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어셔가의 몰락' 재밌게 보는 팁
괴기스러운 공포 드라마 좋아한다면 추천하는 작품입니다.
8부작 미니시리즈라서 보는 데 큰 부담도 없어요.
호러물 연출 잘하는 마이크 플래너건 감독 작품이라서 해외 평가도 좋은 편입니다만...
시청자에 따라 호불호 갈리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그 부분은 아래에 적겠습니다.
일단 이 작품은 제목부터가 미국의 소설가/시인 애드거 앨런 포의 괴기 소설 '어셔가의 몰락'에서 가져왔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다른 포의 단편작들, '갈까마귀', '애너밸 리' 등 유명한 시에서 따온 게 많아요. 포의 작품들을 미리 알고 보는 게 훨씬 좋습니다. 미리 알면 스포일러가 되는 것보다도 알고 봤을 때 "이걸 이렇게 바꿨네?", "이런 식으로 오마주했구나..."그런 재미가 더 큽니다. 인용된 소설들이 많은 편이라서 찾아 읽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단편들이라서 금방 읽을 수 있고, 하다못해 줄거리라도 찾아보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인용된 작품 목록을 보면
'어셔가의 몰락' (드라마 전체)
'적사병의 가면극' (에피소드 2)
'모르그가의 살인' (3)
'검은 고양이' (4)
'고자질하는 심장' (5)
'황금벌레' (6)
'함정과 진자' (7)
'갈까마귀' (8)
이상이 각 에피소드들의 제목으로도 쓰이면서 해당 에피소드들의 원작이 되고...
여기에 '아몬틸라도의 술통', '성급한 매장' 등 다른 단편들...
장편 모험 소설 '아서 고든 핌의 이야기'도 중요하게 인용됩니다.
그리고 또 알면 좋은 게 이야기의 두 주인공...
극중 거대 재벌 어셔가의 수장인 쌍둥이 남매 로더릭과 매들린은 '어셔가의 몰락' 소설에서 가져온 인물이면서, 실제로 미국에서 악명 높은 갑부 집안 '새클러 가문'을 모티브로 했습니다.
새클러 가문은 제약회사를 운영하면서 로비로 마약성 진통제 판매 허가를 얻어, 수백만의 미국인들을 마약에 중독시킨 장본인들이라고 합니다. 이 드라마에서는 어셔 가문이 리고돈이라는 마약성 진통제를 통해 떼돈을 번 것으로 나와요. 그리고 이들이 운영하는 회사 이름이 '포추나토'인데... 포의 소설 '아몬틸라도의 술통'에 나오는 캐릭터 이름이죠.
새클러 가문에 대해서도 드라마를 보기 전에 검색해서 알아두면 더 흥미로울 거라고 생각됩니다.
어셔 남매는 원래 포추나토를 세운 기업가의 사생아들이었는데... 재산을 물려받지 못하고 힘겹게 살다가, 1980년대 포추나토를 손에 얻게 되는데요.
어셔 남매가 포추나토를 손에 넣기 전 그곳을 운영하던 악질 회사 대표 이름은 '루퍼스 그리스월드'... 포의 라이벌로서 포와 악연이 깊었던 시인,평론가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하네요. 이런 식으로 드라마는 실제 사건들과 포의 소설 세계를 교묘하게 엮었습니다.
그리고 로더릭 어셔의 6명의 자식들이, 각 에피소드들의 주인공들이 되는데....
본처 자식 둘에, 사생아 4명... (로더릭 어셔의 성적 취향이 다양해서 인종 구성도 다양합니다)
이들이 앞서 언급한 포의 단편 소설들 내용대로 끔찍하게 죽어나가요. 아, 이건 스포일러 아닙니다. 드라마 시작부터 자식들이 줄초상 나 있는 상태로 나오고, 로더릭의 회상을 통해 각각의 자식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보여주는 구성이죠.
이 캐릭터들의 이름도 포의 소설들 속 주인공, 혹은 관련 인물들의 이름 등을 모티브로 했습니다. 21세기 배경 드라마여서 SNS 인플루언서, 미디어 홍보 전문가, 게임 제작자, 셀러브리티 등 직업도 다양합니다. 대부분 아버지의 돈 때문에 인성이 파탄난 재벌 2세들이지만, 이들 캐릭터들에게도 나름의 연민이 들게 하도록 디테일한 사연과 개성을 부여했어요.
개인적으로 '적사병의 가면극' 에피소드, '함정과 진자' 에피소드 각색은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기대했던 '황금 벌레'는 좀 아쉬웠습니다. 원작과는 별 상관이 없게 만들었더라고요. '모르그 가의 살인', '고자질하는 심장'은 그럭저럭.... 아무튼 포의 소설을 알고 보면 이 캐릭터들의 죽음이 어떻게 전개될지 원작과 비교해서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참고로 어셔의 첫째 아들 프레더릭을 연기한 핸리 토마스는 <E.T.>로 유명한 아역배우 출신입니다.
그리고 무슨 이유에선지 소송만 하면 무조건 이기는 어셔가의 전담 변호사 '아서 고든 핌', 역시 앞서 언급한 소설 '아서 고든 핌의 모험'에서 따온 캐릭터이고, 배우는 <스타워즈>로 유명한 마크 해밀...
어셔가를 공격하는 검사 '오귀스트 뒤팽'은, 포가 창조한 세계 최초의 명탐정 캐릭터 이름에서 따왔는데요. 이 드라마에선 명탐정으로서의 면모는 거의 없는 흑인 게이로 등장합니다. 넷플릭스의 PC적인 다인종, 성소수자 배려가 이 드라마 곳곳에 나옵니다. 어셔가 자식들 중에도 동성애, 양성애자들이 많고요. 대단히 잔혹한 장면들과 더불어 19금 장면들도 여과 없이 나오는 편입니다.
마지막으로 감독 마이크 플래너건 작품에 자주 나오는 여배우 칼라 구기노가....
어셔가 인물들의 죽음 때마다 등장하는 수수께끼의 여인 'Verna'로 나오는데, 이 캐릭터의 정체가 과연 무엇일지 짐작하면서 보면 더 재밌을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선 크게 화제가 되지 못한 것 같은데, 괴기, 호러물 좋아한다면 추천하는 완성도 높은 미니 시리즈입니다. 포의 소설 팬이라면 꼭 보시는 게 좋고요.
golgo
추천인 4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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핌이나 뒤팽 이름은 저렇게 낭비할 거면 그냥 가져오지 말지 싶네요.
추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