 분들을 위해서, 만두 사진 한 장 오랜만에 투척해 드립니다. 많이 아팠는데 건강을 회복해서 다행이라, 그냥, 올려봅니다.
'80년대에 영화과를 다녔던 지인들은 그야말로 영화과는 아수라장이었다고 표현합니다. 물론 저와 연관이 있는 문창과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다 보니 여전히 영화는 안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또는 그에 준하는 분들이 위세를 떨치기 마련이거나 전혀 그와 관계 없는 좋은 학교 출신이 위력자로 자리매김하고 있기도 합니다. 지금도 여러 영화관련 대학교 교수 면면을 보면, 정말 잘 가르칠 수 있는 분이기보다는 얼굴 마담을 잘할 수 있는 분으로 유명세를 위한 노림수가 보이는 곳들도 여럿입니다.
영화가 아직은 학문으로 자리매김하기 어려운 이유를 따지자면 두 가지 내포된 성향으로 압축할 수 있을 텐데요, 누구나 즐길 수 있기에 누구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범대중성과 함께 현대에 이르러 개발된 분야라 뿌리가 얇다는 두 가지가 작용합니다.
그러하다 해도 세상에서 딱 하나, 영화만을 종합예술이라고 부릅니다. 그에 반해 아직은 영화는 학문적으로 덜 성숙합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영화가 영화로서 기능하려면, 이야기 즉 하고자 하는 플롯이 확고하고 명확하여야 하며 이를 우리는 주제라고 부릅니다. 때로는 이를 감독의 철학이라는 말로 대신하기도 합니다. 이 철학은 말하고하 하는 바로 부합하며 시나리오로 현화해 지면으로 나타납니다. 즉 이야기가 됩니다.
이야기는 조금 더 구체적인 말로 더해지며 플롯으로 바뀝니다. 이야기는 어느 정도의 서술에 그치지만, 구성적인 기능과 구성에 대해 캐릭터까지 포함하면 플롯으로 기능합니다. 즉 플롯에는 이 플롯을 끌어갈 캐릭터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야기와 캐릭터의 바깥 기능적인 요소로 작용할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이 사람은 때론 "종합적인 음향"이 되고, "전체적인 영상"이 됩니다. 평면적인 이야기로만 영화는 기능하지 못하고, 얼굴이 잘난 배우만으로 영화는 자생하지 못합니다.
결국 많은 이들의 유의미한 노력이 한땀한땀 모여들고 그것이 종국에 다다라 러닝타임이라는 이름으로 대체합니다. 이 대체의 끝에 집약적인 기능으로 영화는 "카타르시스"를 선물합니다.
영화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이 영화는 네 여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요양원에 방치된, 소위 과거만을 간직한 채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여인과, 그 여인을 돌보는 요양보호사, 그리고 그 요양보호사의 딸과 그 동거인에 관합니다. 그러하기에 <딸에 대하여>는 이야기에서부터 불편함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물음, 이라고 영화에서는 표현한 사각지대에 놓인 인권과 다양성에 대해 캐릭터로 나누기보다 가족이라는 이름 안에 묶으려 듭니다. 말하자면 이산의 합집을 통한 플롯의 통일을 꿰하려 하지요. 그러나 이는 관객에게 소위 "고구마" 즉 답답함으로 다가옵니다.
이 답답함의 체화가 끝에 다다를 무렵 영화는 순기능을 결과적으로 표출합니다. 이산했던 사람이 쉽게 합집, 가족으로 기능하기보다 "사람"으로 기능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결국 잘 만든 종합 예술로 탄생했음을 관객에게 주지시킵니다.
두 번 정도 울컥했고, 한 번 정도는 정말 눈물이 났습니다. 즉 카타르시스의 기능성, 잘 기능했습니다.
반면 한국에서 독립영화가 잘 된다는 것은, 요원한 일입니다. 특히 관객의 수로 그 잘됨을 따진다면 몇 년에 한 번 꼴로 그 잘됨이 나타날 뿐입니다. <딸에 대하여>가 그 잘됨의 반열에 끼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 말씀할 수 있는 것은 잘 만든 영화이고 좋은 영화입니다.
종합예술, 그 단어로 돌아와 플롯이 캐릭터를 잘 이끌었고, 캐릭터는 그 매력을 잘 발산했으며, 사람은 사람대로 각기 기능적인 역할을 해냈습니다. 이미랑 감독 영화, 잘 만들었고요. 오민애 배우님, 연기 잘했습니다. 임세미, 하윤경 배우님, 그리고 허진 배우님 역시 각기 기능적인 역할을 더없이 잘해내셨습니다. 시의 적절했고, 가족이 없어지는 세상에 가족을 말하는 반어로 좋았습니다. 감독의 철학이 영화에 잘 묻어났고 그것이 영화 전반에 걸쳐 반짝반짝 빛났다는 말씀 마지막으로 걸쳐둡니다.
많이들 보셨음 합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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