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아의 로렌스 (1962) 지금껏 인간이 만든 최고의 영화. 스포일러 약간.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내가 본 영화들 중 가장 놀라운 영화다.
이 영화는 블록버스터다. 그리고, 지금은 사라진 대하드라마다.
재미? 당신이 지금껏 무슨 영화를 보았든 이 영화는 그것을 능가하는 재미를 줄 것이다.
배우들의 연기? 피터 오툴, 오마 샤리프, 알렉 기네스, 앤서니 퀸 등 대배우들이 즐비하며 그들의 최선의 연기를 여기서 펼친다.
캐릭터? 로렌스는 지금껏 영화에 등장한 캐릭터들 중 가장 컬러풀하고 영웅적이고 코믹하다. 제갈공명과 조조에다가 노출광, 중이병, 코메디언을 합친 인물이다. 이 영화는 이런 화려한 캐릭터를 200% 세밀하고 선명하게 그리고 드라마틱하게 묘사한다.
대규모 액션씬? 제1차세계대전 동안의 사막 전투를 대규모로 재현하였다. 이만큼 대규모 스펙타클한 전쟁씬도 없을 것이다. CGI가 없기 때문에 일일이 대규모 인원을 동원하고 낙타와 폭탄을 동원해서 전투씬을 재현한 것이다.
영상미: 이 영화의 장면 중 하나가 다른 영화에 나왔더라면, 그 장면은 아마 그 감독의 인생샷이 되었을 것이다.
각본: 로렌스의 자서전을 명각본가들이 수정하였기 때문에, 실제 전쟁의 실감과 역사적 사실이 명각본가의 문학적 창작과 잘 결합되었다. 명대사가 즐비하다.
심지어는 영화음악까지 매우 유명하다. "이것이 아라비아의 로렌스다"하고 말하듯이 영웅적이고 비장한 음악이다.
나는 대부니 쉰들러 리스트니 라이언일병 구하기 등 영화에 맞먹는 영화를, 미래에 어떤 사람이 만드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아라비아의 로렌스같은 영화를 미래에 다른 누가 만드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 위의 조건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영화가 나오기 전까지 말이다.
제1차세계대전 중 카이로에 있는 영국육군사령부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로렌스대위는 늘 자기가
데미스토클레스같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사무직같은 일에는 서투르지만, 작은 도시를 큰 국가로 만드는
제갈공명+조조의 능력을 가졌다는 것이다. 당연히 주변사람들은 비웃는다.
로렌스는 말도 괴짜처럼 말하고, 어벙하게 실수해서 물그릇을 엎지르고 하는 사람이니까 말이다.
그 때 사막에서 아랍족들이 터키에 대해 반란을 일으킨다, 영국군 누구도 신경 안쓴다.
"사막에서 좀도둑질이나 하는 야만인들이다. 국가도 이루지 못하고 부족들끼리 싸우며 터키와 뒷거래도 한다.
그런 놈들이 터키제국과 전쟁이라니!" 영국군들의 예상대로, 터키에 대항해서 아랍족들의 연전연패다.
로렌스는 아랍족들에게 조사관같은 것으로 파견된다. 거기에서 그는 아랍족들을 모아서
신출귀몰한 전략으로 터키를 박살내는
놀라운 업적을 세운다. 그리고, 거기에서 더 나아가, 아랍족들을 이끌고 조국인 영국과 맞짱떠서
아랍연합국이라는 국가를 세운다. 자기가 세운 아랍연합국을 전세계적으로 인정받게 하기 위해 영국과 맞짱뜬다.
이것이 실화다. 그래서, 상상으로 꾸며낸 이야기따위는 이 실화의 힘에 상대도 안된다.
이 놀라운 영화에 대해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벌써 이런 이야기만 들어도, 이 영화의 스케일, 박진감, 재미, 대규모 전투씬, 비장함, 명장의 두뇌싸움, 배신과 음모, 개성적이고 영웅적인 비범한 군인들같은 것이 막 떠오르지 않는가? 당신 생각이 맞다. 이 영화에는 그런 것들이 최고수준으로 모두 있다.
그리고 촬영감독출신인 데이비드 린의 영상미는 훌륭하다는 평가를 넘는다. 지금까지도 인구에 회자되는 명장면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냥 전쟁영화 액션영화가 아니다. 그랬다면 이 영화는 이정도 걸작이 되지 않았다.
이 영화의 주제는 로렌스다. 그가 벌이는 영웅적인 전쟁, 영웅적인 갈등, 중2병적인 자아도취,
비극적인 좌절과 실패를 그린다. 한 인간의 내면이 벌일 수 있는 최대규모의 여행이다.
전쟁묘사는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한 장면이다.
이 영화 개봉 당시에는 전투씬이 적다고 불평이 있었다고 한다.
만일 로렌스가 평범한 인물이었다면, 위의 캐릭터 분석이 무슨 의미가 있었겠는가?
하지만, 로렌스는 그의 말마따나 제갈공명+조조같은 사람이라서, 그의 캐릭터를 분석하면 무궁무진한 재미가 나온다. 제갈공명이 유비가 세운 촉한을 위해 생명을 바치듯이, 로렌스는 아랍인들을 위해 그들의 통일국가를 만들어
전세계적으로 인정받도록 하는 데 자기 모든것을 바친다. 그것을 위해 자기 조국 영국과도 맞짱뜬다.
비범한 인물을 그린 비범한 영화다. 걸작+++다.
** 한가지 지금 와서는, 데이비드 린 감독이 원래 의도했던 효과를 보기 어렵다.
엄청나게 거대한 사막을 보여주면서, 그 안에 쌀알 하나처럼 작은 인물을 보여주는 것이다.
거대화면으로 보면, 엄청나게 거대한 사막 속을, 실제 크기 인물 하나가 지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장면이 무지 많다.
이런 효과를 가령 tv화면으로 본다면, 절대 감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
추천인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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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나이들고 다시 보니 로렌스란 사람 참 사회생활 꽝이구나 싶었습니다.^^
저는 아라비아의 로렌스라면 이장면이 생각납니다
다시 볼기회는 없을것 같은 아쉬움이 듭니다...
저는 대한극장 마지막 상영에 갔었나 했습니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 간 보람이 있었습니다.
The Ten Commandments 도 추천 드립니다. 저의 기준으로 최애 선호작은 이 작품이죠
이 영화가 Ben-Hur 에 비해 못 할 거 같지만, 굉장히 저력이 막강한 영화입니다
William Wyler의 Ben-Hur도 역시 걸작이죠. 그러나 제가 이 영화를 디스하는 주요 이유는
1925년에 뛰어난 무성 영화 Ben-Hur가 이미 있기 때문이죠. Wyler의 버전은 흑백 버전을 스케일 확장한 거에 불과할 정도로 원작 무성 영화가 뛰어 납니다. 사실 무성 영화 블록버스터의 원조이죠
또한, Wyler의 Ben-Hur는 각본이 별로였죠. 초반부에 러브씬도 너무 길고 너무 늘어집니다. 상영 시간도 불필요하게 길고
그 말씀에 대부분 공감하지만, 부잣집 백인마나님인 스칼렛 개인의 시점에서 본 영화라서, 인종차별문제 등 당시부터 좀 말이 있었죠. 하지만, "자기 이야기를 이렇게 노골적으로 다 내놓고 쓰다니, 얼마나 뻔뻔하길래......"하는 소리를 들은 원작이니만큼, 대단히 솔직하고 적극적으로 자기 이야기를 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Gone with The Wind는 1939년 영화이니 모든 Color 블록버스터 걸작의 시조에 해당합니다
위대한 작품임에 틀림 없죠. 그리고 원작 소설이 워낙 뛰어나고 재미가 있어서 원작 소설의 도움이 있었을 겁니다
소설이 영화보다 더 재미 있다고 하네요 ^^
저의 소감은, 십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아라비아의 로렌스와 같은 고전 대작이 주라기 공원, 타이타닉, 아바타의 현대 대작을 압도하는 작품성이 있다고 봅니다 ^^
말씀하신데로 Waterloo는 그렇게 돈을 많이 쓰다니 제작사가 정신이 나간거죠 ^^
후반부 전쟁 씬은 유일한 장대한 스케일이더군요. 그 대신 너무 돈을 많이 써서 그 후로 그렇게 전쟁 씬을 연출하는 일은 다시는 없었습니다. 한 동안 1970년대에 대작 영화가 못 나왔다고 합니다
지금은 당연히 CG로 전쟁씬을 만들고 있죠. 반지의 제왕, 호빗도 그렇겠죠?
또한 Cleopatra도 대단합니다. 역시 망한 영화
제가 The Ten Commandments를 좋아하는 이유는, 만일 십계가 1990년대 2000년대 초의 훌륭한 CG 도움으로 제작되었다면
홍해 갈라지는 장면, 벼락으로 십계명을 세기는 장면, 모세가 처음 야훼를 만나는 장면, 불기둥으로 전차부대를 막는 장면, 지팡이가 뱀으로 변신하는 장면, 우박이 떨어지고 10가지 저주가 내리는 장면 등등 어색한 주요 장면들을 현대 CG 기술로 만들어서
상당히 완성도 높은 장면이 되었을 겁니다
1950년대에는 그런 기술이 없어서 화가들이 필름에 색칠해서 특수 효과를 만들었는데, 지금 기준으로 심히 구립니다
그런 몇몇 원시적인 장면을 현대 기술로 제작했으면
저는 The Ten Commandments는 헐리우드 최고의 블록버스터가 될 것으로 봅니다
James Cameron의 타이타닉은 십계에 비교하면 범작에 불과합니다
Scott 옹이 거장이지만 Cecil B DeMille과 같은 유연한 스토리 텔링은 잘 안되는 느낌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