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데이즈] 도쿄 화장실 청소부의 시
환경미화원의 새벽 비질 소리에 잠을 깬 하라야마는 침구 정리를 마치고 베란다의 화분에 물을 준 후 세안을 하고 유니폼을 입고 자동차키와 동전을 챙겨(하지만 시계는 놔두고) 집 밖을 나선다. 마당 한 곳에 위치한 자판기 캔커피를 뽑은 그는 작업용 차에 올라 오늘의 노래 테입을 선별한다. 카스테레오로 오늘의 노래를 들으며 이동, 자신의 일터 중 첫번째 도쿄 화장실에 도착한 하라야마는 자신이 직접 개발한 청소도구를 이용하여 더할 나위 없는 성실함으로 작업을 한다. 점심시간이 되어 도심의 절에 들른 그는 샌드위치로 식사를 마친 후 의식처럼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을 필름 카메라에 담는다. 일과를 마치면 공중목욕탕에서 목욕을 하고 단골 선술집에 들러 간단한 안주에 하이볼을 즐기고 집으로 귀가하여 스탠드 빛에 의지하여 책을 읽다가 잠이 든다. 그리고 주말의 하라야마는 역시 더할 나위 없는 꼼꼼함으로 방청소를 마친 후 (평일과 달리 시계를 차고) 자전거를 타고 세탁소와 헌책방과 사진관과 소박한 바로 이어지는 여정을 수행한다.
영화는 하라야마의 5일치 쯤의 평일과 2일치의 주말을 보여 준다. 하라야마는 철저한 루틴으로 매일을 충실하게 살아간다. 그의 일상은 그가 자신의 의지로 취사 선택한 것들'만'으로 충만하다. 그리고 그것은 완벽하다. 제목 그대로 퍼펙트 데이즈. 예상치 못했던 변수들이 틈입하여 일상의 루틴을 조금씩 잠식할 때마다 하라야마는 당황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대응하는 사람이다. 그는 일상의 흔들림을 즐기는 여유를 가지고 있다. 그의 완전한 나날은 견고하다. 조카의 등장으로 살짝 드러나는 (상상가능한) 하라야마의 전사는 그다지 중요치 않다. 하라야마가 스스로 선택한 지금의 삶, 그리고 그 삶의 하루하루를 충만하게 채우는 평범한 일상의 풍경이 주는 감동을 느끼면 된다.
4:3 비율의 화면을 채우는 풍경과 소리의 미장센은 하라야마의 일상만큼이나 충만하다, 아름답다.
야쿠쇼 코지는 그냥 하라야마가 되어버렸다. 대단하다 생각했던 전작 '멋진 세계'의 전직 야쿠자 미카미 캐릭터를 또 이렇게 지워버렸다.
그리고 빔 벤더스가 직접 선곡한 보물같은 노래들이 가득한 오에스티는 무조건 소장각이다.
다솜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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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 나오는 소설 3권과 음악들도 취향저격이었습니다.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제네시스 이후로 가장 좋았네요
멋진 세계의 기억 탓인지 비바람 부는 날 자전거 타는 씬에서 불안감이..ㅠ
좋은 리뷰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