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오브 인터레스트' 후기, 자연스럽게 전달되는 강력한 메시지

2차대전 때 악명 높은 유대인 학살 수용소 바로 옆에 사택을 지어놓고 살았던 아우슈비츠 소장 루돌프 회스 가족의 '평온한' 일상을 다룬 영홥니다.

남편은 일중독이어서 집으로까지 일을 가져올 정도지만 아내와 화목하고 자식들도 살뜰히 챙기는 편이고, 아내는 커다란 정원과 텃밭을 열심히 관리하며 그림처럼 행복한 전원 생활을 꾸려갑니다. 바로 담장 너머에서 처절한 비명 소리, 총소리가 들리고, 시체 소각하는 연기가 피어올라오며, 그 냄새까지 날 듯하지만, 나와 상관 없는 일인양 관심을 끄면 살아가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걸 이들 가족이 보여줍니다.

하지만 스크린 너머 제3자 입장에서 그 광경을 보는 관객은 신경을 안 쓸래야 안 쓸 수가 없죠. 익숙해져서 무감각해진 회스네 가족들은 괜찮을지 몰라도, 그 집에 잠깐 손님으로 온 사람은 그곳이 지옥의 불구덩이 옆이란 깨닫고 바로 도망쳐버릴 정돕니다. 그러한 대비로 끔찍한 만행을 일상의 익숙한 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걸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게 찍은 영상과 배우들의 덤덤한 연기로 극사실적 분위기를 자아내 완벽하게 몰입시키고, 나중에 현실의 장면과도 교차시켜서 무관심으로 인한 비극이 여전히 진행 중임을 보여줍니다. 영화라는 매체로 자연스럽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훌륭한 작품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