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8
  • 쓰기
  • 검색

[영화리뷰] 넥스트 골 윈즈(Next Goal Wins, 2023) : 유쾌하고 멋드러진 아메리칸 사모아 축구문화 가이드

바비그린
1706 4 8

 

모든 영화 이미지 출처: 영화 <넥스트 골 윈즈>

이번 영화 <넥스트 골 윈즈>는 필연적으로 리뷰에 나의 사심이 뒷받침될 수 밖에 없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감독 중 하나인 타이카 와이티티의 영화기 때문이다.

다른 많은 관객들처럼 나도 <토르: 라그나로크(2017)>로 타이카 와이티티를 처음 접하게 됐는데, 조금씩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에 관심을 가져가고 있던 나로서는 이전의 <토르> 시리즈를 접하지 않았음에도 이 영화가 정말 기발하게 재밌어서 감독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후, 2019년에(우리나라엔 2020년 개봉) 마침내 내놓은 <조조 래빗>은 내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침울할 수밖에 없는 배경의 역사를 유쾌하게 비틀어 사랑스러움과 감동적인 성장, 그리고 악동같은 유머로 완성한 이 영화는 지금도 내 마음 속 원픽이며, 코로나 이후 <괴물(2023)>이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2022)> 같은 어마어마한 작품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나의 최애 영화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고, 뭐든지 하나에만 집착하면 안 되는 법. <조조 래빗> 이후 내놓은 <토르: 러브 앤 썬더(2022)>는 좋아하는 감독의 관심 있는 시리즈라는 엄청난 애정을 가지고 봤음에도 내 눈에도 그저 그랬고, 일반 관객과 평론가들은 혹평 세례를 퍼부었다. 코미디는 재미도 없는 주제에 분량이 과했고, 정말 중요한 서사들은 분량을 빼앗겼으며, 정말 멋진 장면들(거대 신의 죽음이나 암흑 공간에서의 전투 등)이 앞에 깔려 기대를 듬뿍 받았던 클라이막스는 호불호가 갈릴 만한 연출로 꾸며졌다.

따라서 이번 작품 <넥스트 골 윈즈>는 필연적으로 타이카 감독의 커리어에 있어 매우 중요한 작품이 될 수 밖에 없다. 결과는? 그래도 절반...보다 살짝 이상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매력적으로 녹여낸... 아메리칸 사모아(>>>> 축구)라는 소재

<넥스트 골 윈즈>는 기본적으로 스포츠영화다. 약체 팀이 까칠한 새 감독을 만나 동상이몽으로 고생하다 마침내 힘을 모아 목표를 이룬다는, 매우 정석적인 틀을 가진 작품이다. 실제로 스포츠 영화로서 그 이상의 내용은 플롯에 없다. 따라서 이 영화의 성공을 위한 동력은 플롯 자체보다 이 플롯을 움직이는 다른 세팅으로부터 오게 될 텐데. 이번 세팅은 '아메리칸 사모아'라는 낯선 문화다.

다행이다!! 아메리칸 사모아의 멋진 풍광, 여유넘치는 호흡, 인정 많고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문화는 굉장히 매력넘치게 그려졌다. 초반부 가장 마이페이스에 까칠하게 그려졌던 '자이야'조차 아메리칸 사모아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땐 정체성과 무관하게 아름답게 융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처음 보는 배우임에도 익숙한 듯 아메리칸 사모아의 풍경과 멋드러지게 어우러지는 대사연기와 제스처를 뽐냈다.

이야기 자체가 실화 기반임을 감안하면, 이번 소재는 타이카 감독의 '안전한' 내지는 '탁월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약체 팀이 까칠한 새 감독과 좌충우돌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성취를 이룬다'는 플롯은 그 자체로 진부하단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여기서 아메리칸 사모아라는 낯선 배경을 선택함으로서 감독과 선수들이 한번에 융화되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개연성을 제공하고, 그 과정에 단순한 '운동 스타일' 차이를 넘어선 '라이프 스타일'의 차이, 나아가 삶에 대한 가치관 차이를 투영할 수 있으며 이를 봉합하는 과정에서 영화는 단순히 경기 실적을 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도약을 시도하게 된다. '행복'이다.

즉, <넥스트 골 윈즈>에서 사모아 사람들이 그토록 원하는,

(심지어 '승리'도 아닌,)

'딱 한 골'을 넣음으로서 얻는 것은,

피파 랭킹의 상승도 월드컵 예선 통과도 아닌 "자문화에 대한 긍정"과 "가치관의 승리"이고

"그들이 행복하다는 증거이자 실체"이다.​

스포츠 영화로선 아주 약간 아쉬운

스포츠 영화로서는 살짝 아쉬운 부분이 있다. 감독의 축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잘 느껴지긴 하는데, 하이라이트에서 긴장감을 고조하는 방식이나 골을 넣는 장면의 극적인 쾌감은 좀 떨어지는 편.

토마스 론겐(마이클 페스벤더)이 선수들에게 마지막으로 용기를 북돋는 장면 역시 크나큰 비밀을 털어놓는다는 빌드업은 좋았으나 대사와 연출의 임팩트는 2% 아쉽게 느껴졌고,

유머러스한 연출이랍시고 넣은 것 같은데, 기절했다가 깨어나서 하이라이트를 플래시백으로 전달받는 연출은 좀 아니었다 싶다. 몰입감을 확 꺾어버렸다.

타이카 감독은 이전 작품부터 영화의 특정 장르와 드라마를 병치시키며 하이라이트 구간마다 해당 장르보다는 드라마를 선택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조조 래빗>에서는 전쟁의 승패가 결정되는 부분따위 과감하게 생략하고 전쟁 이후의 이야기로 넘어갔고, <토르: 러브 앤 썬더> 역시 하이라이트는 싸움보다 무한의 존재 '이터니티' 앞에 선 '토르'와 '신 도살자 고르'의 인간적 선택이 가져갔다.

드라마 그 자체가 전쟁의 경과보다 중요했던 <조조 래빗>에서는 이것이 탁월한 선택이었으나 스포츠 영화에서 하이라이트는 드라마보다 긴장감을 선택하는 것이 맞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작품의 전반적 평가에 따라 이 부분은 감독의 개성으로도, 단점으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겠으나 감독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는 부분으로 보여진다.

토마스 론겐 딸의 비밀 빌드업은 참 좋았는데... 터뜨림의 임팩트가 아무리 생각해도 아주 약간 아쉽다.

종합하자면, <넥스트 골 윈즈>는 감독 고유의 개성이 역시나 제대로 발휘된 '아메리칸 사모아 축구문화 투어'다. 영화에 어떤 점을 기대하느냐에 따라 감상이 갈릴 수 있겠다. 다만 아무래도 접할 기회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 아메리칸 사모아 문화를 멋드러지고 매력넘치게 소개한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가치 있으며, 추천할 만한 작품이랄 수 있겠다.

 

 

 

블로그에 전문과 다른 영화 리뷰도 많답니다 :)

https://m.blog.naver.com/bobby_is_hobbying/223348235961

바비그린
1 Lv. 847/860P

이퐁퐁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4

  • 해리엔젤
    해리엔젤
  • 카란
    카란

  • 이상건
  • golgo
    golgo

댓글 8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이런 언더독 스포츠물의 대표격인 <쿨 러닝>이 있고.. 또 한국에서 비슷한 <드림>이 있어서 이 영화는 딱히 볼 마음이 안 들었는데, 리뷰 보고 좀 흥미가 생겼습니다.^^

15:46
24.02.08.
golgo
스포츠영화로서보다, <걸어서 세계속으로>나 영화판 <태계일주>느낌으로 보면 더욱 재미있을 것 같아요ㅎㅎ
15:48
24.02.08.
profile image
바비그린
오... 현지 문화가 좀 더 볼거리겠네요.
15:49
24.02.08.
golgo
그쪽으로는 정말 기대이상으로 흥미로웠구요, 단순 감독과 선수들의 갈등을 문화충돌의 관점으로 풀어내는 시도를 한 부분은 확실히 말씀하신 기존 스포츠영화들과 비슷하면서도 신선함을 확보하려 노력한 부분으로 좋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15:51
24.02.08.
2등

악평이 많아서 걸렀었는데요. 직접 관람하고 평가해봐야겠습니다.

16:21
24.02.08.
이상건
네, 대중의 평가도 중요하지만 나랑 잘 맞으면 좋은 영화죠!
17:44
24.02.08.
profile image 3등
혹평때문에 좀 관심 밖이었는데 멋진 리뷰 덕에 흥미가 생겼네요😊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16:56
24.02.08.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HOT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충격의 에피소드 제작 과정 1 golgo golgo 3시간 전17:24 947
HOT ‘시너즈’ 해외 70미리 IMAX 상영 극장 풍경 2 NeoSun NeoSun 31분 전20:32 171
HOT 오컬트 장르를 대중 오락물로 리셋한 <거룩한 밤: 데몬 ... 9 마이네임 마이네임 4시간 전16:41 2275
HOT [내부자들] 이경영役→'천의얼굴' 이성민표 재해석... 2 시작 시작 1시간 전19:51 450
HOT <야당> 하퍼스 바자 화보 공개 1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시간 전19:40 205
HOT 마동석 [거룩한 밤] 언론사 첫 반응 2 시작 시작 1시간 전19:36 968
HOT 홍상수 감독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 해외 ... 3 golgo golgo 1시간 전19:25 471
HOT 미국서 흥행 국산 애니 '킹 오브 킹스' 여름 개봉 5 golgo golgo 2시간 전18:27 712
HOT 4DX는 세월이 지날수록 퇴보 하는 느낌이네요. 2 DKNY 2시간 전18:09 675
HOT 브리짓 존스의 일기: 뉴 챕터 - 초간단 후기 2 소설가 소설가 2시간 전18:09 387
HOT 우연히 지나가다가 본 홍보물! 2 Andywelly 3시간 전17:49 491
HOT '라자로' But Why Tho 3화 리뷰 및 평점! 1 하드보일드느와르 4시간 전16:50 374
HOT <파과> 개봉 전에 원작 소설 읽는데 재밌네요. 5 뚠뚠는개미 5시간 전15:48 900
HOT 페드로 파스칼이 올린 케이틀린 디버와 ‘라스트 오브 어스‘ ... 1 NeoSun NeoSun 5시간 전15:17 565
HOT 생각보다 괜찮았고, 알뜰히 즐긴 휴일의 수유롯시 열혈검사... 4 이안커티스 이안커티스 5시간 전15:12 631
HOT 강형철 감독의 '하이파이브' 작품 소개 3 golgo golgo 7시간 전13:24 2995
HOT [썬더볼츠*] 오프닝 무삭제 영상 시작 시작 8시간 전12:51 1084
HOT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고공비행 액션 비하인드 2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8시간 전12:45 795
HOT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시즌 2, 에피2 스틸 9 golgo golgo 8시간 전12:26 1300
HOT 노스포) 지난주에 봤던 영화들 간단 리뷰 모음입니다. 24 갓두조 갓두조 10시간 전10:21 1221
1173416
image
네버랜드 네버랜드 6분 전20:57 24
1173415
normal
golgo golgo 10분 전20:53 40
1173414
image
음악영화 음악영화 10분 전20:53 46
1173413
image
NeoSun NeoSun 17분 전20:46 125
1173412
image
NeoSun NeoSun 20분 전20:43 106
1173411
image
NeoSun NeoSun 25분 전20:38 83
1173410
image
NeoSun NeoSun 29분 전20:34 124
1173409
image
NeoSun NeoSun 31분 전20:32 171
1173408
image
GI 34분 전20:29 74
1173407
image
석호필@ 석호필@ 1시간 전20:02 201
1173406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1시간 전20:02 151
1173405
image
시작 시작 1시간 전19:51 450
1173404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시간 전19:40 205
1173403
normal
시작 시작 1시간 전19:36 968
1173402
image
golgo golgo 1시간 전19:25 471
1173401
normal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2시간 전18:59 303
1173400
normal
golgo golgo 2시간 전18:57 415
1173399
image
golgo golgo 2시간 전18:27 712
1173398
normal
DKNY 2시간 전18:09 675
1173397
image
소설가 소설가 2시간 전18:09 387
1173396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2시간 전18:09 370
1173395
image
golgo golgo 3시간 전18:01 607
1173394
image
Andywelly 3시간 전17:49 491
1173393
image
golgo golgo 3시간 전17:24 947
1173392
image
하드보일드느와르 4시간 전16:50 374
1173391
image
마이네임 마이네임 4시간 전16:41 2275
1173390
image
뚠뚠는개미 5시간 전15:48 900
1173389
image
NeoSun NeoSun 5시간 전15:32 503
1173388
image
NeoSun NeoSun 5시간 전15:17 565
1173387
image
이안커티스 이안커티스 5시간 전15:12 631
1173386
image
NeoSun NeoSun 6시간 전15:01 535
1173385
image
NeoSun NeoSun 6시간 전14:54 374
1173384
normal
석호필@ 석호필@ 6시간 전14:41 344
1173383
image
NeoSun NeoSun 6시간 전14:38 819
1173382
image
처니리 처니리 7시간 전13:40 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