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비안의 해적' 20주년 제작 비화, 원래 매튜 매커너히가 주연 맡을 뻔
LA주재 일본 기자 사루와타리 유키의 칼럼을 번역했습니다.
https://news.yahoo.co.jp/byline/saruwatariyuki/20230711-00357342
<캐리비안의 해적> 잭 스패로우 역은 원래 매튜 매커너히가 맡을 뻔했다.
개봉 20주년, 뜻밖의 뒷이야기.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가 미국에서 개봉된 것이 2003년 7월, 모두가 사랑하는 잭 스패로우가 탄생한 게 딱 20년 전이다.
이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6억 5,4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대히트를 기록했고, 곧바로 2편과 3편이 제작되었다. 성공의 가장 큰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조니 뎁이 만들어낸 개성적인 매력과 유머가 넘치는 잭 스패로우 캐릭터다. 격식 따지는 아카데미는 보통 블록버스터에 우호적이지 않지만, 조니 뎁은 이 역할로 생애 첫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다. 그 뒤로도 4번이나 연기한 그 역할이 그의 경력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결과적으로는 모두가 행복해졌지만, 그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애당초 디즈니는 디즈니랜드의 놀이기구를 테마로 한 이 영화를 극장 개봉용으로 만들지, 아니면 DVD용으로 만들지도 결정하지 못했다. 꽤 오랫동안 해적 영화들 중에서 히트작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장르의 성공 사례라고 하면, 버트 랭커스터가 주연을 맡은 1952년 영화 <진홍의 해적>이 있다. 당시의 랭커스터와 조금 비슷한 외모에다가, 당시 기대작 <레인 오브 파이어>를 찍었던 매튜 매커너히가 캡틴 잭 역할의 1순위로 꼽혔다(결과적으로 <레인 오브 파이어>는 폭망했다.). 하지만 매커너히의 출연료가 높았기 때문에, DVD 영화로 만들 경우 크리스토퍼 워켄 혹은 캐리 엘위스로 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한때는 짐 캐리도 후보로 올랐지만 <브루스 올마이티> 촬영과 겹쳐서 포기했다. 그밖에 마이클 키튼도 거론됐다.
각본과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내다.
조니 뎁의 이름을 꺼낸 건, 영화의 프로듀서를 맡은 제리 브룩하이머였다. 각본에 쓰인 잭 스패로우는 정통파 히어로였지만, 그 이미지와는 딴판인 조니 뎁을 일부러 캐스팅하면 재밌는 캐릭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다. 뎁에게도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그 무렵 뎁은 2살 된 딸 릴리 로즈와 함께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를 매일 보면서 그 매력을 새롭게 발견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자신의 출연작 중 아이에게 보여줄 만한 것이 없었고,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목소리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캐리비안의 해적>은 애니메이션이 아니지만, 뎁은 각본을 읽고 잭 스패로우를 TV 만화영화 같은 캐릭터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다. 거기서 뎁은 상상력을 발휘해 해적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 옛날, 해적은 록스타 같은 존재였다는 걸 알고서, 롤링스톤스의 기타리스트 키스 리처즈를 모델로 삼기로 한다. 또 햇볕이 강한 바다 위에 계속 있었고, 럼주를 마시기 때문에 육지에 올라오면 비틀거릴 거라고 생각해서 걷는 법도 고안했다. 금니를 넣기로 생각한 것도 뎁이었다. 디즈니가 무조건 반대할 것을 알아서, 나중에 “타협”으로 줄일 수 있도록, 치과의사에게는 원했던 것보다 더 많은 치아에 금을 씌워달라고 부탁했다. 대사도 각본 그대로 하지 않고, 애드리브로 원하는대로 했다.
뎁이 만들어낸 잭 스패로우를 보고, 당시 디즈니의 수장이었던 마이클 아이스너는 “그가 영화를 망치고 있어.”라며 분노했다. 독특한 말투에 대사가 제대로 안 들리고, 캐릭터가 정신 나간 것처럼 보인다며 임원들은 불만을 터트렸다. “당신 뭘 하는 거야? 이 캐릭터가 게이야?”라고 말한 사람도 있다. 이에 대해 뎁은 “내가 연기한 캐릭터가 전부 게이였다는 걸 몰랐어요?”라고 반문했다. (그 질문을 한 임원 역시도 LGBTQ였고, 차별의 의도는 없었다고 한다.)
앰버 허드의 의견 기사로 사라진 여섯 번째 영화
뎁은 잭 스패로우 캐릭터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이 역할을 평생 하고 싶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6번째 영화의 출연료도 구체적으로 제시받았으며, 각본에도 참여하겠냐는 제안까지 받았다. 하지만 2018년 12월, 전 부인 앰버 허드가 자신이 가정폭력의 피해자라면서 쓴 의견 기사가 워싱턴 포스트에 실리면서 갑자기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그것도 직접 들은 것이 아니라 기사를 통해 알게 된 것이다. 작년 버지니아주에서 열린, 허드를 상대로 한 명예훼손 재판에서 뎁은 “캡틴 잭은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창조한 겁니다. 다른 캐릭터들도 마찬가지지만, 그 캐릭터에는 내 자신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대사도, 농담도 제가 직접 고안했습니다. 디즈니와 함께 성공을 쌓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이 시리즈는 언젠가 끝이 날 겁니다. 하지만 그때 제대로 된 방식으로 작별인사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때가 될 때까지 나는 이 역할을 계속 연기할 생각이었습니다.”라고 당시 심경을 증언했다.
하지만 재판에서 승소해서 뎁이 폭력을 휘두르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되면서, 잭이 다시 잭 스패로우를 연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뎁을 하차시킨 후 디즈니가 추진하던 마고 로비 주연의 시리즈 리부트 계획도 무산되어 원점으로 돌아간 모양새다. 작년 말, 브룩하이머는 스튜디오측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뎁을 다시 출연시키고 싶습니다. 그는 제 친구이고 아주 뛰어난 배우이기 때문이죠."라고 말했다.
한편 뎁이 메이저 스튜디오 영화 복귀를 서두르지 않는다는 보도도 있다. 사실 그는 현재 1997년 첫 연출작인 모딜리아니 전기 영화 <모디> 제작 준비로 바쁘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잭 스패로우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분명 있을지도 모른다. 그 캐릭터에게 제대로 작별인사를 해야 하지 않을까. 20주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뎁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앞으로 어떤 움직임이 있을지, 수많은 팬들이 기대하고 있다.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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