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나라>를 보고 나서 (스포 O) - 조정석, 이선균 주연 작품

 <남산의 부장들>, <그때 그 사람들> 그리고 <서울의 봄> 모두 박정희 대통령 암살 사건과 12.12 군사반란을 주제로 한 재미도 있고 완성도 있는 영화들 사이에 낀 <행복의 나라>. 초반엔 같이 어깨를 나란히 하는 줄 알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아쉬움이 보이는 영화였다.
 
 박정희 대통령 암살 사건 현장에 있었던 박대령. 그는 군인으로서 상관의 명령 복종했고, 그렇게 3명을 총으로 죽이면서 이 사건에 깊이 관여를 한 상태였다. 그래서 그는 재판을 받아야 했고, 여기서 그를 변호하게 된 정인후 변호사. 영화는 이 두 사람의 이야기이다.
 
 조정석을 오랜만에 봤는데, 코미디가 아닌 진지한 역할도 꽤 잘 어울렸고, 이선균 역시 좋은 연기를 보이면서 계속 긴장감이 들었다. 여기에 등장한 <서울의 봄>의 황정민이 아닌 또 다른 전두환 역할을 맡은 유재명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포스가 있고, 처음부터 조정석과 기싸움을 하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이 배우들 말고도 이들의 가족, 다른 변호사들, 다른 군인들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도 괜찮았는데, 중반을 넘어서 조금씩 과해지는 느낌이었다. 아무리 진지한 영화일지라도 중간중간 웃음 요소를 넣기 마련인데, 그러면 자연스럽게 묻어나야 하는데 여기선 좀 티나게 넣은 느낌이고, 그마저도 웃음이 거의 안 나기도 했다. 그리고, 대화를 하는 장면에서 서로가 성질이 끓어 올리거나 뭔가가 답답하거나 할 때 배우들이 했던 연기들이 과하게 느껴지면서 아쉽게 다가왔다.
 
 재판 시퀀스 역시 담백하게 담았으면 좋은데, 여기서도 과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배우들의 연기가 기본적으로 좋기 때문에 영화를 끝까지 보는데는 무리가 없었고, 마지막에 이선균이 "잘 있게" 이 한마디가 현실의 상황이 느껴지면서 뭉클하게 다가왔다.
 
 좀 웃겼던 건, <서울의 봄>에서 하나회 소속으로 정우성을 힘들게 했던 배우가 여기선 참모총장을 돕는 역할로 나와 상반된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