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 오승욱 감독의 '리볼버' 후기

1999년에 멜 깁슨 주연 영화 <페이백>이란 재밌는 영화가 있었는데... 그 영화의 여성판 같은 이야기입니다. 범죄로 큰 돈을 만지기 직전에 배신당한 주인공이 돌아와서는, 자기 몫을 되찾기 위해 배신자들, 그리고 그들이 속한 조직과 맞선다는 내용입니다.

다만 <리볼버>는 <페이백>과는 아주 다르게, 장르 영화적 쾌감이나 액션보다는, 누아르적 분위기, 감성 표현을 강조합니다. 제목으로 언급하는 리볼버 권총도 맥거핀에 가까울 정도로 활용도가 낮아요.

전도연이 연기하는 주인공을 비롯해 등장인물들 대부분이 도무지 속내를 알 수 없어 감정이입이 힘든 캐릭터이거나 아니면 얄팍한 양아치들이에요. 처음에 그럴싸한 모습으로 등장해서는 어설프기 그지 없는 행동들을 하죠. 그중에는 과거 국정 농단 스캔들을 일으킨 모 실제 인물을 연상시키는 캐릭터도 있는데, 그 실제 인물은 한때 막후에서 나라를 뒤흔든 권력 실세였지만, 사실은 하잘 것 없는 천박한 인물이었잖아요. 영화 속에서 그러한 '사실적인' 캐릭터 묘사를 하려는 게 의도였다면 이해는 갑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오락적 재미는 주지 못하면서 때때로 허무 개그화되어버리는 등 취향 많이 탈 영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