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다운> ‘세상이 부러워 하지만 나는 도망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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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로운 리조트 호텔에서 누나 앨리스와 조카들과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닐. 급작스런 어머니 부고에 네 사람은서둘러 짐을 싸서 공항으로 향한다. 하지만 닐은 개인 사정으로 세 사람을 먼저 보내고, 느닷없이 모든 것을 뒤로 미룬 채단출하고 허름한 자신만의 휴가를 시작한다.
모든 것이 갖춰진 리조트 호텔에서 휴가를 보내던 닐이 인파가 북적거리는 허름한 해수욕장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은자유롭고 평화로워 보여요. 하지만 그의 휴대전화는 끊임없이 울리고, 그가 미뤄 둔 상황은 계속 그를 압박해 옵니다.
이 불협화음에서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는데요. 그가 가족의 일원으로 어머니의 장례에 참석하지 않고 휴가지에 남아서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바라보자니, 제 맘에는 금방이라도 깨질듯한 살얼음 위를 조심조심 걷는 것 같은 불안함이 서립니다.
여전히 그의 배경과 의도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 불안함과 긴장감이 닐이라는 인물을 더 주의깊게 바라 보게하는데요. 단순한 구성적 설정으로 정보를 최대한 뒤로 미뤄 인물과 그의 내면을 깊게 들여다보도록 하는 연출력이 좋았습니다.
물론, 닐의 내면은 도입부 첫 두 컷에 다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물에서 끌어올려져 내동댕이 쳐진 채 겨우 숨만 붙어있는물고기들을 바라보는 닐의 표정에는 삶과 죽음에 대한 짙은 연민과 사색이 배어있어요.
깊은 그늘이 져 있어 속내를 짐작하기 힘든 닐의 모습과 전반적인 구성이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을 닮았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어머니의 죽음에 관한 소식으로 1부를 끌어 가고, 닐이 죽음에 연루되어 형무소에 수감되는 2부도 그렇구요.
쨍한 햇빛도 중요한 모티브로 사용되는데요. <이방인>의 뫼르소가 ‘태양때문에 쏘았다’는 말을 하는데, 닐에게도 이 태양이 비유적으로 그의 현재 상태를 촉발했다고 볼 수 있어요. 과도한 태양빛에 피부암이 번지듯 대중과 미디어의 지나친관심이 반영된 ‘스포트 라이트’는 닐의 몸과 마음에 죽음의 씨를 뿌린 것이 아닌가 합니다.
팀 로스가 있어서 이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지않았나 싶을만큼 그 무덤덤한 표정에 이토록 다양한 얼굴을 담고있다는 것이 놀라웠어요. 그래서 섬세한 관찰이 가능한 스크린에서 더욱 빛을 발합니다.
내가 부러워 하는 누군가의 인생이 정작 그 사람이 가장 도망치고 싶었던 삶일 수 있다는 것,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건 그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니고 그 무엇도 아닌, 바로 지금 내 가슴이 뛰는 것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추천인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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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아주 인상적인 작품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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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너무좋더라구요
지금하는 영화중엔 헤어질결심 제외
최고네요 개인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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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시코 정치 관련해서 전작 뉴 오더 얘기도 하셨고
저도 2차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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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로스는 마블 영화 드라마에도 나오고 예술 영화에도 출연하고 폭이 넓은 연기자 같아요.