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의 추격] 필사적이지도 않고 추격도 없는 애매한 영화

[필사의 추격]의 포스터나 예고편은 출연진이 제법 겹치는 최근작

[웅남이]나 [목스박]의 만듦새를 연상시켰습니다.

뭐, 결과적으로는 두 작품과 크게 차이 없는 수준의 완성도였네요.

다른 두 영화가 파편적 코미디의 나열이었다면,

그나마 [필사의 추격]은 일관된 스토리라인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고 무엇하나 제대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대사도 연출도 세기말에서 2천년 초반까지 양산되던 한국 코미디 영화 수준이고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사건들은 조급하고 어설퍼서 절정에 닿지 못하고 군불만 피웁니다.

재능 없지만 문센에서 시나리오 작법 배운 중년 아저씨가 방구석에 칩거해 완성한 시나리오가 이런 느낌일까요?

그나마 몇몇 액션 장면들이 볼만은 했는데... 이 역시 따로 툭 떨어진 느낌이고요.

자본의 한계가 느껴지면서도, 한정된 자본 안에서 어떻게든 해보려는 노력도 보여서 

왕왕 안스러운 느낌마저 있어요.

전체적으로 평가하자면 미묘하게 못 만들어서

앞서 언급한 영화들 처럼 대놓고 막말하기도 애매합니다.

그래도 어찌저찌 영화의 틀은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웅남이]나 [목스박] 보다는 별 반개 정도 더 주고 싶은 정도네요.

+

그런데 영화 제목은 대체 왜 [필사의 추격]일까요..

마지막 수상 액션을 제외하면 딱히 '추격'이랄 게 없는데.

++

제주를 배경으로 제주 사투리가 자막까지 깔리며 상당부분 등장합니다.

기본 설정이 제주 원주민의 터전을 위협하는 외국(중국)자본에 대항하는 서울경찰과 제주출신 범죄자인데

섬마을로서 제주 주민의 끈끈함을 표현하겠다고 나오는 장면들이 외려 시골혐오적 묘사라서 당황스럽습니다.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거다...라기에 여기서 표현되는 제주 원주민은 거의 서브 빌런 수준이에요.

+++

은근 여배우들이 여러 이유로 눈에 들어오는 영화였는데

악역으로 나온 박효주는 못 본 사이 세월을 제대로 맞은 느낌이네요

처음엔 긴가민가 했어요... 이 분도 어느 새 40대가 되었으니 자연스러운 일이나

동년배 한국 배우들 중에 뱀파이어 수준인 사람들이 워낙 많은 터라...

여주인공 격인 형사 역에 정유진은 제법 활동이 많았는데

출연작들을 제가 요리조리 피하듯 보지 못한 터라 낯설었습니다.

찾아보니 그나마 제대로 본 출연작이 이종석이 주연했던 'W'란 드라마였어요.

제일 눈에 들어왔던 건 의도한 것인지 내내 얼굴 하얗게 분장하고 나온

주린팡(윤경호)의 비서역 배우분이었는데...

영화 속 황당한 퇴장 만큼이나 찾아봐도 정보가 없네요.

엔딩 크레딧에서 확인 해본다는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