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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name is nobody (1973) 서부영화사상 이채로운 캐릭터 등장. 스포일러 있음.

BillEvans
2013 5 13

 

 

 

 

헨리 폰다는 서부에서 가장 빠른 총잡이다. 수십년을 왕자로 군림해 왔지만, 

이제 늙고 지쳤다. 안경이 없으면 잘 보이지도 않는데, 무슨 총잡이인가? 

어딘가 조용한 곳으로 은퇴해 살고 싶지만, 그의 명성을 탐내는 사람들이 가만 놓아두지 않는다.

 

어느날도 그는 자길 노리는 몇명의 무법자들을 총으로 보내 버린다. 

이를 본 어느 소년은 "총을 세번 쐈는데, 총소리는 한번밖에 들리지 않았어요!"하고 놀라 외친다. 

그의 아버지는 "총을 쏘는 속도가 경지에 이르면 그렇게 되는 것이야"하고 말해준다. 

소년은 "세상에! 서부에서 저 사람보다 총을 더 빨리 쏘는 사람이 있을까요?"

아버지는 "저 사람보다 더 빠르게? nobody!"라고 말한다. 

그리고 나오는 장면이, 

 

 

 

 

서부영화사상 가장 이채로운 캐릭터들 중 하나다. 

Novody - 뭐라 이름 불릴만한 가치도 없는 못난 사람이라는 뜻이다. 누가 이름을 물으면 자기는 nobody라고 답한다.  

언제나 자신만만, 두뇌회전이 굉장히 빨라서 남들보다 몇 수는 앞을 본다. 총솜씨는,

헨리 폰다는 그래도 현실적인 수준에서 최고인데, 

이 사람은 만화적인 솜씨다. 인간을 초월했다. 

 

 

 

나름 유명하다는 총잡이들도 그의 앞에서는 그냥 어린애가 된다. 

바로 유명한 테렌스 힐이다. 

 

 

 

 

그는 서부라는 신기한 세계에 나온 허클베리핀같은 사람이다.  

잔인한 거 싫어한다. 총 쏘는 것도 가급적 안 한다. 

부에도 관심 없어서, 낡은 내복같은 옷을 입고 마굿간에서 자고 말도 없이 다니고 한다. 

그래도 늘 즐겁다. 아이가 먹는 사과를 몰래 한 입 베어물고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가고, 

아무한테나 싱긋 웃으며 장난치고 그런 스타일이다. 

 

카리스마가 대단해서 그가 등장하면 모두 그의 페이스에 말린다. 헨리 폰다도 예외가 아니다.

영화 처음만 해도 카리스마가 엄청나고 영화의 중심이던 헨리 폰다는, 

테렌스 힐이 나타나면서 희미해진다. 

그러면서 영화의 성격이 바뀐다. 진지한 서부극이던 것이, 

허클베리 핀같은 테렌스 힐의 즐거운 모험생활같은 것으로 바뀐다. 

만화같은 코메디 서부극이 된다.

 

황야의 결투, 옥스 보우 인시던트 등 영화를 통해 서부개척기 정신과 이상을 상징했던

헨리 폰다가 아니었던가!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서부를 공포로 물들이던 악당들도 사라지고, 

한때 공포의 대상이던 와일드 번치들도 사라져가고, 

자기가 설 자리는 사라지고 있다. 심각하지 않게 서부를 즐거운 놀이터, 총잡이들 간 혈투를 

재미난 농담따먹기처럼 생각하는 새로운 세대가 나오고 있다.

헨리 폰다 자신도 "나와 자네는 공통점이 많아. 아니야, 역시 나와 자네 사이에는 큰 차이점이 있어"하고 

혼란스러워한다.  

 

테렌스 힐은 헨리 폰다에게 붙었다가 악당들에게 붙었다가 하면서 무언가 꾸민다. 

두뇌회전이 빨라서 도무지 속셈이 뭔지 알 수 없다. 테렌스 힐은 말하자면, 록스타를 따라다니던 소년처럼

헨리 폰다를 숭배해 왔다. 테렌스 힐은 자기가 숭배하던 헨리 폰다가 보잘 것 없이 시들어버리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 그래서, 헨리 폰다가 150여명의 와일드번치와 대결을 벌이도록 뒤에서 일을 꾸민다. 

150대 1의 대결에서 승리하도록 함으로써 헨리 폰다를 불멸의 존재로 만들려는 것이다. 

결국 이 영화 전체가, 테렌스 힐이 큰 그림을 꾸며가는 내용을 다룬 것이다.

 

악당들, 헨리 폰다 등 모든 사람들을 장기판의 말로 놓고 마음대로 움직이는 

테렌스 힐이 차가운 사람이었다면, 이 영화도 살벌해졌겠지만, 

테렌스 힐은 유쾌하고 마음 따뜻하고, 인정 많은 사람이다. 가난하고 힘 없고 늘 당하고만 사는 

약자들의 친구다. 그리고 아무리 심각한 상황도 그가 등장하면, 

웃음이 터져 나오는 폭소 코메디가 된다. 

아무리 살벌하고 무섭고 권력 있는 악당이라도, 그의 앞에서는 갑자기 비에 젖은 생쥐처럼 

어쩔 줄 모르며 얻어맞고 빌고 조롱 당하고 내쫓겨난다.

 

테렌스 힐이 놀라운 점은, 그가 지금까지 서부영화를 만든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nobody 캐릭터를 살려서. 

b급도 안되고 c급이라고 해야 옳을 영화이지만, 그는 여전히 서부영화를 만든다. 

거기에서도 그는 약자들의 편이다. 현실의 고난을 유쾌하게 웃음으로 승화시키며 거친 서부에서 살아간다. 

가난하고 강자에게 당하며 허리도 못펴고 살던 약자들이, 그의 도움으로 허리를 펴고 하늘을 보며 

마음껏 숨쉬고 살아가게 된다. 나는 그것이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한 사람의 일생을 일관되게 걸친 메세지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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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무숙자... 이 작품은 못봤는데 엔니오 모리꼬네 음악만큼은 익숙합니다.^^
18:53
23.12.17.
BillEvans 작성자
golgo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이 아주 유명하지요.
23:24
23.12.17.
2등
콩요리 맛있게 먹던 튜니티 떠올랐는데 그거와 다른 작품이군요. 소개 감사드립니다.
19:19
23.12.17.
BillEvans 작성자
이상건
여기서도 코믹스런 먹방은 나옵니다.
23:25
23.12.17.
profile image 3등
제목만 들어봤는데 소개 감사합니다😊
20:17
23.12.17.
BillEvans 작성자
즐거운인생
아주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저예산이 아니라 대하서부극입니다. 주제도 세대교체이니 거대한 편입니다.
23:26
23.12.17.
profile image
저는 이게 헨리 폰다의 큰그림이라 봤네요. 자신을 죽여서 명성을 얻으려는 총잡이들에게 지친 헨리 폰다가 테렌스 힐에게 그자리를 물려주고 중원을 떠나 여생을 보내려는…ㅎㅎㅎ
08:18
23.12.18.
BillEvans 작성자
네버랜드
그렇게 하게끔 바람을 슬슬 불어넣은 사람이 테렌스 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10:18
23.12.18.
BillEvans 작성자
선우
헨리 폰다가 배 타고 유럽으로 가는데, 그가 죽은 곳이라는 푯말이 항구에 있습니다. 뭔가 서부개척기 정신의 쓸쓸한 퇴장인 것같아 섭섭한 마음도 들더군요.
23:10
23.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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